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회에서 열린 이상훈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다운계약서 작성, 신고누락, 탈세의혹 등을 포함한 부동산 투기의혹이 주로 도마에 올랐다.
"기억나지 않는다", "잘 모르겠다", "사실이 아니다"며 의혹을 부인하던 이 후보자는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송구스럽다"며 꼬리를 내렸다. 한나라당 의원들마저 등을 돌리는 모습이었다.
"기억나지 않는다"→"민망하고 송구스럽다"
이상훈 대법관 후보자와 배우자는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 서초동 주상복합건물 내의 상가, 방배동 일대의 대지, 경기도 양평군 문호리 소재 임야 등을 사고팔아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지난 2001년 3억 원에 매입한 반포동 아파트는 이듬 해 5억4000만 원에 팔렸다. 배우자 명의로 매입한 서초동의 한 주상복합건물은 중도금 1억6000만 원만 납부한 뒤 역시 1년 만에 두 배인 3억2000만 원에 매도했다.
2003년 7억2200만 원에 구입해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는 서초구 방배동의 아파트(76평형)의 현재 시세는 13억~15억 원 수준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이 후보자의 배우자가 620만 원에 매입한 경기도 양평군 소재 임야 827㎡는 2005년 4860만 원에 매각되기도 했다.
특히 이 후보자는 이 땅의 매각과 관련한 내용을 재산신고에서 누락해 비난을 샀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임명동의안에서 부동산과 예금 등 모두 22억4100만 원의 재산을 신고한 바 있다.
민주당 김희철 의원은 "후보자의 배우자는 2001년부터 5년 간 10차례나 부동산 거래를 했다"며 "이게 투기가 아니면 뭔가"라고 따져 물었다.
같은 당 우제창 의원은 "양평군 임야의 경우 10배 가까운 차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공직 후보자의 경우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투기의 목적이라는 점이 중요한 게 아니냐"고 비난했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이상훈 후보자는 "잘 모르겠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등의 답변으로 일관했다. 특히 탈세를 목적으로 수 차례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그런 사실이 없다"고 적극적으로 부인했지만, 직후 "질문의 취지를 잘못 이해했다, 사과한다"라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마저 "국민의 시각으로 묻겠다, 솔직하게 답하라(진성호 의원), "국민이 지켜보는 청문회 자리인 만큼 진솔하게 답하지 않으면 대법원의 위상이 어떻게 되겠느냐(이은재 의원)"는 등 질타를 쏟아냈다.
진성호 의원은 "후보자의 답변을 들으니 경제활동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본인과 배우자의 명의의 부동산 거래내역을 보면 부동산 전문가같다"고 꼬집었다.
비난이 쏟아지자 이 후보자는 "저와 제 가족이 법에 어긋날만한 일은 하지 않았으나 구구한 변명을 하지 않겠다"면서 "민망하고 국민에게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법적, 도덕적으로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보니 문제가 된다"며 "양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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