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파트 없애고 수사권 떼어내면 국가정보원이 달라질까?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내놓은 국정원 개혁안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설거지만 해주고 범죄를 부추기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형편이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인권연대는 18일 국회에서 '시민통제의 관점에서 말하는 국정원 개혁' 합동토론회를 열고 국정원의 적폐 청산 방안을 모색했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지난 달 29일 발표한 개혁 방안의 내용은 크게 △기관 명칭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꾸고, △대공 수사권을 타 수사기관에 넘기고 정보 수집 활동에 집중하며, △정보 수집의 범위는 국외로 한정하겠다는 것이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이같은 개혁안에 대해 기대보다는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드러난 문제에 대해서만 매스를 가하는 대증요법이라는 것이다. DJ-노무현 정권 당시 과거사정리위원회를 발족해 백서까지 만들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참담했던 과거를 되풀이했던 것과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장경욱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국가보안법 폐지 없이 국정원 개혁은 없다"고 단언했다.
장 변호사는 "최근 국정원 내부 제보로 유우성 사건 당시 국정원이 수사 방해 계획을 세운 사실이 알려졌는데, 이는 적폐청산TF를 통해선 알지 못 했던 사항"이라며 "결국 적폐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대공수사권만 떼어내 권한이 축소되면 검경과 국정원이 서로 견제할 것 같나. 언제 검찰이 국정원을 견제하는 것을 본 적이 있나. 보안수사대는 믿을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국보법 관련 정보수집권이 국정원에 존재하는 한 국정원은 허위 증언을 만들어 간첩 조작 사건에 가담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국정원의 비밀주의를 타파해야 한다며 "수사권 또는 제한 없는 조사권을 가진 외부의 독립적 감찰 기구를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조지훈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 또한 '외부 통제'를 강조하며 "국회 차원에서 정보기관에 대한 감시감독 활동이 제대로 수행될 수 있는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대안으로 '국회 소속 전문가형 정보기관 감독기구', '대통령 소속 정보감찰관 제도' 등을 제시했다.
국정원의 감청 관행에 대한 엄격한 통제장치를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길영 신경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정원의 다양한 '병인((病因)' 가운데 하나로 감청을 꼽았다. 국정원은 앞으로 일어날 상황에 대한 정보를 유의미하게 받아들이며, 이를 위해 감청을 한다는 것이다. 전체 수사기관의 감청 건수 가운데 국정원의 감청 비율은 2015년 98.6%, 2016년에는 99.2%, 2017년 상반기에는 99%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그는 "감청에 대한 직접적인 억제제, 디지털 정보 통신 부문만을 별도로 감찰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캐나다의 CSE(Communications Security Establishment)와 OCSEC(Office of the Communication Security Establishment Commissioner)라는 두 조직을 예로 들었다. CSE는 정보 기관과는 별도로 디지털 통신 부문만을 전당하는 기구이며, OCSEC는 CSE를 상시적으로 통제하는 별도의 조직, 즉 '직접적인 억제제'인 셈이다.
그는 "여러 병인 중 한 가지에 대한 대응일 수 있으나, 최소한 이에 대한 억제가 질환 전체에 대한 유의미한 통제력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이재승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또한 "국정원이 왜 누구를 어떻게 어디서 무슨 내용을 감청했는지 국민은 전혀 알지 못한 채 특정 정파, 특정 인물의 고민을 해소해주는 해결사로서 국가정보기구가 동원됐다"며 "그것이 국정원의 파일이라는 형태로 지속적으로 생산되고 정리됐으며 그것이 바로 블랙리스트의 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정원법상 국정원의 수사권폐지뿐 아니라 통신비밀보호법의 느슨한 통제 방식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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