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MB 사과' 포기하고 조건 없는 등원 결정

손학규 "영수회담, 우리가 굳이 매달릴 필요 없다" 거부

지난해 12월 8일 예산안 날치기 이후 장외투쟁을 이어온 민주당이 13일 조건 없는 국회 등원을 결정했다. 말만 무성했던 영수회담도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두 달 여 동안 공전을 거듭해 온 국회는 정상화됐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대통령의 '날치기 사과' 여부와 관계없이 등원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라도 민주주의를 따르겠다"는 것이다.

손학규 대표는 "이 대통령이 외면하는 국회에 과연 등원해야 하는지 여전히 의구심을 못 버리고 있지만, 독재화의 길로 들어선 이명박 정권이 국회를 우롱해도 민생을 위해 국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이번 등원이 이명박 정권의 독재행위에 대한 민주당의 면죄부는 아니"라며 "솔로몬 판결에 등장하는 그 어머니의 심정으로 국회를 다시 열어보겠다"고 주장했다.

손 대표는 여야 영수회담을 놓고 "이 대통령에게 진정성을 기대할 수 없어 연연하지 않겠다"며 "청와대에서 스스로 하겠다는 의지가 없는데 우리가 굳이 매달릴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손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일말의 기대조차 접겠다"고 덧붙였다.

2월 임시국회에 대해 그는 "민생법안 외에 다른 논의는 제외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그는 구제역 대책 및 책임자 문책, 서민예산 챙기기, 남북 군사회담 거부에 따른 전쟁 발발설, 지난해 12월 예산안과 함께 처리된 친수법과 서울대법인화법 등을 거론했다.

민주당은 그러나 구체적인 등원시기를 못 박지는 않았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언제한다는 것은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라고 말했다. 당초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됐던 14일에서 다소 늦춰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나라 "등원은 환영하지만 靑의 대화 노력 폄훼는 유감"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국회 등원 결정에 대해서는 환영하면서도 '영수회담 거부'라는 입장에 대한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야당과 협의해 야당 요구조건을 가능한 수용, 빨리 국회를 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도 "민주당의 등원 결정은 당연한 일"이라며 환영 의사를 밝혔지만 동시에 "손학규 대표가 그동안의 청와대의 대화 노력을 폄훼하고 일방적으로 비난한 데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안 대변인은 "민주당은 떼쓰기가 통하지 않자 일방적으로 영수회담을 무산시키고 대통령에게 극한 언어들을 써가며 공격하는 구시대 정치행태의 전형을 보여줬다"며 "민주당 내에서 입지를 굳히기 위해 극한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 손 대표의 노력이 애처롭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