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설립된 성락교회는 신길동 본당과 신도림동의 세계선교센터(세계센터), 각 지역 50여 개의 예배당이 있는 대형 교회다. 세계센터는 233만 평 면적에 아파트 28층 높이, 2만2000석 예배 좌석 수를 보유해 세계 최대 규모에 이른다.
교회에 고용되어 일하는 노동자들만도 약 170여 명. 이중 방송홍보과에서 일하는 노동자 이신혜, 장홍규, 박철우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들은 10년 이상 또는 태어날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 교회에 출석한 성도다. 자신들의 재능을 살려 봉사하다가 자연스럽게 교회 직원이 되었다. 각각 2008년, 2009년, 2013년 교회와 고용 계약을 맺고 교회 예배 및 행사와 관련된 홍보 영상을 만드는 일을 해 왔다. 대학에서 연극영화과를 전공한 이신혜 씨와 박철우 씨는 각각 기획 및 연출자, 작품 구성과 대본을 쓰는 작가로 일하고 있다. 장홍규 씨는 음향 감독이다.
"감사한 마음으로 시작했었죠. 이 사태가 나기 전까지는요."
그들이 말하는 '사태'는 바로 김기동 목사와 그 일가의 비리로 인해 성도들이 분열된 상황을 말한다. 성도들은 원로목사를 옹호하는 '원감파'와 그에 반대하는 '개혁파'로 나뉘었다. 논란이 된 원감목사의 비리는 교회 재산 횡령, 성추문, 교회 세습 등이다. 개혁파는 원감목사가 교회 헌금과 부동산을 부정 축적한 재산이 약 500억~1000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회를 세습한 아들 부부의 재벌가 같은 사치와 권위주의적 언행도 논란이 됐다. 2016년 말부터 윤준호 목사가 교회 세습과 교회 재정에 관해 비판했고, 이에 대한 공감대가 신도들에게 급속도로 퍼졌다.
이 과정에서 김기동 목사로부터 성폭행·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제보가 잇따랐고 이 내용을 종합한 'X-파일'이 지난 3월 신도들에게 공개됐다. 그리고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심층 보도됐다. 일련의 사태를 거치면서 한때 13만 명에 이르던 신도 숫자는 1만 명 미만으로 감소했다.
"저희에게 신앙은 일, 일은 신앙이었어요. 힘들어도 기쁜 마음으로 헌신했던 이유는 상급(하늘의 사례)을 보고 한 것이었죠."
이들이 홍보 영상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전에 충분한 자료를 수집하고 회의를 통해 각 담당자들과 사전 조율을 해야 한다. 근무시간은 보통 회사처럼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였지만, 행사가 연이어 있을 때는 초과 근무를 하기 일쑤였다.
"주일마다 나가는 영상 만들고, 절기(부활절, 성탄절 등)마다 공연도 연출해야 하고요. 프로젝트가 끝나야만 퇴근할 수 있었죠. 대부분 야근하는 날이 많았고요."
주 5일 근무도 올 9월에서야 시행됐다. 토요일이 쉬는 날이지만, 행사가 있으면 출근했다. 집에 못 들어가는 날도 많았지만, 기쁜 마음으로 임했다. 이들이 만든 공연은 꽤 우수해 외부에서도 몰래 보고 따라 하기도 할 정도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들의 임금(교회에서는 '사례'라고 부른다)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을까?
"저희 셋 다 월 200만 원도 안 돼요. 전문성에 비해 너무 낮은 사례금이라 어디 가서 말도 못 꺼내요."
사회적 기준보다 턱없이 부족한 임금이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었다.
"힘들어도 기쁨이었죠. 우리 믿음을 확신했으니까요."
그러나 요즘 그들은 원감목사의 비리로 인해 박탈감을 느끼고 기운이 빠진다.
"원감목사가 한 푼도 안 받았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한 달에 1억 원 이상 받아갔다고 하잖아요. 직원들 상심과 상처가 크죠."
"원감파는 노조 배후에 개혁파가 있다고 의심해요. 하지만 저희가 독립적으로 만든 단체입니다."
개혁파와 연관은 없지만, 노조원 대부분은 원감목사의 비리가 소명되고 교회 재정이 투명하게 운영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교회 사무처와 원감파 성도들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원감파 성도들은 가슴에 달고 다니는 '환언(말씀으로 돌아가다)' 배지를 달고 개혁파와 노조원은 배지를 달지 않는다. 누가 어느 편인지 구분되는 것이다.
"그 '표식(배지)'이 없는 사람들이 업무에서 배제되고 있어요."
교회 사무처는 업무를 노조원들에게 주지 않고, '사랑회'라는 원감파 조직에 맡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랑회 성도를 직원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업무 배제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은 원감파 성도들에게 비난을 받기도 한다.
"식당 이용할 때도 '너는 여기 왜 와 있어?'라고 해요. 어릴 때부터 같이 교회에 다닌 성도들인데….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요."
개혁파 예배에 참석했던 한 노조원은 "성도 헌금으로 월급 받고 일하면서 너희가 성도 뜻과 다르게 일해도 되냐?"는 말도 들어야 했다. 이 사태가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노동자들에게 주일은 가장 기다려지고 기쁜 날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가장 힘든 날이 됐다.
노조의 요구사항은 고용안정과 근로기준법 준수다. 왜 성경이 아닌 세상의 법을 들이대느냐고 원감파가 묻는다면, 노조는 어떻게 대답할까.
"저희에게는 헌신하라면서 땅에 재물을 모아 둔 그분들은 그렇게 말할 자격이 없어요. 신앙에도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기준이 있어요. 이전의 우리 생활은 그렇지 못했고요."
아이러니하다. 예수의 사랑으로 구성된 공동체라면, 그 구성원들은 세상의 법인 '근로기준법' 이상으로 배려받고 존중받았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인격적으로도 무시당했다. 한 예로, 박 씨가 원감목사의 일화를 들려주었다.
식당에서 배식받으려고 줄을 서 있을 때 원감목사가 나타나자, 성도들이 섬기는 분이니 앞줄로 가라고 원감목사를 배려해주었다. 그러자 원감목사가 말했다.
"어, 아랫것들은 천천히 먹어. 아랫것들은 나중에 먹어도 돼."
노동자들은 원감목사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느꼈지만, 대부분 믿음으로 덮고 순종했다. 그러나 교회 비리를 접한 이상은 순종할 수 없다. 장 씨가 말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비리를 다 밝히고 털어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희를 봉사자로 봤던 것을 이제는 노동자로 인정해주길 바라고요."
정년을 앞둔 박 씨는 이렇게 말한다.
"주 앞에 만민은 평등하다고 했던가요? 주종 관계가 아닌 하나님 자녀로서 그리고 한 인격체로서 제 맡은 바 일을 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예수는 스스로 가난한 삶을 살았고 장애인, 여성, 세리 등 당시의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며 평등을 실천했다.
"곧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모든 믿는 자에게 미치는 하나님의 의니 차별이 없느니라."(로마서 3장 22절)
김기동 원감목사와 그 일가가 믿는 예수는 어떤 예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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