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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킬러' 신정아, 또 다른 희생자는 손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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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운찬 '킬러' 신정아, 또 다른 희생자는 손학규?

손학규측 "'사지' 분당엔 못간다"…'몸 사리기' 논란 거셀 듯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23일 그동안 자신을 향해 제기됐던 경기 분당을 재보궐 선거 출마 요구를 사실상 공식 거부했다. 손 대표의 특보단 간사인 신학용 의원을 통해서였다.

신학용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 내외에서 무책임한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며 손학규 대표의 분당 출마 요구에 대해 '4대 불가론'으로 맞섰다. 여러 가지 이유를 댔지만 핵심은 "분당은 누가 가도 지는 사지(死地)"라는 것이었다.

신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손 대표 측에게 관련 내용을 알렸지만 손 대표는 만류하지 않았다. 손 대표의 의중도 신 의원의 이날 발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짐작이 가능한 이유다.

공교롭게도 신 의원의 기자회견은 정운찬 전 국무총리에 대한 불미스러운 일을 폭로한 신정아 씨의 자서전 <4001>이 출간된 바로 다음날 이뤄졌다. 여권에서 '정운찬 카드'를 사실상 포기할 수 밖는 상황이 되자 손 대표도 그동안 꾹 다물었던 입을 연 셈이다.

신학용 "한나라당 당선될 선거에 나가라는 것은 '흔들기'다"

▲ 손학규 민주당 대표.ⓒ프레시안(최형락)
신학용 의원이 이날 주장한 핵심은 '손학규 대표가 나가도 분당은 못 이긴다'는 것이다.

신 의원은 "분당은 '경기도의 강남'으로 고흥길과 임태희 두 사람이 손쉽게 내리 3선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라며 "유시민 대표도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경기도 전체에서는 4.7%포인트 졌지만 분당에서는 14.4%포인트나 졌고, 이재명 성남시장도 선거에서는 이겼지만 분당에서는 6.7%포인트 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 의원은 "더욱이 4.27 재보선은 역대 최저 투표율이 예상될만큼 조직력에서 앞서는 한나라당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선거"라며 "그런 저간의 사정을 잘 알면서도 손 대표에게 분당 출마를 강권하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셈법을 갖고 있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의원은 이어 "제1야당 대표라는 중책을 맡은 분을 이런 식으로 흔들고 사지로 등을 떠민다는 것이 정치 도의상 타당한 일이기는 한 것이냐"고 덧붙였다. 신 의원은 이어 "당 대표로 재보선 전체를 총괄해야 하고 출마 권유가 '흔들기'"라는 이유를 댔다.

신 의원은 "개인 이름으로 발표한 성명이지만 특보단 가운데 노영민, 강창일 의원이 동의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차영 민주당 대변인 역시 같은날 브리핑을 통해 "개인의 승패는 손학규 대표의 행보에 중요한 기준이 되지 않으며 오직 당의 승패가 기준일 뿐"이라며 '분당 불출마' 결심에 무게를 실었다.

"정운찬 카드 날아가니 손 대표가 '불출마'로 마음 굳혔다"?

손 대표는 그동안 당 안팎에서 끊이지 않고 나온 '분당 출마' 압박에 어떤 입장도 명확히 피력하지 않았다. "무한책임을 지겠다", "당의 승리를 위한 자세로 임하겠다"는 등의 발언을 놓고도 늘 엇갈린 해석이 나온 이유였다.

이런 손 대표가 특보단 간사인 신 의원을 통해 사실상 불출마를 선언하게 된 것은 여권에서 '정운찬 카드'가 완전히 끝났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정 전 총리의 불출마 선언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연기가 피어올랐던 '정운찬 전략공천' 주장이 꼬인 것은 신정아 씨 때문이다.

신 씨는 22일 펴낸 <4001>에서 정 전 총리의 실명을 거론하며 자신에게 서울대 미술관장직과 교수직을 제안했고 지분거렸다고 주장했다. "사실관계와 별도로, 정 전 총리의 공천은 물 건너갔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공통된 분위기다.

정 전 총리는 그동안 손 대표의 출마 필요성을 강조하는 근거 가운데 하나였다. "이른바 '빅 매치'를 통해 정권 심판론을 부각시키면 명분도, 승산도 있다"는 논리다. 정 전 총리의 출마가 신 씨의 자서전으로 완전히 엎어진만큼 출마 명분도 약해졌다는 것이 손 대표 측의 설명이다.

손 대표의 측근은 "정 전 총리도 안 나오는데 손 대표가 나가는 것은 '체급'이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의 한 3선 의원도 "그동안 여당에서 누가 공천되는지를 지켜보던 손 대표가 정 전 총리가 날아가는 것을 보고 '불출마'로 마음을 굳힌 것 같다"고 말했다.

"분당 정도의 사지에서도 못 이기는데 정권 교체는 어떻게?"

이로써 '손학규 차출설'은 수면 아래로 내려가는 분위기지만, 손 대표의 '그릇'에 대한 비판은 이를 계기로 한층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의 출마 요구가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손 대표 측은 "흔들기" 혹은 "정운찬에 맞서는 카드" 정도로 이를 받아들여 왔다.

그러나 손 대표의 출마를 강력하게 공개적으로 요구해 온 문학진 민주당 의원은 전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여당에서 누가 나오는지는) 그렇게 크게 중요하지 않다"며 "제2의 강남, 한나라당에겐 대구보다 더 쉬운 곳에서 민주당이 승리를 하면 엄청난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명분을 들었다. 한 마디로 '어려운 곳에 나가서 이기는 감동을 주자'는 것이었다.

문 의원은 "선거야 물론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며 "그런데 지금 중요한 것은 민주당 대표로서의 손학규, 정치인이면서 다음 대통령 선거를 노리는 사람 손학규로서, 이 시점에서 이런 상황에서 결단을 내려 몸을 던져 헌신하는 모습을 보이면 지더라도 당원과 국민에게 상당한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신 의원이 이날 내놓은 불출마의 핵심 이유는 "손학규 아닌 누구도 분당에서는 못 이긴다"는 것이었다. 손 대표 측이 그동안 여러 차례 내놓았던 "손 대표는 단순히 승패 가능성을 기준으로 출마 문제를 결정하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최악의 자살골"이라고 혹평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손 대표는 '분당 정도의 사지에서도 못 이긴다며 물러서는데 어떻게 영남을 끌어안아 정권교체를 이룰 것이냐'는 질문에 대답할 말이 없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씨가 정 전 총리의 출마를 좌절시키고 손 대표에게도 '어려운 시험'을 포기할 명분과 계기를 만들어 주었지만, 결과적으로 그것이 '대선주자 손학규'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 한 언론은 "손 대표가 '거물급 인사'의 분당 출마를 위해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손 대표 측근들이 '사지'라고 규정한 분당 선거에 '거물급 인사'의 출마를 설득한다는 것도 모순적이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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