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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러슨 '파격 제안', 김정은에 보낸 '초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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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러슨 '파격 제안', 김정은에 보낸 '초대장'?

美 정책 변경 가능성에 주목, 靑 "다양한 형태 접촉 가능"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2일(현지시각) 북한과 '조건 없는 대화' 가능성을 내비친 발언은 트럼프 정부의 대외정책 책임자가 내놓은 가장 파격적인 제안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우리는 북한이 대화할 준비가 되면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우리는 전제조건 없이 기꺼이 북한과 첫 만남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정부 주요 인사가 '조건 없는 대화'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그냥 만나자. 당신(북한)이 원한다면 날씨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사각 테이블인지, 둥근 테이블인지에 흥미가 있다면 그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있다"고도 했다. 특히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들을 포기해야만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밝혀 북한의 '선(先) 핵포기' 방침이 수정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낳았다.

북한이 지난달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 시험에 이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가운데, 미국이 본격적으로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틸러슨 장관보다는 원론적인 접근이었지만,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이날 "바로 지금이 (북한과의) 무력 충돌을 피할 마지막이자 최고의 기회"라고 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영국의 싱크탱크 '폴리시 익스체인지' 주최 행사에서 "모든 나라가 유엔결의를 넘어서는 일을 해야 할 때"라며 "미 행정부의 정책은 김정은의 축출이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김정은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틸러슨 장관이 "우리는 (북한) 정권 교체나 붕괴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한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외신들은 틸러슨 장관의 파격 제안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미 CNN 방송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트럼프 대통령의) 조롱의 악순환을 벗어나 외교에 참여하자는 직접적이고 공개적인 초대장을 북한에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틸러슨 장관이 북한과의 협상에 문을 활짝 열었다"면서 "틸러슨의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래 지금까지 평양을 향한 가장 분명한 외교적 접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중국 CCTV 인터넷판인 <앙시망(央視網)> 역시 틸러슨 장관의 발언을 긴급 보도하고 "이전까지 미국이 일관되게 북한의 핵 미사일 계획 포기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삼았다"면서 "틸러슨 장관의 이번 발언은 미국이 크게 양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틸러슨 장관의 발언 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변하지 않았다고 제동을 걸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에 대한 대통령의 견해는 변하지 않았다"며 "북한은 일본, 중국,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가 안정하지 않은 방식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를 백악관이 정책 변경을 시도하는 틸러슨 장관에게 제동을 걸었다고 해석했다. 경질설이 나도는 틸러슨 장관의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것이냐는 점에서도 여전히 의구심이 제기된다.

이처럼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가운데, 청와대는 신중한 반응 속에 북미 접촉의 가능성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이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틸러슨 장관의 발언을 "북한이 도발과 위협을 중단하고 대화에 복귀해야 한다는 미측의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한미 양국은 그 동안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여러 계기에 북한의 대화 복귀를 촉구해 왔으며, 이와 관련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 긴밀히 협의해온 바 있다"며 "양국은 북핵 불용 원칙 견지 하에 평화적 방식의 완전한 북핵 폐기라는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된다면, 다양한 형태의 접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박 대변인은 다만 청와대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에 출연해서도 "조금 더 좋은 신호로 볼 수 있는 것은 유엔 사무차장의 방북을 북한이 허용한 것"이라고 국면 전환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는 "방북 뒤 북한이 낸 성명을 보면 긍정적으로 읽힐 수 있는 발언이 있다"며 "방북 결과를 면밀하게 국제사회가 분석하고 평가한 이후에 어떤 흐름들이 바뀌고 있는 차원에서 틸러슨 장관의 말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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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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