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장자연 씨 사건과 관련해 조현오 경찰청장은 10일 "우월적 지위에 있다는 이유 하나로 연예인을 술자리에 불러내고 성상납까지 받았다면 경찰이 철저히 수사해 법의 단죄를 받게 해야 한다"며 "그렇지 못한다면 경찰의 존재이유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조 청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경찰의 자존심을 걸고 철저히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청장은 '장자연 파문'이 처음 일었던 지난 2009년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하며 수사를 지휘했다.
그러나 당시 일부 기획사 관계자들만 처벌을 받았을 뿐 소위 '장자연 리스트'에 언급된 기업과 언론계 유력 인사들에 대해선 '혐의없음' 결론을 내려 부실수사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다만 조 청장은 논란이 되고 있는 편지의 진위 여부에 대해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철저한 수사의지'를 밝힌 대목에서도 조 청장은 "장자연의 친필 편지가 맞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당연히 철저하게 수사…장자연의 '친필 편지'가 맞다면"
조 청장은 최근 압수수색을 통해 입수한 편지 원본에 대한 "필적감정뿐 아니라 지문감식, DNA 조사까지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 청장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최대한 빨리 감정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통상 2주가 걸리지만 이 사건은 최대한 많은 인원이 밤을 세우며 하고 있기 때문에 오래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민주당 백원우 의원은 "많은 국민들은 이러한 관행에 사회 지도층 유력인사가 개입돼 있을 것이라는 확실한 심증을 갖고 있다"며 "이것을 밝혀내지 못한다면 경찰도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은 "연예인의 성접대라는 것은 헐리웃에서는 전후에 다 끝난 일이고 일본에서도 사라진 관행"이라며 "그런데 아직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수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 젊은 여성의 꿈을 미끼로 자신의 회사를 키우기 위해 영혼을 짓밟은 행위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파렴치의 극치, 악중의 악"이라며 "편지가 진본이라면 과거의 결론이 어떻든 철저한 재수사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지난 2009년 수사에선 유력 언론사 대표 등 논란이 된 인사들에 대해 '혐의없음'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는데, 이번에 발견된 편지가 진본이라면 이들에 대한 수사도 원점에서 다시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조현오 청장은 "편지가 친필 진본이라면 많은 양의 수사단서가 새로 발견된 것이므로 당연히 그에 기반해 철저히 수사하겠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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