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저축은행 파동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상황에서 김석동 금융위원장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7일 부산저축은행등이 영업 정지를 당한 후 "올해 상반기 중에 추가 영업정지를 당할 저축은행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틀 뒤인 19일 4곳의 저축은행이 추가로 영업정지를 당하는 바람에 '양치기 소년(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23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한 김 위원장은 여야 의원의 호된 질타에 시달렸다.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은 "발언이 어떻게 전달됐든 영업정지 없다고 시장에는 인식이 됐는데, 계속 영업 정지가 생긴다"며 "김 위원장의 말은 (시중에서) '죽지 않으면 살아있는 것'이라는 말로 받아들인다"고 꼬집었다.
고 의원은 "특단의 유동성 공급 대책 안 나오면, 장기적을 저축은행 존립기반이 흔들리고, 옥석 가릴 것 없이 다 죽는다는 괴담까지 퍼진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용태 의원도 "저축은행을 무분별하게 설립하도록 해서 판을 벌린데 대한 강도높은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정옥임 의원은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만큼 책임을 통렬하게 따져야 한다"고 질타했다.
민주당 조영택, 김성남, 박병석 의원 등도 일제히 정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같은 당 박선숙 의원은 "지난 3년 저축은행 문제, 조기 적절 대책 마련 촉구했다.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 막지 말라고 고언해왔고, 폭탄돌리기 끝내라고 말해왔다"고 금융 당국의 안이했던 상황 인식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김석동 위원장은 '양치기 소년'이라는 지적에 "저는 양은 안 쳤다"고 받아치면서 "(전날 영업정지를 당한) 도민저축은행은 제가 자기자본비율 5% 미만 은행으로 분류해 그 (영업 정지) 사정을 소상히 밝혔다. 그런데 일부 언론은 제가 거짓말을 했다면서 신문 제목에 싣고 있다. 저는 상당히 억울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 언론에 실망했다"는 말도 했다.
김 위원장은 또 이날 부산의 우리저축은행에 2천만원을 입금한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부산에 가서 '예금 인출 안하면 영업정지는 절대 없다'고 했더니 어느 분이 '당신 돈 같으면 넣겠냐'고 하더라. 그래서 '내돈 같으면 넣겠다'고 했고 서울에 와서 (2000만 원을) 저금했다"고 밝혔다. 미래희망연대 김 정 의원이 "모든 저축은행에 조금씩 돈을 넣겠느냐"고 꼬집자 김 위원장은 "제가 돈이 없어서..."라고 답변했다.
예보법 개정안 쟁점…여당 내에서도 일부 우려 목소리 나와
이날 상정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도 도마에 올랐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 3월 임시국회 처리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이고 김석동 위원장도 "조속한 수습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개정안은 그간 은행계정, 보험계정, 저축은행계정 등으로 예금보호제도를 분리해 운영해오던 것에서 10조원 이상 규모의 공동계정을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렇게 마련된 공동 계정 기금으로 저축은행 부실문제를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가 개정안 통과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한나라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옥임 의원은 결국 부실 금융권을 지원하기 위해 타 금융권의 돈을 끌어다 쓰는만큼 "공동계정 도입시 도덕적 해이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조영택 의원도 "주인이 있는 남의 돈을 끌어다 부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사리에 맞지 않다. 제도적으로 일종의 보험금 갖다 쓰는 것이기 때문에 상환 의무도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다른 업계로까지 부실이 전이될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예보법도 논의 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석동 위원장은 "공동 계정 도입은 바로 가동할 수 있지만, (민주당이 주장하는) 공적자금을 새로 토입하려면 6개월 이상 걸린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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