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미국 체류기간 동안 받았다는 4억 원 자문료의 대가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한 전 청장은 '그림 로비' 파문으로 청장 자리에서 물러난 후 2년여 간 미국에 체류했었다. 검찰은 최근 대기업 관계자를 조사한 결과 한 전 청장이 미국 체류 기간 동안에 대기업 10여 곳으로부터 4억 원의 자문료를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이춘석 대변인은 21일 "BBK 파일을 가지고 있다는 한상률 전 청장은 대기업으로부터 4억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퇴임한 한 청장이 무슨 이유가 있어 거액을 받게 되었는지 검찰이 진실을 낱낱이 밝혀낼 것을 엄중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이인영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세청 직원이 대기업들에게 한 전 국세청장에게 돈을 보내달라고 요구했고 한 전 국세청장의 요구에 따라서 대기업에 돈을 받아서 한 청장에 돈을 건네는 심부름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퇴임한 청장이 국세청 직원을 매개로 돈을 요구한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 최고위원은 이와 관련해 "한 전 청장은 학동마을 그림 로비, 도곡동 땅 의혹, 국세청장 로비의혹 등 의혹이 많다. (한 전 청장의 유임 등은) 한 전 청장이 지난 대선 때 했던 공에 대한 보은의 과정이었다"며 "검찰은 (한 전 청장이 어떤 기업에서 어떤 돈을 받았는지) 진상을 낱낱이 파헤쳐 한점 의혹도 없이 국민에 공개하길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한 전 청장은 4억 원의 자문료를 받은 사실 자체는 인정했지만 대가성 의혹은 부정했다. 그는 이날 검찰에 출두하기 전 일부 기자들에게 "30~40페이지에 달하는 연구보고서를 서너 편 제출하고 정상적으로 받은 전형적인 자문료"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제기한 의혹대로라면 한 전 청장에게 '보은'을 하려는 정권 관련 인사들이 대기업을 독촉해 한 전 청장에게 돈을 건넸다는 말이 된다. 국세청장을 그만두고 석연치 않은 의혹을 받아 '도미'한 인사에게 대기업이 순수 '로비용'으로 자문료를 건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는 논리다.
한상률 입은 '불발탄'?…檢, '개인비리'로 몰고가나?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 전 청장 수사를 '개인 비리'로 몰고가려는 검찰의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검찰은 한 전 청장의 개인 비리 의혹과 관련한 계좌 추적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주류업체 인허가 과정에서 한 전 청장이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한상률 전 청장과 함께 'BBK의혹'의 핵심 인물이었던 에리카김 씨가 이날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것도 주목된다. 에리카김 씨는 BBK 사건 관련 선거법 위반(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허위사실임을 알았지만 동생의 간곡한 부탁을 받았고, 대선 정국에서 이를 폭로하면 동생의 수사·재판에서 정치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잘못을 저질렀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BBK 설립자는 이명박 후보"라는 에리카김 씨의 주장이 허위라는 게 공인된 상황에서 검찰이 "한 전 청장이 국세청장 시절 도곡동 땅과 BBK의 실체를 알고 있을 것"이라는 야당의 주장을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 전 청장의 경우 개인 비리 선에서 '꼬리자르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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