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30대 재벌 총수와 간담회 자리에서 수도권 규제 완화를 약속한 것에 대한 정치권의 반발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과학비지니스 벨트 부지 선정을 놓고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암투'를 벌이는데 이어 이 대통령이 직접 수도권 규제 완화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섬에 따라 지자체의 반발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24일 재벌 총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업이 수출을 늘리고 투자를 촉진하고 하는 데는 고급 인력들이 많이 필요하다"면서 "R&D 센터를 서울이나 수도권에 하면 이런 고급 인력들을 데려오는데 좀 도움이 될 것이다. R&D 센터를 수도권에 (설치)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야당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차영 민주당 대변인은 25일 "이명박 대통령은 다른 지방은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시대착오적 생각을 하신 것 같은데 매우 잘못된 생각"며 "고도비만의 수도권을 또 한번 확대하겠다는 발상은 대한민국을 살리기는커녕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에 독소가 될 것이다. 또 가뜩이나 병색이 완연한 지역경제의 숨통을 조이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차 대변인은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토해양부가 최근 수도권 규제완화의 필요성과 수도권 정비개혁법 폐지 등의 주장이 담긴 연구용역을 마치고 수도권 규제완화 작업에 돌입했다고 한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완화가 아니라 거의 폐지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며 "이런 보도가 사실이라면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도 이날 "현업을 이끌었던 실리콘밸리가 워싱턴에 있는가? 대통령께 드리고 싶은 질문"이라면서 "우리 대통령은 오로지 서울 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는가 보다"라고 질타했다.
박 대변인은 "멀리 갈 것도 없이 일본과 중국은 R&D, 연구개발센터가 전부 대학을 중심으로 되어있다"며 "현실에 반영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산학연동으로 해서 각 지역에 있는 대표적인 대학에 골고루 R&D가 육성 발전되어 있는 것이 일본, 그리고 지금 무섭게 뛰어오르고 있는 중국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대선기간 이전부터 선글라스를 끼고 독일을 여러 차례 찾은 것으로 보도가 되고 있다. 선글라스를 끼고 독일에 가서 대운하만 봤냐"며 "독일이야말로 각 지방마다 대표적인 대학들이 R&D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상구 진보신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수도권 규제완화는 이반된 수도권의 표심을 되돌리기 위한 떡고물에 불과하다"며 "2012년 총·대선에서 수도권에서의 대패가 예상되는 가운데 지방을 버려 자기 당을 살리려는 이명박 정부의 무모함이 낳은 결과"라고 맹비난했다.
강 대변인은 "현 정부의 부자 감세로 이미 지방재정은 고사 직전에 있는 반면 수도권은 전체 인구의 48.8%가 몰리는 등 과밀화 문제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며 "대책 없는 수도권 규제 완화는 주택, 교육, 교통 등의 문제에서 수도권 시민의 삶의 질을 저하시킬 것이고 동시에 지방경제를 공동화시켜 지방 거주 주민의 고통을 심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정부는 수도권 규제 완화의 필요성과 수도권정비계획법 폐지 등의 주장이 담긴 연구 용역을 마치고 수도권 규제 완화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종환 국토부 장관도 최근 "중복규제 철폐 등을 통해 수도권에서 기업이 토지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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