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일 자신의 대선 후보 시절 충청권을 위한 공약이었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입지 선정을 백지 상태에서 다시 추진하겠다고 언급한 것을 놓고 정치권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표를 얻기 위해서라도 수차례 본인의 입으로 한 약속을 어떻게 뒤집을 수 있냐"는 반발이다. 과학벨트가 대통령이 백지화를 선언하고 국회가 이를 거부해 원점으로 돌려 놓은 세종시 전철을 밟게 되는 것은 아닌지 관심을 모은다.
"과학벨트 발언, 세종시 이은 제2의 선전포고"
안희정 충남지사는 이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 방송이 끝나자마자 자신의 트위터에 "한 마디로 없던 일로 하자는 거죠. 그럼 2007년 대선도 없던 일로 해야 합니까"라고 질타했다.
차영 민주당 대변인도 "공약을 헌신짝처럼 버린 것은 충청권 도민들을 얕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세종시로 그만큼 상처를 줬으면 됐지 이번에 또 한 번 가슴에 상처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연초부터 충청 주민들은 대통령의 날벼락 같은 선전포고를 듣게 됐다"며 "후보 시절에는 표를 의식해 충청권 선정을 이야기했을 수도 있다며 뻔뻔한 모습까지 보였다"고 비판했다.
자유선진당 대전시당(위원장 권선택)도 바로 논평을 내고 "이 대통령의 발언은 충청권에 대한 제2의 선전포고"라며 "충청인들의 거센 저항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통령이 약속하고 총선 때 한나라당도 약속해 놓고…"
이명박 대통령이 과학벨트와 관련해 당시 대선공약집에 있던 내용을 아니라고 말한 것을 놓고도 당장 반박이 나왔다.
"충청권 과학벨트 건설을 약속한 17대 대선공약집은 지금도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버젓이 올라와 있다"는 것이다.
충북 청원이 지역구인 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세종시의 행정기능에 +a의 기능을 부여해 세종시를 단순한 행정도시가 아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중심의 명품도시로 건설하겠단 약속이 고스란히 공약집에 들어 있다"며 "기왕 솔직해진 김에 정권말기 고향에 화끈하게 밀어주는 형님벨트 음모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으면 국민들에게 차라리 박수를 받았을지 모른다"고 비판했다.
대전 서구갑의 민주당 박병석 의원도 "과학벨트 충청권 유치는 대통령 공약이고 한나라당의 총선 공약이며 심지어 6개월 전 7.28 재보선에서 한나라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수십번 약속한 사항"이라며 "당선되고 나서 지키지 않는다면 선거 공약이 무슨 필요가 있냐"고 질타했다.
靑 "공약 백지화 아니다"면서도 '약속 이행'에는 '딴 소리'
청와대 김희정 대변인은 "잘 아시다시피 질의답변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작했고 과학비지니스 벨트 문제가 나왔다"며 "대통령께서 나오실 때 정확한 뜻을 다시 여쭤봤는데, '공약 백지화가 아니다. 합리적으로 하겠다는 말이다'라고 정리를 해 주셨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충청권 유치 약속이 지켜지느냐'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김 대변인은 "'그 위원회가 아주 공정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믿어주는 것이 좋다. 충청도도 그것이 오히려 충청도민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하신 마무리 말씀을 주목해서 봐주시기 바란다"고만 말했다. '선정 위원회에서 백지 검토'하겠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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