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에서 사회정책 수석을 지내며 '비전 2030'의 입안자였던 김용익 서울대 의대 교수의 얘기다.
김용익 교수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정례세미나에서 "(박 전 대표가 얘기한) 양극화와 고령화, 구사회 문제와 신사회 문제, 낙후된 복지 수준에 대한 문제 인식, 사회보장과 사회서비스의 조화, 맞춤형 복지, 선제적 투자로서의 복지,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로서의 복지, 경제와 복지의 선순환 등은 모두 '노무현 복지'의 구상과 정확히 같은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김 교수는 "다만 박근혜 복지가 생애주기별 복지 개념을 좀 더 강하게 부각시킨 것은 개념적 발전"이라고 덧붙였다.
김용익 교수는 "박 전 대표가 '한국형 복지국가'를 구현하자면 아버지가 남긴 '반(反)복지 담론'이라는 유산을 정면으로 극복해야 한다"며 "박근혜 복지의 계보는 결국 박정희의 딸이 아니라 노무현의 누이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버지의 꿈은 복지국가'라던 박근혜, 이미 아버지 버렸다"
김용익 교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복지를 문자 그대로 잔여주의적으로, 시혜로, 소비로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경제 성장의 과실을 복지로 나누어주겠다는 박정희식 모델은 경제 성장에 우선순위가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의 복지에 대한 이같은 시각은 "복지는 사회 인프라이며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되는 새로운 모델"을 얘기한 박 전 대표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복지는 단순히 돈을 나누어주는 것이 아니"라며 "복지 지출이 부담이 아니라 선제적 투자가 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는 김 교수가 "박 전 대표의 '한국형 복지'는 보수진영이 발표한 최초의 종합적 복지 방안으로 '민주당 복지'에 비교할 수 없이 규모가 크고 어쩌면 '민주당 복지'보다 훨씬 더 큰 보편적 복지 구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그 의미를 한껏 추켜 세운 이유기도 하다.
▲ 지난해 12월 한국형 복지를 얘기하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뉴시스 |
"박근혜 복지, 틀은 교과서인데 '두께'는 담보 안 된다"
김 교수는 "박 전 대표의 발제문의 구상은 광대하고 논리는 정연해 거의 복지 교과서가 될 정도"라면서도 "그러나 결국 박근혜 복지는 모든 말은 다 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무 말도 안 한 것'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이유는 "구체적 정책 방안을 전혀 제시하고 있지 않아서"다. 김 교수는 "건강보험, 실업수당, 국민연금 등과 같이 구체적 정책의 방향성은 제시하지 않고 생애주기형, 생활보장형이라는 것으로는 복지의 '두께'가 담보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특히 박 전 대표가 개별적 복지 정책은 언급하지 않고 구체화의 방식을 '사회보장기본법의 전부 개정'으로 삼은 것은 절묘한 정치적 선택"이라며 "재원 대책을 언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근혜도, 민주당도 복지국가를 위한 경제 구조 변화 필요성은 무시"
김 교수는 "구체성을 완전히 생략한 박근혜 복지와 메니페스토 수준의 구체성으로 출발한 민주당 복지"의 공통점도 지적했다.
그것은 바로 "복지국가를 위해서는 경제 자체가 변화해야 하는데, 둘 모두 이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경제가 분배의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구조로 되어 있는 한, (복지라는) 재분배만으로 이를 극복할 수 없다"며 "복지국가는 분배와 재분배 기제의 동시적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극심한 양극화를 보이고 있는 고용과 임금 구조가 개편되고 산업구조가 성장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개편되지 않는 한 복지국가는 요원하다는 얘기다.
복지국가 소사이어티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상이 제주대 교수도 비슷한 이유에서 "민주당과 박근혜 전 대표가 주장하는 현재의 '복지론'은 말로만 복지국가를 얘기할 뿐 실제로는 '복지 확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 "박근혜, 장막 뒤에 숨지 말고 맞장 토론하자"
한편, 전병헌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을 향해 "복지 정책을 놓고 맞장 토론을 벌여 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전 정책위의장은 "박근혜 전 대표는 '상표는 있는데 상품은 없는' 복지를 내놓고 공개적 토론을 꺼리고, 심재철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의 복지보고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한다"며 "더이상 커튼 뒤에 숨지 말고 공개 토론을 해보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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