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체에서 지난 17일 사람 손목뼈가 추가 발견됐고, 이 사실이 18일 미수습자 장례식을 지나 20일에야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늦장 보고'됐고, 그럼에도 미수습자 가족들은 22일까지 이를 모르고 있었던 사건. 일명 '세월호 유골 은폐' 의혹이다. 김영춘 장관은 2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출석해 이 사건과 관련한 현안 보고를 했다. 여야 의원들이 모두 지적과 질타를 쏟아냈다.
김 장관은 농해수위 현안 보고에서 전날 기자회견(☞관련 기사 : 김영춘, '세월호 유골 은폐' 문제, 제때 못 잡았다) 내용과 거의 동일한 내용의 보고를 했다. 장관의 보고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17일 11시30분경 객실 반출물 세척 과정에서 손목 부위 일부로 추정되는 사람 뼈 1점이 발견됐다. 해수부 현장수습본부는 객실 구역에서 앞서 유해가 발견된 3인 중 1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미수습자) 장례식이 끝나고 전파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저는 20일 17시경 현장수습본부장으로부터 '뼈가 추가 발견됐다. 객실 3인 중 1인의 유해로 판단된다'는 보고를 받았다. 저는 보고가 늦은 점을 질책하고, 미수습자 가족과 선체조사위원회에 통보하는 등 통상 절차에 따라 조속히 조치하라 지시했다. 현장수습본부는 21일 목포에서 선체조사위원장과 조은화·허다윤 양 가족에게 유해 발굴 사실을 알리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DNA 검사를 의뢰했다. 22일 19시경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는 한편 현장수습본부 부본부장을 해임하고, 감사관실을 통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23일 오후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본부장과 부본부장이 협의해 장례식 후 전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장관에게 20일에야 보고했고, △미수습자 가족에게 알리라는 지시에도 (2017년 4월 인양 이후 유해 일부가 발견된) 조은화·허다윤 양 가족에게만 알린 사실을 발견했다. 1차 조사 후 본부장을 보직해임하고 대기 발령했다."
김 장관은 한국당 이군현 의원이 "3센티미터짜리 유골만 보고 무슨 수로 그게 (이미 유해가) 수습된 희생자 것인지, 수습이 안 된 사람 것인지 짐작하겠나. 현장 책임자는 '수습자 유골일 것'이라고 예단해서 (미수습자 가족과 선체조사위에 알리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 얘기를 믿었나"라고 묻자 "그래서 (현장수습본부장에게) 제가 '만에 하나라도 그렇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할래?'라고 질책한 바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장관과 해수부에 대한 비판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나왔다. 첫 질의자로 나선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은 "정권이 바뀌고 새 장관이 들어서서 (유권자들이) 많은 기대를 안고 있는데 왜 이런 일이 되풀이되는지 아쉽다"며 "공직자들의 엄중한 자세가 결여된 것 아니냐"고 질책했다. 황 의원은 "오늘 국회에서 사회적 참사 특별법이 통과됐지만, 그러면 뭐하나. 공무원들이 이런 자세로 근무한다면 특조위를 몇 번 만들어봐야 뭐 하겠나"라고 했다.
야당 의원들의 비판은 주로 '왜 20일 장관이 사태를 파악한 즉시 대통령이나 총리에게 보고하지 않았나' 하는 부분에 집중됐다. 자유한국당 김성찬 의원은 "총리에게 보고한 게 언제냐"고 물었고, 김 장관은 "22일 저녁에 전화로 보고했다"고 답했다. "그건 이미 언론에 보도된 뒤이지 않나. 사전에 보고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책이 나왔고, 김 장관은 "사전 보고를 못 했다"고 인정했다.
김 의원은 "이 중요한 일에 대해 장관이 어떻게 언론 발표 전에 대통령과 총리에게 통화한 적이 없나.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며 "대통령은 언제 알았나?"라고 물었고, 김 장관은 "정확히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자신이 대통령으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았는지와 관련해서는 "대통령 말씀은 보도로만 들었다"며 "(전화 등을 통한) 구두 지시는 없었고, 계통을 통해 (지시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한국당 이완영 의원이 "장관이 직접 청와대에 보고할 생각은 못 했나"고 묻자 "그 생각까지는 못 했다"며 "제 조치가 적절하게 이행될 것으로 생각하고 추가 조치를 못 했다. 죄송하다"고 했다. 이 의원은 "장관이 직접 보고를 못 해서 밑에서 청와대 사회혁신수석실로 이틀 지연돼 보고했다는 것 아니냐"며 "그 점에서 장관 직무수행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당 권석창 의원은 "바로 청와대에 보고도 하고, 언론은 어떻게 할지 등 여러 대응책을 세웠어야 했다"며 "일은 17일에 일어났는데 20일에 보고를 받았다고 하니 그 기간은 실무자 책임이라고 치고, 그 이후도 문제가 있었다. 바로 대응책을 만들어야 했다. (이는) 실무자의 안이한 태도가 아니라 장관의 관리 능력"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이철조 수습본부장에게 "장관에게 보고한 후에 왜 청와대에는 보고를 안 했나"라고 질책하며 "모든 것에 대해 장관이 비서실장에게 전화하는 게 아니다. 실국장이 비서관을 통해 대통령까지 보고되게 하는 게 계통인데(그런 절차가 없었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여당이라고 장관을 봐 주지 않았다. 김현권 의원은 "장관이 지시를 했으면 이행이 돼야 하는데, 만 하루가 걸렸다. 그러니 장관이 조직적 '왕따'를 당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김 장관의 조직 장악 능력을 비판했다.
김 의원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말이 안 되는 일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라며 "실무자가 어떻게 그렇게 자의적인 판단을 할 수 있으며, 뼈가 발견됐는데 선체조사위에 보고가 안 됐다는 것은 매뉴얼상 불가능한 일이다. 장관이 20일에 보고를 받고 신속 조치를 지시했는데 만 하루가 지날 때까지 이행이 안 됐다. 이게 정상적 부처의 기능이냐. 답변해 보라"고 김 장관을 몰아세웠다. 김 장관은 "저로서도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새 정부는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촛불 민심 한가운데 출발한 문재인 정부의 각료와 일꾼은 국민과 한 마음일 거라고 국민은 기대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반성해야 한다"며 세월호 참사 당시 해수부 고위 간부였던 이들이 여전히 산하 기관장 등으로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점을 지적, 인적 청산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개호 의원도 "이 사태의 원인은 세월호 사건을 처리하는 현장 공직자의 긴장감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특정 공무원이 힘든 고난이도 업무를 장기간 맡으면 업무처리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적절한 시점에 교체해야 한다"고 김 장관의 관리 능력 문제를 제기했다. 김 장관도 "그런 점이 분명히 있다"고 인정했지만 다만 "진작부터 현장 책임자들이 장기간 근무로 인한 피로를 호소하고 교체를 요청했지만 제가 승인을 안 했다. 일에 서툰 사람이 현장에 가서 생길 수 있는 작은 실수 하나가 큰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는 박완주 의원도 "참담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자칫 잘못하면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변할 수 있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 의원은 "국민들 의혹은 단순하다. 왜 늦게 보고했나, 왜 장관 지시가 늦게 시행됐나. 왜 장관은 꼼꼼히 점검하지 않았나"라며 "이번 사건은 '늦장 보고'다. 늦장 보고, 늦장 대응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희생당한 것 아니냐"고 울분을 토했다. 김 장관은 "방심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김 장관은 모두 보고와 질의응답 내내 거듭해서 여러 차례 고개를 숙였다. 그는 "미수습자 가족을 포함한 희생자와 그 가족들께 한 점 아쉬움 없게 하겠다고 약속하고 일을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 직원들의 착오와 저의 부덕, 불찰로 이런 일이 생기게 됐음를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김 장관은 '이번 사태에서 가장 큰 문제점이 뭐냐'는 자유한국당 권석창 의원의 질의에 "현장 책임자가 자의적 판단과 인간적 정리에 끌려 지켜야 할 절차와 의무를 어기고 함부로 판단해 국민적 의혹을 크게 일으키고 해수부 안의 기강 체계를 무너뜨린 것"이라고 답변했다.
김 장관은 다만 애초 현장 책임자가 유골 발견 사실을 '비공개'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악의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김 장관은 "비공개 결정은 결코 일을 빨리 털어버리고 손을 씻기 위한 게 아니다. 장례식 후에도 현장수습본부는 계속 유지되고, 내년까지 계속 선체조사위 지원 활동을 하게 돼 있다. 지금 일하는 간부들도 장례식이 끝났다고 본부에 귀대하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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