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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민주노총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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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민주노총은 부족하다

[민주노총을 말하다] 유의미한 사회운동세력이 돼야 생존 할 수 있다

민주노총이 새 집행부 선출을 위한 임원선거 일정에 돌입했다. 이번 임원선거에는 김명환 전 철도노조 위원장, 이호동 전 발전노조 위원장, 윤해모 전 현대자동차지부장, 조상수 현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등 4명의 후보가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 입후보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대부분 후보가 비슷한 공약을 내걸고 있어 딱히 쟁점이라고 할 만한 게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나마 언론에서 관심을 두는 것은 문재인 정부에서 요구하는 노사정위원회의 복귀 여부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노사정위 복귀 여부를 비롯해, 각기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과 선명성을 드러내고 있는 게 사실이다. <프레시안>에서는 민주노총 선거 관련, 쟁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차기 집행부에서는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프레시안>은 민주노총의 미래와 관련해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고 논쟁이 활발히 이뤄지길 바라며 지면을 열어 놓을 예정이다. (기고 보낼 곳 : kakiru@pressian.com)

"우리는 가능한 모든 비정규직 투쟁에 결합하고, 노조 없는 현장을 조직하고, 세월호에 대해 발언하고, 빈민과 장애인 투쟁에 연대하고, 지역에 밀착해서 시민들을 만날 겁니다. 우리 노조는 '이 사업을 지역에서 해보자', '저 현장도 연대해야 한다'며 조합원 동지들을 귀찮게 할 겁니다. 동지들은 이런 노조에 가입한 겁니다. 자랑스러워해야 합니다."

나는 조합원 교육을 돌아다니며 이런 이야기를 한다. 또 이런 이야기도 종종 한다.

"아마도 노동조합뿐일 겁니다. 보통의 삶을 살아온 사람이 스무 살 넘어 사회생활을 하면서 삶의 가치관이 확 변하고, 윗사람에게 '이것은 부당하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고, 비정규직이 정규직을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설득해보고, 나 같은 사람들이 수 십 수 백 만 명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기회는 노조뿐일 겁니다."

내가 속해 있는 노조의 조합원들은 '노동조합'이라면 무슨 조직인지 다 안다. 사실 노조는 복불복이다. 어떤 조합원들은 운이 좋다. 노동조합 가입률은 10%밖엔 안 되고, 그중 민주노조는 절반밖에 안 된다. 그중에서도 현장과 지역에서 제대로 된 운동을 하는 노조는 손에 꼽을 정도다. 경쟁과 차별과 혐오가 내면화된 사회, 고용안정과 생활임금이 '특권'이 돼버린 시장, 간접고용 비정규직과 장시간-저임금-고강도 노동과 성과주의 임금체계가 이미 자리를 잡아버린 현장…. 이런 사회, 시장, 현장에 끊임없이 균열을 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런 운동을 하는 노조를 만들고 지키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그래서 어떤 조합원들은 억수로 운이 좋다.

ⓒ프레시안(최형락)

그런데 아직 자신이 없다. 내가 몸담은 노조를 그렇게 소개할 수는 있겠지만, 민주노총 소개는 그렇게 못하겠다. 왜냐면, 민주노총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노동조합과 조합원을 고민하고, 노동 뉴스에 온몸이 반응하는, 한마디로 머릿속이 노동노동한 노조 활동가가 보기에도 솔직히 민주노총은 부족하다(팔은 안으로 굽는다는데 말이다). 냉정하게 보면, 지금 민주노총은 사회운동의 중심에 있지 않다.

내가 보기에 민주노총이 (많은 측면에서) 내부를 혁신하고 (당면한 정세에서) 입장과 투쟁을 조직하는 것에 실패해왔다. 그리고 민주노총은 지금 과잉-대표돼 있다. 많은 순간 주저했고 고립됐다. 안팎의 비판과 대안을 꽤 자주 무시했다. 싸워야 하는 정세에 가열차게 투쟁하지 못했다. 충분히 연대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틀에 박힌 '진보정당 통합'을 정치지침으로 관철하려고 했다. 그래서 민주노총은 뒤쳐졌다. 비정규직 운동에서, 여성혐오와 인종혐오라는 문제에서, 사드(THAAD)와 탈핵이라는 쟁점에서, 여기서도 저기서도…. 지금 민주노총은 사회운동의 대부분의 지점에서 시민(인 조합원들)과 함께 하지 못한다.

다행히도 기회가 남아 있는 것 같다. 우리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을 탄핵했다. 지금은 신자유주의의 위기라는 정세, 이명박-박근혜 정권이라는 극우정권을 어렵게 끝낸 뒤 다가온 기회의 시기다. 사회운동의 여러 주체들은 '지금 당장' 우리의 권리를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태어나면 출생신고, 입사하면 노조가입'이 상식인 분위기까지 왔다. 문재인 정부가 '촛불정부'를 자임하고, 관리자계급이 적폐청산과 대안사회를 이야기하는 지금, 민주노총은 뛰어다녀야 한다. 적폐의 대상과 대안의 내용을 만들어가는 이때 시민을 설득하고 조직하지 못한다면 민주노총은 더 뒤쳐질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대표성을 갖지 못할 것이다.

바람은 하나다. 나는 민주노총이 '유의미한 사회운동세력'이 되면 좋겠다. 왜냐면 민주노총뿐이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가장 완벽하게 착취당하는' 이주노동자부터 '권리 없는 정규직 신의 직장' 공무원과 교사까지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중조직이다. 불평등과 격차를 해소할 연대의 방법을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조합원(인 시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주체도 민주노총이다. 사회운동의 한복판에서 가장 조직적으로 가장 진보적인 입장을 제출하고, 시민(인 조합원들)과 토론하고 설득하며, 투쟁을 조직할 수 있는 유일한 운동권이다.

민주노총이라는 판을 새로 짜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이번 민주노총 직선2기 선거는 민주노총의 미래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선거에 출마한 네 후보조가 비슷한 구호를 외치고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여전히 진보정당 통합에 목을 맨 후보조가 있고, 총론도 투쟁이고 각론도 투쟁인 후보조가 있고, 민주노총을 정부의 정책파트너로 인식하는 후보조가 있다.

이런 선거판에서 기호 4번 조상수-김창곤-이미숙 후보조는 '연대노총'과 '사회세력화'를 제안한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1~3번과 4번 후보조의 가장 큰 차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민주노총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고, 노동자운동이 사회운동의 중심이 될 수 있는 단 하나의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정말 늦었다. 우리는 하루라도 빨리 새판을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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