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씨가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미르재단이 박근혜 정부 당시 진행됐던 이동형 복합 개발 협력 사업인 '코리아에이드'에 관여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외교부 등 관계부처를 동원해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청와대는 미르재단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자 외교부에 코리아에이드와 미르재단의 연관성이 담긴 문건을 수정하라는 지시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10월 국정감사 시 국회는 외교부에 코리아에이드 사업에 대한 재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관련 TF가 구성되었고, 최근 활동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그는 "TF 확인 결과, 코리아에이드 사업은 미르재단이 사전 기획한 사업을 당시 청와대가 외교부 등 관계 부처를 동원하여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당시 외교부는 미르재단의 실체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데 대해서는 장관으로서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국민들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TF에 관여한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2016년 1월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된 관계부처 회의가 청와대에서 열렸고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이 회의를 주재했다"며 "당시 코리아에이드라는 사업 이름은 없었지만 (해당 사업이) 2016년 상반기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 계기 사업으로 확정됐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담당 국장이 장관에게 이를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에도 대통령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협의도 하고 정리도 하는 과정에서 (외교부에) 보고됐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외교부는 당시 부처 차원에서 미르재단의 실체는 알지는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당국자는 "1월 당시 회의에서 청와대 및 여러 부처 관계자들이 회의에 참석했는데, 이 회의에서 지금 현재 인지하고 있는 미르재단의 실체를 알고 있었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미르재단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판단 근거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미르재단이 어떤 성격을 가진 단체인지에 관한 자료가 2016년 외교부 생산 또는 접수한 문서에서 확인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그는 당시 외교부에서 이에 관여했던 관계자들도 진술을 통해 미르재단의 실체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당시 시점에서 미르재단이 최순실 씨에 의해 운영된다는 점을 알고 있던 것은 안종범 수석에 국한됐던 것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답변을 피했다.
그러나 코리아에이드와 같은 ODA 사업에서 민간재단이 참여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문제 제기가 당시 외교부 내에서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 당국자는 "민간에서 이런 사업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직접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그런 것들에 대해 (외교부는)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수동적인 입장에서 주어진 일을 담당하는 역할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 과정에서 외교부는 사업의 세부 내용과 관련해 일부 수정된 의견을 제시했다"며 "당초에는 보건과 음식, 문화가 어우러진 사업이었지만 ODA 기준에 맞게 일부 내용을 수정해서 보건 분야가 강조되는 방향으로 보완해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청와대가 외교부에 미르재단과 코리아에이드가 연계돼있다는 부분을 삭제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논란과 관련, 이 당국자는 "2016년 9월 국정감사 당시 국회에 문서 제출 과정에서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TF팀이 확인한 바에 의하면 당시 청와대의 지침(스탠딩 오더, standing order·철회 때까지 유효한 명령)이 있어서 거기에 맞게 문서가 일부 수정돼서 제출된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청와대로부터 어떤 지침이 내려왔느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지난해 9월에 미르재단과 관련한 의혹이 많이 제기됐다"며 "그래서 당시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실 쪽에서 코리아에이드 관련 내용은 답변의 통일성을 기하는 것이 좋겠다는 지침이 있었다"고 답했다.
한편 당시 외교부의 수장이었던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미르재단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윤 장관은 대통령 순방 계기로 (코리아에이드가) 이뤄진 거라고 알고 있었지만 미르재단의 실체는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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