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진보 논객인 진중권-김규항 씨가 이번에는 '선거 연합'을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와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가 쓴 <진보집권플랜>이 사실상 "개혁적인 중산층 엘리트들"의 "민주집권플랜"이지 진보 집권 플랜과 거리가 멀다는 주장을 한 김규항 씨의 칼럼이 논쟁의 계기가 돼,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가 진행 중인 '선거 연합'에 대한 논란으로 번졌다.
논쟁의 시작은 이렇다. 김규항 씨는 지난달 10일 <한겨레>에 '좀더 양식있게'라는 제목의 칼럼을 내고 "이 책(진보집권플랜)은 이명박 정권 교체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선거 연합, 즉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을 중심으로 하는 정권교체를 주장하는 책이다. 과연 그런 정권교체가 '진보집권'인가"라며 "'시민집권플랜' 혹은 '민주집권플랜'쯤이면 충분하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그런 정권교체를 진보집권이라 부르는 건 그런 정권교체로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이명박이냐 노무현이냐가 그 밥에 그 나물인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부인하는 폭력"이기 때문이라는 게 김 씨의 주장이다.
이에 진 씨는 지난 1일 같은 지면에 칼럼을 내고 "조국·오연호에게 '중산층 엘리트' 딱지를 붙인다. 그 딱지가 우리 사회를 '좀더 양식 있게' 만들어줄 거란다. 그의 비판의 요지는 상표권 도용. 왜 자기 허락 없이 '진보'나 '좌파'라는 상표를 쓰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 씨는 "진보정당은 집권 전망도, 수권 능력도 없다. 이것이 철인좌파마저 모자 눌러쓰고 진보정당을 외면해온 바람에 생긴 빌어먹을 현실이다. 하지만 그보다 암울한 것은 앞날. 딱지치기로 '진보'하는 좌파정치에 과연 미래가 있을까"라며 "지금 이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다가올 연합 속에서 되도록 진보의 가치를 많이 관철시키는 것이지, 그 연합에 딱지나 갈아붙이는 것은 확실히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김 씨가 바로 반박을 했다. 김 씨는 3일 역시 같은 지면에 '난감한 풍경'이라는 칼럼을 내고 "진씨는 현재 개혁우파 세력과 일부 진보정치 세력이 진행 중인 선거연합을 옹호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진 씨는 꽤 오랫동안 진보정당 활동을 하면서 이런 선거연합을 반대해왔는데 생각이 바뀐 모양"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내가 문제 삼는 건 선거연합 자체가 아니라 지금 진행 중인 선거연합이 과연 진보의 가치를 관철시킬 수 있는 선거 연합인가 하는 것"이라며 "정체성을 지키지 못하는 연합은 '연합을 빙자한 흡수통합'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이명박 정권보다야 낫지 않겠냐고? 물론 그렇긴 하겠지만 이명박 정권에 대한 우리의 반감이 개혁우파 세력을 턱없이 미화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김 씨는 "개혁우파 세력이 집권하면 세상이 어떨까는 전주를 보면 된다. 버스 노동자들이 86일째 추위와 폭력 속에 파업하고 있는데 민주당이 장악한 전주시와 전주시의회는 이명박보다 덜하지 않다"며 "그런 선거연합을 진보라 부르면 제대로 된 선거연합을 모색하는 진보는 뭐라고 불러야 하나? 순진보, 원조 진보라 할까? 진보가 참기름, 족발인가? 그걸 지적했더니 도리어 '진보를 전세 냈느냐', '딱지를 붙인다' 성을 내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 태도"라고 진 씨를 비판했다.
현재 야당들 사이에서도 연대의 범위와 방식을 둘러싼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지난달 28일 국회 비교섭단체 연설에서 "올해 상반기 기필코 진보대통합당을 건설하겠다"고 밝혔지만, 진보신당과 민주당 사이에는 북한에 대한 입장 차이, 당내 패권주의 등 분당 당시 문제를 놓고 여전히 입장 차이가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후보가 지속적으로 민주당을 제외한 야당들끼리의 우선 통합을 주장하면서 진보정당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국참당의 이런 제안에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며 비교적 호의적인 입장을 밝혔고, 노회찬 진보신당 전 대표는 "무지개 정당은 아름답지만 오래 못 간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영화배우 문성근 씨가 이끄는 '국민의 행동' 등은 민주당까지 포함해 '야권 단일 정당'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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