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운전자'를 자처하면서도 여러 차례 무력감을 호소했던 문재인 정부에게 평창 대회는 '두 가지 반전(反戰·反轉)'의 기회이자 계기로 거론되어왔다.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걱정하는 국제사회에는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고, 꽉 막힌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의 대화의 문을 여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이나 연기는 이를 위한 첫 관문이라고 할 수 있다. 시기적으로 동계 올림픽(2월 9일~25일) 및 패럴림픽(3월 9일~18일)은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 계획과 조우하게 된다. 만약 군사 훈련을 예정대로 실시한다면 북한의 평창 대회 참가 가능성은 줄어들고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은 높아질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의 회심의 카드는 광자의 게임이 난무하는 한반도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변수들이 존재한다. 먼저 북한의 호응 여부이다. 문 대통령도 "이 모든 것은 북한의 행태에 달려 있다"가 강조했을 정도로 이를 핵심적인 변수로 보고 있다. 직접적으로 호응의 척도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평창 대회 참가이고 또 하나는 북한도 추가적인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을 자제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이뤄지면 대화의 문이 열릴 가능성도 높아진다.
일단 북한이 추가적인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발사 가능성은 당분간 낮다고 할 수 있다. "국가 핵무력 건설 완성"을 선언한 만큼 정치적·기술적 필요가 절박하지 않은 것이 1차적인 이유이다. 또한 북한은 이를 지렛대로 삼아 국면 전환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나 연기가 한미 양국의 입장으로 공식화되면, 북한도 "도발" 자제와 평창 대회 참가로 호응할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 변수, 어쩌면 가장 결정적인 변수는 문 대통령의 제안을 "검토 중"인 미국의 판단이다. "최대의 압박"과 "힘에 의한 평화"에 몰두해온 트럼프 행정부의 유력한 카드 가운데 하나가 바로 강력한 군사훈련의 실시였다. 이에 따라 한미 군사훈련의 일시 중단이나 연기는 "대북 압박 캠페인을 강화하겠다"는 트럼프의 기조와 차이가 난다.
또한 매년 상반기는 미국이 다음 연도 국방예산을 책정하는 기간일 뿐만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는 대규모로 국방비 증액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연례적으로 한미 군사훈련과 이에 대한 북한의 반발로 조성되어온 한반도 위기를 국방비 증액의 구실로 삼았던 미국의 관행이 마음에 걸리는 이유이다.
그렇다고 트럼프 행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제안을 일축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우선 평창 대회 주최국이자 동맹국인 한국의 제안을 뿌리치는 것은 미국으로서도 부담스러운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평화는 올림픽 정신으로 일컬어진다. 그래서 미국이 주최국이자 동맹국의 제안을 거부하면 미국은 국제사회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아울러 미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선수단을 파견해 우승을 목표로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군사훈련 강행이라는 재를 뿌리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끝으로 국내 여론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반북 여론이 대단히 높고, 또한 보수 언론과 정치인들이 반북 여론을 부추기는 현실에서 한미 군사훈련 중단이나 연기는 남남갈등을 야기할 공산이 크다. 문재인 정부에 "북한에 평화를 구걸한다"는 프레임을 씌어 정치적 공격의 빌미로도 삼을 것이다.
그런데 상기한 세 가지 변수들은 서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북한과 미국의 호응 여부는 상대방의 언행에 상당 부분 영향을 받는다. 혹시라도 군사훈련 중단이나 연기를 놓고 한미간의 불협화음이 불거지면, 보수 언론과 정치인들은 이를 침소봉대하면서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고 강경한 여론 형성을 도모할 것이다.
하여 문재인 정부는 당당한 자세로 임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70%를 넘나드는 지지율은 이를 위한 유력한 자산이다. 북한과 미국에 대한 시각은 달라도 대다수 국민들은 평창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염원한다. 이건 국제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아울러 미국과 북한, 그리고 국내 보수 세력도 문재인 정부의 제안에 마땅히 호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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