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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조건 없다"던 틸러슨, "북한 위협 중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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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조건 없다"던 틸러슨, "북한 위협 중단돼야"

기존 입장에서 후퇴한 미국, 북한은 "우리는 책임있는 핵 보유국"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과 대화를 위해서는 북한의 군사 행동이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일단 만나서 "날씨 이야기라도 하자"며 '조건 없는 대화'를 강조했던 기존 입장에서 물러난 셈이다.

틸러슨 장관은 15일(이하 현지 시각)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장관급 회의에 참석해 "북한과 대화가 이뤄지기 전에 위협적 행동의 지속적인 중단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틸러슨 장관이 지난 12일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과 국제교류재단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우리는 전제조건 없이 기꺼이 북한과 첫 만남을 할 것"이라며 "그냥 만나자. 당신(북한)이 원한다면 날씨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말한 것과 비교했을 때 다소 후퇴한 입장으로 풀이된다.

틸러슨 장관은 이어 "외교로 (북핵 문제에 대한) 해법을 만들기를 희망한다. 북한과 소통 채널을 계속 열어둘 것"이라며 "북한은 대화 테이블로 돌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지난 11월 29일 북한이 시험 발사한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화성-15형을 거론하며 "그런 위협에 직면할 경우 어떤 나라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방어를 위해 모든 옵션을 올려놓고 있지만 북한과 전쟁은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틸러슨 장관은 북한에 대한 경제적‧외교적 압박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가 북한의 해외 노동자를 계속 고용하고 있다면서 "핵무기에 필요한 자금을 대기 위해 노예와 다름없이 일하고 있는 북한의 노동자를 계속 허가하는 것은 평화를 위한 파트너로서의 러시아의 노력에 의문을 들게 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의 원유 공급에 대해서도 틸러슨 장관은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도 중대한 이슈(북핵)인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중국이 공언한 것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면서 원유 중단을 촉구했다.

그는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화와 관련, 우리는 (북한의) 전제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동결을 위한 동결이나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 인도주의 지원 재개 등을 전제조건으로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틸러슨 장관이 제안한 '전제조건 없는 대화'와 관련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북핵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15일(현지 시각)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보리 장관급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북한 "사실상 핵 보유국"

한편 안보리 장관급 회의에 참석한 자성남 주유엔 북한 대사는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비확산 및 북한'을 주제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 '이해 당사국'임을 내세워 이례적으로 참석한 지 대사는 "핵무기 보유는 미국의 핵 위협으로부터 주권과 저항할 권리를 지키기 위한 자위적 조치"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은 책임있는 핵 보유국이며, 평화를 사랑하는 국가"라며 "비확산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 대사는 "북한은 핵무기와 (관련) 기술의 불법적인 이전을 막을 수 있는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압박이 아닌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안보리 장관급 회의 결과에 대해 "미국이 북한에 대한 추가적인 압박을 요구한 것은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든 미국의 불법적인 일방 제재든 어떤 압박 조치도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며 "이미 오래전에 정치적 해결로 갔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와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기울이는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대결적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우리는 그러한 사태가 전개되는 것을 경계한다"고 덧붙였다.

랴브코프 차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과 한미 연합훈련 축소 및 중단을 교환하는 1단계를 거쳐 북미, 남북 간 직접 대화를 통해 관계를 정상화하는 2단계를 달성하고 이후 한반도 비핵화를 논의하는 3단계로 진입하는 이른바 비핵화 '로드맵'을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안은 러시아와 중국이 함께 제안한 로드맵에 나타나 있다"며 이에 대한 실행을 촉구했다.

한편 이번 회의에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을 수행하고 있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대신해 참석한 조현 외교부 2차관은 북한에 대한 보다 강력한 제재를 강조했다.

조 차관은 "북한은 국제사회를 상대로 '의지의 전쟁'을 맹렬하게 벌이고 있다. 자신들의 용어와 조건에 입각한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기를 원한다"며 "우리의 답은 '절대 안 된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안보리 (제재) 결의의 구멍을 찾아 이용해왔다"며 "제재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며, 북한을 무너뜨리기 위함이 아닌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북한을 유도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조 차관은 "비핵화를 꺼리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데려오려면 우리는 결의의 이행에서 모든 구멍을 메워야 한다. 한참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며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조 차관은 북한에 내년에 열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우리는 도발이 충돌로 이어지게 해서는 안 되고 대화와 평화의 문을 닫아서도 안 된다"며 "그 맥락에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평화를 위한 올림픽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올림픽에 참가하고, 이 대화를 위한 기회를 잡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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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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