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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도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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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도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문학의 현장] 심전도

심전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가 칼을 품고 살았으리라고는,
말이 없었고
눈망울엔 늘 푸른 것들이 일렁거렸다
맨발이기를 즐겼고
몸의 틈마다 흙을 채워 넣으며
먼 산의 석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이
그의 일과였기 때문에 설마설마 했었다
소 같은 사람, 그의 주변에 늘 붐비던 말이었다
그는 지금 산소마스크를 쓰고 누워 있다
그가 평생 되새김질하듯 갈아온 칼만
심전계 액정에서 불뚝불뚝 일어서고 있다
폭락 개방 살처분
조합 빚이 늘 때마다 가슴에 한 자루씩 들였을 칼
푸르게 날이 선 칼
심장이 뛸 때마다 밖으로 뛰쳐나가려
그를 찔렀을 칼
이제 참아내느라 다 삭은 어금니를 내보이며
그는 고개를 모로 꺾었다
판판하게 펼쳐진 심전도를 보며
의사는 운명하셨습니다, 말했지만
나는 그가 칼을 잠재우고
푸른 지평선이 펼쳐진 세상으로 갔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시작노트>

2005년 시위 중 농민이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슬픈 마음으로 시를 썼다. 십 년이 지나 2016년 또 한 명의 농민이 시위 중에 쓰러졌다. 화가 났다. 십 년 전에 쓴 시가 생각났다. 시간이 지나도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이제 다시 십 년 뒤를 생각한다. 이 시를 떠올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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