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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용 지식인' 선언을 어떻게 봐야 할까?

[블랙리스트에서 여성혐오까지 ④] 나꼼수 하편: 지식인의 변신, 혹은 전도

일베 현상의 중요한 시사점 중 하나는 지성을 조롱하는 태도가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넷상에 발화했다는 것이다. 비단 일베뿐만이 아니다. 지식인의 권위는 인터넷 혁명과 맞물려 급전직하했다. 대중문화 비평이 더는 권력을 지니지 못한다. 뉴스의 정보 독점력도 사라졌다. 이른바 전문가로 지칭되는 이들의 뉴스 코멘트에 대중이 어떤 태도를 지니는가는 인터넷 포털 댓글로 확인 가능하다.

그런데, 지성에의 거부감이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발달에 따라 커졌다고만 보기는 어렵다. 이들 신문명이 일종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고 평할 수는 있겠으나, 지성인을 향한 대중의 혐오는 오랜 연원을 가졌다는 평이 나오기 때문이다. 매카시즘 광풍 이후 미국의 당대를 정리한 리처드 호프스태터의 역작 <미국의 반지성주의>(유강은 옮김, 교유서가 펴냄)는 미국 사회가 일찌감치 지성에의 불편함을 지니고 있었음을 사회 다방면의 분야를 향한 스케치로 그려냈다. 이는 과거의 현상이 아니다. 지난 미국 대선이 지식 계층의 예상과 다른 결과를 낳자, 미국 출판계는 올 한해 이 현상을 조명키 위한 책을 쏟아냈다. <힐빌리의 노래>(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흐름출판 펴냄), <자기 땅의 이방인들>(앨리 러셀 혹실드 지음, 유강은 옮김, 이매진 펴냄) 등은 힐러리와 민주당으로 정체성을 대변하던 이들을 향한 대중의 거부감, 이른바 ‘PC함’에 관한 미국 대중의 피로의 연원을 나름의 방식으로 찾으려 한 책이다.

과감히 '반지성주의'라는 용어를 차용하자면, 오늘날 한국에서도 이는 하나의 강고한 흐름이 되었음을 쉽게 짐작 가능하다. 민주당과 진보정당을 갈라 보길 거부하는 사회 태도, 이른바 '747 성장' 공약으로 대표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시대 착오적 공약에 열광한 대중, 약자 혐오를 정당화하려는 분위기는 어제오늘의 결과물이 아니다.

특히 여성주의가 사회적 논쟁 대상으로 떠오른 지금, 여성을 향한 혐오는 미국의 그것과 같은 맥락에서 바라 볼 가능성을 제시한다. 현상의 근원에의 이해를 거부하는 대중의 시각은 피해의식과 맞물려 강고한 흐름을 만들었다. 이는 여성집단의 대대적 반발로 더 커지면서 소셜 미디어를 막말의 전쟁터로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오랜 기간 문화 현상을 관찰했고, 여러 매체에 관련 글을 쓴 이라영 예술사회학 연구자로부터 받은 한국의 반지성주의에 관한 글을 나눠 싣는다. 필자는 글에서 한국의 반지성주의를 낳은 중요한 요인의 하나로 식민지 남성성을 꼽는다. 이를 바탕으로 약자의 상황을 애써 모르려 하는 태도가 집단 반지성주의로 현현했다고 그는 진단한다. 필자는 우리 문화의 반지성주의를 드러내는 현상으로 박근혜 정부 당시 행해진 블랙리스트 사태, 이명박 정부 시절 큰 반향을 낳은 나꼼수 현상, 그리고 최근 우리 사회를 달구는 반여성주의 현상에 관해 세밀한 의견을 글로 정리했다. 편집자.

▲ 김어준의 거침없는 태도는 피아를 선명화하는 한편, 아군에 적대하는 '내부총질'을 받아들이지 못하게끔 하는 악영향을 낳는다. ⓒ프레시안(최형락)

'무학의 통찰' : 배운 것들에 대한 혐오

김어준은 나꼼수 이전부터 '씨바'라는 말을 인터뷰 도중에도 곧잘 사용했다. 그의 '스타일'이다. 그는 자신의 이미지를 지적으로 구축하는 대신 '잡놈'으로 만들어 왔다. 김어준이 정말 무식한 사람인가, 묻는다면 '아니다'에 가깝다. 그의 '무학의 통찰'은 솔직함을 미덕으로 내세운다. 젠체하지 않고 고고하지 않음. 이 '고고하지 않음'은 오늘날 미국에서 트럼프 당선을 이끈 '솔직함의 정치'와도 같은 맥락이다. 대중의 속마음을 대신 말해주겠다, 이런 태도로 생각을 외주화하도록 이끈다. 생각은 내가 한다, 나의 통찰을 믿어라, 닥치고, 따라와라. 허지웅의 비판은 김어준의 태도를 잘 요약하고 있다.

"김어준은 민중이라는 단어의 중독성에 몸을 의탁한 사람이 듣기 좋아할 만한 말만 골라 하는 방법으로 반지성주의에 기반해 지성인으로서 지분을 획득한다. 지식인 까면서 지식인이 되는 기적에 능한 것이다. 곽노현 눈을 본 적이 있느냐, 곽노현이 어떤 사람인지 아느냐, 곽노현은 결코 그럴 사람이 아니다, 만나본 사람은 안다 따위 말을 늘어놓는다."

민주당은 박해 받는 약자이며 피해자다. '정권을 빼앗긴' 그 기간, 이기는 정치를 향한 욕망이 반지성주의를 활개치게 만들었다. 반지성주의자는 사유보다 감각에 의지한다. 그것이 솔직함으로 수렴된다. 사유가 고고한 먹물의 허세라면 감각은 때묻지 않은 잡놈의 순수함으로 여겨진다. 이 순수함이 곧 인간적이다. 자신이 느끼는 '기분'이 곧 진리다. 내 기분을 나쁘게 만드는 이들이 곧 적이다. 현상은 굉장히 단순해진다. 나꼼수는 대중, 여기서 말하는 대중은 '민주당의 승리를 열렬히 바라는 이들'이며 이 대중이 원하는 말을 한다. 나꼼수는 노무현 자살 이후 지지자들의 증오와 분노를 속 시원하게 터뜨리는 역할을 했다. 정파적이지 않게 현상을 비판하는 소위 지식인이 잘난 체 하면서 대중의 입맛을 버리는 사람으로 보인다면, 나꼼수는 대중의 가려움을 긁어주며 위로한다. 공감과 '힐링'의 시대가 아닌가. 나꼼수가 "이게 다 MB 탓이다"를 외치며 이명박을 비판하는 용기를 발휘한다면, 지식인은 시대에 맞서지 못하는 유약한 인물이 된다. 정치혐오에 기반해 정치인이 되는 정치인을 경계해야 하듯이, 지식인 혐오에 기반에 지식을 유통하는 '지식인'도 경계해야 한다.

나꼼수를 심층 분석했다는 <고통의 시대 광기를 만나다>(최규창 지음, 강같은평화 펴냄)라는 책에 이러한 시각이 정확하게 담겨있다. "소위 논객들처럼 화려한 미사여구나 철학자들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본능과 직관과 경험으로 세상 돌아가는 정세를 파악하고 있다는 말이다. 확실히 그의 예리한 더듬이와 촉은 학문적으로 단련된 어떤 논객보다 정확하고 현란하다." 본능과 직관, 예리한 더듬이와 촉 등의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김어준과 나꼼수는 학문과는 다른 어떤 주술적 힘을 가진 영도자처럼 표현된다. 타고난 감각에 무게를 둘 때 배운 냄새란 일종의 오염에 해당하게 된다. 배움은 곧 위선이고 솔직하지 못하다는 이미지를 얻는다. 김용민이 쓴 <은하계 최초 잡놈 김어준 평전>(고성미 사진, 인터하우스 펴냄)에서 김용민은 김어준을 두고 "정형화된 엘리트 교육과는 무관"하다고 하거나, "선제적으로 예견"한다고 한다. '예견'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이 바라보는 김어준은 동물적으로 정치를 바라보는 타고난 감각의 소유자나 다름 없다. 이는 교육을 배척하며 신도들의 감정에 충실한 설교를 우선으로 삼던 미국 초기 목회자들의 모습과 흡사하다. 대중을 감동케 하고 열광하게 만드는 탁월한 능력으로 사실, 성찰, 다양한 의구심을 제압한다.

김어준은 <닥치고 정치>(지승호 엮음, 푸른숲 펴냄)에서 조국의 <진보집권플랜>(오마이북 펴냄)을 "진보적 엘리트 특유의,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공기처럼 흐르는, 우아하고 거룩한 오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엘리트의 오만은 짐승 같은 직관과 촉을 가진 사람과 대결 구도를 형성한다. 박근혜가 '기운'을 느끼듯이 이들도 자신들의 촉으로 느낀다. 그 촉으로 만든 '진보집권플랜 B'가 <닥치고 정치>다.

물론 나꼼수가 이 글에서 비판하는 음모론이나 여성비하로'만' 점철되어 있지는 않다. 선관위 디도스 사건처럼 중요한 의혹을 파헤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과 진실을 길어 올리는 과정에서 수많은 빈 깡통이 함께 올라왔다. 나꼼수는 적절치 못한 농담과 상스러운 표현을 양식했다. '닥치고'라는 말이 쉽게 나오거나 '씨바'가 아무데나 따라붙음에 따라 소셜 미디어에서 자극적인 열광의 언어가 만개했다. 복잡하고 심각한 문제를 대중에게 단순하고 웃기게 말하는 지식인이 정작 대중에게 위험한 존재다. '불편하긴 한데 웃기잖아'라고 말하며 웃음으로 불편함을 씻어낸다. 홍준표를 바라보며 웃는 유권자의 태도도 같은 맥락이다. 19대 대선에서 홍준표의 차별적 발언과 무례하고 게으른 태도 등이 '웃기는 시골 영감'처럼 재미와 솔직함으로 보이면서 오히려 인간적이라고 평가하는 유권자들도 있었다.

나꼼수 구성원들은 자신들이 권력과 거리가 멀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나꼼수의 인기를 바탕으로 2012년 김용민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문재인의 책 출판 콘서트를 기획하는 등 꾸준히 문재인과 인연을 맺어온 탁현민은 여성부 장관이 사퇴를 요구해도 끈끈한 남성연대 아래 보호받고 있다. '저항 문화의 전도사'라는 이름을 얻을 정도로 탁현민은 스스로 저항을 꾸준히 언급했다. 하지만 그의 저항은 실상 '이명박근혜'에 반대하는 정권교체이며, 저항이라기 보다 룸살롱 문화의 전도에 가깝다. 청와대는 탁현민을 보호하면서 이 사회의 여성혐오도 함께 보호했다.

민주주의와 성 정치는 평행선을 달리고 정치는 갈수록 행사, 쇼 비즈니스가 되어간다. 근대 정치에서 이미지 정치를 전적으로 부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100대 국정과제 선정에 무슨 내용이 나왔는지 보다, 이 발표를 탁현민이 잘 연출해서 대통령이 칭찬했다는 뉴스는 고민거리를 안긴다. 청와대의 행사를 전하는 뉴스에는 다음과 같은 자막이 함께 달린다. "탁현민 행정관 기획." 청와대 의전 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제 할 일을 한다는 게 뉴스가 된다. '감동이 있는 행사'를 통해 정치 비판의식은 흐릿해진다. 청와대는 가장 많은 관객을 확보한 최고의 공연장이다. 이 공연장의 최고 스타는 바로 대통령 '우리 이니'다. 보수 정권이 블랙리스트와 같은 제도적 억압을 실행한다면, 문재인 정부는 연출에 과도하게 집중해 감동을 만드는 데 열을 올린다. '어용지식인'을 자처하거나 '오구오구 우쭈쭈'를 내걸며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일부 지식인은 자유와 상식을 두르고 정치의 팬덤화에 앞장선다.

▲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의 하나인 유시민 작가는 한편 '나꼼수'와 비슷한 논리의 '어용지식인' 선언을 했다. ⓒtvN

어용지식인과 비판적 지성

노무현을 잃어버린 상처 때문에 '한때의' 지식인들은 과감히 스스로 '어용지식인' 선언을 하거나 어용지식인이 되어버렸다. 유시민의 태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7년5월 5일, 대선 나흘 전에 유시민은 한겨레 TV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출연하여 '진보 어용지식인'이 되겠다고 했다. 정치에서 은퇴한 2013년 이후 그는 자신의 역할을 '지식소매상'으로 규정했다. 이제는 어용지식인이다.

"진보 쪽은, 진보지식인들은 언제나 권력과 거리를 두고 고고하고 깨끗하게 지내야 되잖아요. 아무리 내가 진보적인 정권이라 하더라도, 내가 진보지식인이더라도, 지식인은 권력에 굴종하면 안되지. 이래 갖고 또 사정 없이 깔 거라고. (중략) 제가 진보 어용지식인이 되려고요. 진보 어용지식인요. (박수와 환호) 지식인이거나 언론인이면 권력과는 거리를 둬야 하고 권력에 비판적이어야 되고, 그것은 옳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아까 말씀 드린 것처럼 대통령만 바뀌는 거에요. 다 그대로 있고. (중략) 그래서 제가 범 진보에 관해서 어용지식인이 되려고요. (중략) 정말 사실에 근거에서 제대로 비판하고 또 제대로 옹호하고, 이렇게 하는 사람이 그래도 한 명이 있어야 되지 않겠느냐. (박수 환호)"

유시민의 어용지식인 선언 이후, '어용시민'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소셜 미디어에는 자신의 이름을 '어용시민'으로 바꾸고 더불어민주당을 적극 지지하는 사용자들이 생겨났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많이 모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서는 '어용시민' 혹은 '어문시민'이 되겠다는 고백이 이어졌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어용이란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권력자나 권력 기관에 영합하여 줏대 없이 행동하는 것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진보 진영의 고고함에 거부감을 보이며 자신이 어용지식인임을 선언하기. 웃고 넘기기 어려운 말장난이다. 유시민은 이 발언이 회자되자 자신의 의도는 '실사구시'라고 설명했다. 과거 '진짜 정치인, 지식인이란 무엇인가'라는 강연에서도 유시민은 이와 같은 말을 한 적 있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거의 모든 지식인은 노무현 대통령도 다 비판했던 분들이고요. 노무현 대통령을 죽자고 비판했던 분들 중에 상당수는 이명박 대통령을 전혀 비판하지 않고 있죠. (중략) 지식인 역시도 자기의 작업이 좀 더 객관성을 얻고 보다 많은 공감을 얻도록 하기 위해서는 가끔씩은 대통령의 입장, 장관의 입장, 국회의원의 입장, 정치인의 입장에서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중략) 제가 입법부나 행정부에서 일한 경험이 조금 있기 때문에 글을 쓰다 보면 과거에 글쓰기 할 때보다는 조금 더 입체적으로, 또는 실제적으로, 실사구시적으로 그 주제에 관해서 한 번씩 들여다 보면서 글을 쓰게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정말 맞는 말인가. 현실 정치와 정부를 향한 지식인과 문화계 주류의 비판은 오히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줄어들었다가 이명박과 함께 다시 찾아왔다. 예를 들어 거의 진보 지식인의 비평이 주로 실리는 <창작과비평>의 경우 그 흐름이 뚜렷하다. "2006년을 기점으로 창비 지면에서 현실 정치에 관한 비판적 글쓰기가 현저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상대적으로 1998년 국민의 정부 등장 이후 2005년에 이르는 동안 창비 지면에서 현실 정치와 연관된 첨예한 의제는 적극적으로 부각되지 않았다. 그 시기에는 주로 통일문제, 동아시아론, 탈냉전, 반전평화운동 등 좀 더 원론적이며 광범위한 시야가 요청되는 담론들이 창비 지면을 장식한다. 생각건대 이러한 측면은 그때까지 현실 정치와 창비의 입장 사이에 근본적인 괴리가 없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처럼 지식인이 이명박보다 노무현을 더 비판했다는 유시민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문화계 주류와 정치 사이에서 괴리가 적었던 시기에는 오히려 현실 정치 비판 의식이 낮았다.

유시민은 대중에게 정부를 비판하는 이의 목소리를 듣기보다 정부를 '이해'하는 시민이 될 것을 부탁한다. 이러한 태도의 연장선에서 어용지식인 선언이 나온 것이라 본다. 나는 그가 정말 '어용지식인'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가 어용이냐 아니냐는 나의 판단 바깥의 문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의 '선언'이다. 그러한 선언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사회의 분위기다.

2007년 이명박의 당선, 2009년 노무현의 자살이라는 비극, 2012년 박근혜 당선(문재인 패배)을 경험하며, 대통령을 '잃은' 경험은 많은 이에게 '대통령을 지킨다'는 마음을 강하게 갖게끔 했다. '어용'과 더불어 '적폐'라는 언어의 확산은 가상의 증오를 더욱 부추긴다. 박근혜 탄핵 이후 '되찾은' 정권을 반드시 사수하고야 말리라는 마음은 모든 적폐 척결로 나아간다. 여기서 '적폐'의 범위는 '지지자가 아닌' 대상으로 확장되었다. '적폐언론'에게서 대통령과 정권을 지키지 못하면 또 다시 지지하던 대상을 잃고 세상이 낙후될 지 모른다는 공포가 형성되었다. 적폐언론은 소위 진보언론까지 포함한다. 진보적인 '나'와 나에 동의하는 '우리'를 제외한 집단은 적폐로 몰아가는 이분법이 가동되기 때문이다. 일부 문재인 지지자들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한겨레 21>의 표지 사진을 두고도 <한겨레>가 문재인만 미워한다는 식으로 비난했다. 지지자들은 한편 언론의 소비자이기 때문에 비판적 독자라기보다 소비자 정체성으로 언론에 사과를 요구한다.

2017년 7월 칼럼니스트 박권일이 <한겨레>에 김어준을 비판하는 글을 쓰자 나타났던 반응은 여전히 가상의 증오가 작동함을 보여준다. "<한겨레>에게 김어준이 무엇이었는데. 인연에 휘둘리지 않는 논리, 이성, 객관, 중립, 견제, 균형? 좆까라 말하고 싶네요. 그 잘난 잣대로 노무현도 죽이셨죠."(김용민 트위터) 노무현 시절을 그리워하며 그 시절로의 체제 복원, 그 이상을 생각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지지가 비판적 지성을 억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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