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방문한 충북 제천 대형 화재 사고 현장과 병원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유가족들은 "통유리만 일찍 깼어도 사람들이 많이 살았을 것"이라며 오열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충청북도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을 방문한 뒤, 유가족들이 있는 병원 현장에 갔다. 문 대통령이 도착하자 일부 유가족들은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또 다른 유가족들은 "정부가 이런 식으로 대처하는 게 한두 번입니까", "죽여놓고 오면 뭐 합니까"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유가족은 동행한 취재진에게 "사진 찍지 마세요"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대통령에게 "결과 좀 알려주세요"라며 흐느끼는 유가족도 있었다.
유가족들은 "초기 대응만 잘했어도 사람이 이렇게 많이 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유가족은 문 대통령에게 "화재가 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119에 신고를 했다"며 "소방차가 오후 4시에 출동했는데, (2층 사우나에 있던) 통유리를 오후 5시 30분에 깼다는 게 말이 됩니까? 사우나에 있던 사람들 락커 가서 옷까지 갈아입고 구조만 기다리는데 다 죽었잖습니까"라고 호소했다.
아내를 잃었다는 또 다른 유가족도 "사우나실 통유리를 안 깨서 죽은 것이다. 통유리만 일찍 깼어도 사람들이 많이 살았을 것이다. 제가 용접을 해서 잘 안다. 일당 10만 원짜리 안전사만 뒀어도 이런 사고가 안 났다. 그 인건비 아끼려다 이렇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안전 관리하는 사람 한 명만 있었어도 됐다는 말이죠. 통유리가…"라고 되뇌었다.
또 다른 유가족은 "우리나라 사회 안전망이 이렇게밖에 안 된다니 좌절감만 느낀다. 각층에 소방관이 있어서 각층에서 진압했더라면 피해가 더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한 유가족은 "비상구가 문제다. 정말 거기에 많은 사람들이 갇혔다. 구해주기를 기다리다가 다 죽었다"고 말했다. 다른 유가족도 "진상 규명 부탁드릴게요. 탈출을 하고 싶어도 문이 좁아서 탈출을 못했나 봅니다. 꼭 좀 억울한 사연 없게 힘 써주십시오"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네"라고 답했다.
어머니를 잃은 아들은 "와주셔서 감사하다. 어머니가 통유리에 갇혀 나올 수가 없으셨던 것 같다"고 했고, 문 대통령은 아들의 손을 잡고 "황망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기운 내십시오"라고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살 수 있었던 것 아닌가요"라고 말하는 또 다른 유가족의 어깨를 두드리며 "힘 내십시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유가족은 "사람이 먼저라고 하셨는데, 이번에 사람이고 뭐고 없었어요. 화재가 났으면 구조를 해줘야죠"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뭐가 문제라고 생각하는지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하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문 대통령은 유가족 대표단과 즉석에서 약식 간담회를 가졌고, 유가족들은 "말만이 아닌 제대로 된 나라다운 나라로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참담함을 느낀다. 범정부 차원으로 이번 사고의 원인과 대응 과정을 철처하게 살피고, 비록 사후적이지만 한이라도 남지 않도록 이번 사고를 조사하고 조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과 제천 화재 현장에 들러 소방 당국으로부터 사고 상황을 보고받고, 사고 현장 옆에 마련된 간이 텐트에 들러 소방관들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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