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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빠진 적폐청산이 불가능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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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빠진 적폐청산이 불가능한 이유

[최창렬 칼럼] 실패한 반민특위 역사를 반복할 건가

군부정권 때 정치의 주요 행위자는 대학생과 군부, 미국이었다. 주권자인 국민은 통치의 객체였다. 대학과 지식인을 한 축으로 하고 그 대척에 군부와 미국이 있었다. 중앙정보부와 이후 개명한 국가안전기획부는 물론 검찰과 법원까지도 권위주의 정권 유지의 전위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중정과 안기부는 정치적 탄압과 물리적 억압은 물론 간첩조작 사건으로 사법살인도 서슴지 않는 독재정권의 가공할 자원이었다.

이 때까지도 정보기관은 한국정치의 독립변수라고 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명박(MB)·박근혜 정권 국정농단의 중심에는 국가정보원이 있었다. 권위주의 시대 정치적 행위자의 촉수로 기능했던 국정원이 민주화 이후 오히려 정치의 주요 행위자로 등장하는 역설이다.
18대 대선 과정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선거대책본부장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했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는 박근혜 정권 국정원이 정치에 명시적으로 개입하는 단초를 열었고, 박근혜 정권 초기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는 검찰의 의도적인 부실한 수사에 의해 직원 개인의 일탈로 치부됐다.

박근혜 정권의 남재준 국정원은 대선 당시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가 선거개입이라는 사실을 호도하기 위해 대화록 발췌본과 전문을 공개했다. 국정원의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는 케케묵은 역사적 유물인 냉전과 반공주의에 기대어 위기를 모면하려 했던 당시 집권세력의 초조감의 발로였다. 그리고 국정원은 정치의 한 가운데로 들어왔다.
박근혜를 당선시키기 위한 MB 국정원의 '댓글부대'의 여론조작과 비판적 성향의 인사들에 대한 블랙리스트 작성은 간첩조작을 능가하는 반헌법적인 국정농단이다. 박근혜 국정원이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특수활동비를 군사작전 하듯이 상납하고 민간인과 공직자를 사찰·감찰한 행위는 헌법1조에 명시되어 있는 국체(national polity)를 부정하는 행위다. MB와 박근혜 국정원은 권위주의 시대의 퇴행적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적폐를 제공한 당사자다. 물론 이의 수장이 MB와 박근혜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국정원은 정권의 하수인으로서 부끄러운 과거를 반성한다는 의미에서 중정과 안기부를 마감하고 김대중 정부 때 개명한 이름이다. 국정원의 원훈도 여러 번 바뀌었다.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 '정보는 국력이다',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을 거쳐 '소리 없는 헌신, 오직 조국의 번영과 수호를 위하여'로 바뀌었다. 그러나 군부 권위주의 정권 때 정권보위의 전위대로서 정치적 억압과 배제, 탄압의 도구였던 국정원은 지난 보수정권들에서 정치의 전면에 포진했다.
시대역행적이고 반헌법적 정치에 깊숙이 개입한 국정원에 대한 개혁은 정치관여를 지시·방조한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전제될 때 가능하다. 과거에 대한 부정의가 청산되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전진할 수 없다는 역사적 경험칙 때문이다. 국정원 뿐만 아니라 MB정권의 군 사이버 사령부의 댓글공작과 여론조작 등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 정치개입이란 면에서 엄중하게 다뤄져야 한다.
최근 김관진 전 국방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이 구속됐으나 구속적부심에서 석방되는 등 적폐청산 수사에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연내 주요 적폐청산 수사 종료 방침을 밝혔다. MB와 박근혜는 물론 야당과 보수진영이 수사와 재판을 '정치보복' 프레임을 내세워 저항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향후 개혁이 수구와 기득권 세력에 의해 좌초할 수 있다는 명백한 경고요 조짐이다.
국정원 적폐 수사의 핵심은 MB 관여 여부다. 따라서 MB에 대한 조사는 불가피하다. 이를 우회하고 적폐청산 수사를 마무리한다면 촛불혁명은 싹도 피우지 못하고 지고 말 것이다. 국정원 개혁을 위해서 국정원법을 개정하고 국내정치 불관여를 제도적으로 규정한다 하더라도 지난 정권의 반헌법적 행태의 체계를 밝히지 못하면 개혁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국가의 공식적 정보기관이 공적 영역을 벗어나 비선 라인에 의해 운영되고 공직자와 민간인을 사찰한 정황이 뚜렷하다. 또한 국민의 혈세를 대통령에게 뇌물로 바치고 여론을 조작했다. 이도 모자라 대선에 직접 개입했다. 혐의가 이러한데도 이를 지시한 최종 책임자를 가려내지 못한다면,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의 발포 명령자를 가리지 못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국정원의 선거와 뇌물 의혹 등 시대착오적 일탈을 가리기 위해서 MB와 박근혜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MB를 소환할 충분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연내 수사 마무리는 그래서 불가능하다. 국정원의 환골탈태는 진실 규명의 바탕위에서 가능하다. 또 다시 70년 전 무력화된 반민특위의 역사적 과오를 되풀이 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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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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