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각 부처별 특수활동비 예산 가운데 국가정보원에서 숨겨놓은 예산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참여연대는 20일 '2018년도 예산안 특활비 편성 사업 및 평가' 보고서를 통해 특활비가 편성된 19개 정부기관의 예산안 검토 결과를 내놨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경찰청‧국방부‧통일부‧해양경찰청 등에 국정원이 기획‧편성한 정보예산 1905억6500만 원이 배정됐다. 19개 기관 전체 특활비 3216억4600만 원 가운데 59%를 차지하는 액수다.
국방부에 편성된 군사 정보 활동 사업은 1476억7000만 원. 그 다음은 경찰청 정보국 치안 정보 활동비로, 322억6200만 원이다. 통일부 통일정책추진활동비는 21억4400만 원, 해양경찰청 기획특수활동비는 84억8900만 원이 책정됐다.
국정원은 자체 예산안은 공개하지 않으면서, 국정원법에 포함된 정부기관의 정보예산 편성 권한을 이용해 필요 예산을 부처 예산에 숨겨둬 왔다. 각 부처가 예산 편성 시 국정원과 조율해 정보예산을 마련하고, 이후 국정원은 각 부처에 배정된 정보예산을 빼서 쓰는 식이다. (☞관련 기사 : 국정원, 영수증 없는 '특수활동비' 2조 원 이상 썼다)
참여연대는 "해당 사업에 대한 설명자료가 확인되지 않거나, 사업내용에 특수활동비가 편성된 법령상 근거 등이 기재되지 않아 확인할 수 없는 특수활동비도 다수 있었으므로 19개 기관 전체 특수활동비 예산 중 국정원이 관여하는 금액은 더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특활비 총액은 올해에 비해 18.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법무부 간부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 간의 이른바 '돈봉투 만찬' 사건 그리고 최근 확산되고 있는 박근혜 정권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문제 등을 두루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가운데 10% 가까이는 특활비 용도 규정과 동떨어진 사업에 편성된 점이 드러났다. 참여연대는 "64개 사업 중 34개 사업은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 활동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총 특활비 예산의 9.1%인 294억800만 원이 △부서의 기본운영경비, △국회의원의 입법·외교·국제회의 등 지원, △정상 및 총리외교 수행 등 본래 목적과 달리 편성됐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기밀성을 요하는 정보 수집 및 수사 활동과 그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에 해당하지 않는 사업에 대해서는 특수활동비의 불필요한 편성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각 정부기관의 예산으로 편성되지만 국가정보원이 기획‧편성하는 예산도 투명성, 관리감독 상 문제가 있으므로 예산 집행처를 명확히 해 통제를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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