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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닐 LP 커버 디자인, 그가 손댄 숱한 명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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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닐 LP 커버 디자인, 그가 손댄 숱한 명반들

[프레시안 books] <바이닐.앨범.커버.아트>

이른바 '명반'이라 불리는 옛 앨범 중에는 유달리 기억에 남는 디자인 아트워크를 내세운 작품이 많다. 에머슨 레이크 앤드 파머(Emerson Lake & Palmer)의 1973년작 [브레인 샐러드 서저리(Brain Salad Surgery)]나 미국의 펑크 밴드 데드 케네디스(Dead Kennedys)의 작품 [프랑켄크라이스트(Frankenchrist)] 표지는 H.R. 기거의 충격적인 작품을 사용해 음악 외적으로도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누구보다 옛 명반 아트워크사에 길이 남을 이름은 힙노시스(Hipgnosis)다. 힙노시스는 여러 아트 디자이너가 몸담았던 디자인 그룹으로, 집단의 주축은 스톰 소거슨(Storm Thorgerson)과 피터 크리스토퍼슨(Peter Christopherson), 포(Po) 등 세 사람이다. 이들은 명반이 속출했던 20세기 록 태동기 숱한 뮤지션의 꿈을 앨범 표지로 구현했다.

신간 <바이닐.앨범.커버.아트>(오브리 파월 지음, 김경진 옮김, 그책 펴냄)는 1967년부터 1984년까지 근 30년간 힙노시스가 작업한 373장의 음반 디자인 커버를 집대성한 일종의 카탈로그다. 책을 편 이라면 우선 힙노시스의 방대한 작업량에 놀라고, 관련 작업에 얽힌 뒷이야기들을 세심히 담은 정성에 놀라며, 무엇보다 힙노시스가 손댄 ‘명반’의 향연에 크게 놀랄 것이다. 최근 애플이 사옥으로 사용키 위해 매입한 것으로 알려진 런던의 배터시 화력발전소를 표지에 사용한 명반 [애니멀스(Animals)]를 비롯한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주요 작품을 비롯해 블랙 새버스(Black Sabbath)와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피터 가브리엘(Peter Gabriel), 에이시디시(AC/DC),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텐씨씨(10cc), 티.렉스(T.Rex) 등 대중음악사에 굵직한 역사를 남긴 뮤지션들의 숱한 명반이 힙노시스의 손을 빌려 태어났다.

음악을 즐기는 이유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누군가는 뮤지션의 메시지에 집중하고, 누군가는 리듬에, 누군가는 멤버들의 조합에 관심을 지닌다. 하지만, 음악을 접하는 수순은 따지고 보면 동일하다. 우선 본다. 앨범 표지를 응시하면서 청자는 음악과 처음 만난다. 표지는 앨범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가장 농밀한 메시지다. <바이닐.앨범.커버.아트>에 관심을 지니고 즐긴 이라면 옛 명반들을 처음 접할 때 품은 가슴 설렘이 새삼 되새겨질 것이다.

흥미로운 이야기 중 하나는 시디(CD) 시대 이후 앨범 재킷 디자인이 엘피(LP) 시대보다 퇴보했다는 주장이다. 청취자는 음악을 들음으로써 뮤지션의 주장과 세계관을 접하지만, 엄밀히 말해 음악을 처음 접하는 순간은 눈으로 재킷을 볼 때다. 음악을 듣기 전에, 우선 본다. 재킷 디자인이 중요한 이유다. 엘피 시대 음반은 컸다. 자연히 그림을 담을 공간도 컸다. 시간이 갈수록 앨범의 크기는 줄어들었다. 시디에서 엠피3(MP3)로 사이즈는 줄어들었고, 이제 음악은 스트리밍의 시대로 이행했다. 재킷 디자인의 중요성이 갈수록 떨어지니, 앨범 재킷 디자인에 뮤지션이 들이는 정성도 과거보다 덜해졌다는 주장은 일견 설득력 있다.

따라서 어쩌면 이 책은 이제는 다시 찾기 힘든 음악의 메시지를 추억케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아울러, 음악이 지금보다 더 중요했던 시기를 돌아보게끔 하는 안내서가 되기도 한다.

▲ <바이닐.앨범.커버.아트>(오브리 파월 지음, 김경진 옮김, 그책 펴냄)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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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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