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대선 과정에서 'BBK 의혹'을 폭로한 김경준 씨의 기획입국설을 입증해준 편지를 조작했다고 주장한 신명 씨가 추가 폭로를 예고했다.
최근 BBK 사건 핵심 인물인 에리카 김이 형사 처벌을 면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인데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도 '개인비리'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신 씨의 폭로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편지 조작으로 국민 우롱한 것 사과합니다"
신 씨는 23일 CBS 라디오 <변상욱의 뉴스쇼>에 출연해 "5장으로 된 (편지 조작 지시) 문건이 있다"며 "지금 공개하려고 고려 중이다. 조만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이 문건은 이른바 '정권 고위직'으로부터 지시를 받은 양 모 씨가 작성한 것이고, 양 모 씨는 신 씨에게 '편지 조작'을 시킨 신 씨의 지인이다.
신 씨는 양 모 씨와 관련해 "그분도 고위직의 (보은) 제의를 받았을 것"이라며 "나중에 그게 불발이 됐는지 어땠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그것을 알고서 '선생님은 저한테 저와 형을 위한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까 그런 개인적인 욕심이 있어서 그랬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씨와 신 씨 모두 '정권 고위직'에 배신당했다는 것이다.
신 씨는 양 씨의 배후에 있는 사람과 관련해 한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의) 아주 친척은 아니지만 최측근이고 정치인"이라고 밝혔고, 이어 "뒤에 두 분이 또 있다. 이 분들은 고위직이어서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신 씨의 형인 신경화 씨는 미국 수감 시절 김경준 씨의 '감방 동료'다. 신경화 씨가 김 씨에게 당시 'BBK 기획입국설'을 뒷받침해주는 편지를 보냈고, 이것이 한나라당에 의해 폭로되면서 검찰이 BBK 의혹을 야당의 '기획'으로 인정했다. 그런데 이 편지가 사실 신경화 씨의 동생인 신명 씨가 조작해 작성했으며, 그 뒤에 '정권 실세'가 있다는 게 '편지 조작 의혹'의 내용이다.
신 씨는 조작 이유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면 감옥에 있는 형을 빼내 미국으로 돌려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미국시민권자인 신 씨는 현재 한국에서 수감 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다. 신 씨는 이어 "이 자리를 빌어서 국민들한테 제가 저 개인적인 욕심으로 기만하고 우롱한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이 편지 조작 의혹을 수사 당시 인지해 놓고 덮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2007년 당시 '기획입국설' 관련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편지 조작 의혹' 관련 브리핑은 빼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당시 기자들이 물어보지 않았을 뿐"이라고 발뺌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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