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감격스러워요.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 같이 싸워요."
장기자랑 '갑질 논란'을 겪은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에 25년만에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27일 저녁 노조 분회장에 선출된 12년차 간호사 송명희(33)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며 동료들 앞에 섰다. 노조 수석부분회장에 선출된 16년차 간호사 김미화(37)씨도 "두렵고 무섭다. 이제 노조와 함께 곪아있던 문제들을 헤쳐나가자"고 말했다. 25년만에 설립된 노조 간부를 맡은 두 사람은 눈물을 터뜨렸다.
27일 오후 6시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대구지역지부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분회(분회장 송명희)' 출범식이 열렸다. 지난 1990년 초 노조가 사라진 후 25년만이다. 노조 조합원은 일주일 동안 온라인으로 가입자를 받은 결과 600여명을 돌파했다. 전체 직원 1,700여명 가운데 조합원 가입 대상자는 1,100여명으로 과반을 넘긴 셈이다. 이날 출범식에는 간호사, 조무사, 방사선사, 영사기사, 행정직원 등 200여명 병원직원들이 참석해 뜨거운 열기를 반영했다.
노조 분회장에는 송명희씨, 수석부분회장에는 김미화씨가 단독입후보해 현장 투표에서 선출됐다. 노조는 오는 28일 사측(의료원장 최경환 F.하비에르 신부)에 면담을 요청한다. 첫 노사교섭은 내년 1월 중순으로 예상하고 있다. 요구안에는 ▲임금인상 ▲미지급 시간외수당 지급 ▲임신직원 강제야간근로 철회 ▲강제 장기자랑 철회 등 사내 부당노동행위와 갑질문화 근절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가톨릭대노조는 출범 선언문에서 "그동안 근로기준법에서 보장한 노동의 정당한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고 장기자랑, 이삿짐 나르기, 병원 청소하기 등 업무 외 부당지시들을 받았다"며 "이제서야 병원 문제들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고 했다. 특히 "보복성 배치전환과 초고속 승진 배경은 능력이 아닌 집안 성직자 여부였다"면서 "누구나 알지만 말못할 승진원칙이 일하는 의미를 잃게 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절망과 무기력은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며 "오늘 우리는 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병원에 심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한다"고 밝혔다. 때문에 "환자들이 믿고 찾을 수 있고 노동자들 또한 자랑스러워하는 병원으로 만들 것을 결의한다"면서 "단결된 힘으로 부당함에 맞설 것"이라고 했다.
한편, 앞서 25일 대구가톨릭대병원이 간호사들에게 수 년간 '노출댄스 장기자랑'을 강요해왔다는 병원 익명 직원의 글이 페이스북 대나무숲 페이지에 올라와 파문을 빚었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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