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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수사 없는 적폐청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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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수사 없는 적폐청산 없다

[최창렬 칼럼] '안보'와 '국론분열'의 프레임

민주당 계열의 정당은 김대중과 노무현의 집권 시기를 빼고는 야당 신세를 면치 못했다. 2015년 성완종 리스트 정국에서조차 진보 진영은 재보선에서 완패했다. 이념과 노선에 따른 분화가 아닌 계파별 지분을 둘러 싼 분열과 연령 효과에 따른 불리한 투표 지형 탓도 있겠으나 보수 진영이 선거 때마다 제기한 '친노' 프레임은 야권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다.
'반문'연대는 지난 대선을 가르는 중요 쟁점축이었다. 문재인을 제외한 세력의 연대를 위해 결집하자는 이른바 '빅텐트론'은 반문연대의 연장이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다시 빅텐트론을 언급하고 나섰다. 빅텐트론은 지난 대선 때 이미 용도 폐기된 프레임이다. 야당 통합의 명분이 될 수 없는 이유이다. 정책과 노선을 형성하는 정치적 배경이 다른 세력의 동거에 기반하는 연대는 사상누각에 그칠 수밖에 없다.
'친노'와 '반문' 프레임을 능가하는 고전적 프레임이 있다. 안보 논리와 국론 분열의 프레임이다. 정부 수립 초 국회는 제헌헌법에 의거하여 친일 관료와 경찰 등 일제 잔재를 청산하기 위해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했다. 그러나 친일 세력은 반공을 내걸었고, 미 군정은 남한의 안보와 치안 유지를 명분으로 일제에 부역했던 인물들을 대거 기용했다. 이승만은 자신의 세력 기반이었던 친일 세력과 함께 반민특위 해산의 명분으로 '안보위기'와 '국론분열'을 내세웠다.
박정희의 유신 독재 정권을 지탱했던 근거는 안보 논리였다. 냉전에 편승한 안보 이데올로기는 북한과 남한의 독재자들의 연명을 도왔던 적대적 공존의 존립 기반이었다. 박정희는 주권자를 통치의 객체로 전락시키고 국민총화라는 정체불명의 개념으로 정권 비판에 재갈을 물렸다. 반란으로 권력을 장악한 전두환 일파가 내세운 논리도 어김없이 안보와 경제였다.

보수로 위장된 역사를 거스르는 수구 세력의 논리는 70년이 지난 오늘도 변하지 않았다. MB와 자유한국당은 '지난 정권의 과오에 대한 수사는 과거 청산을 빙자한 정치 보복'이라며 적폐청산을 정치 보복으로 규정했다. 보수의 결집을 방어기제로 삼으려는 MB의 시도는 무모하다. 국면전환을 위해 보수와 진보의 대립을 노리는 전형적인 '국론 분열'의 정치공학이다. 또한 편향성의 동원(mobilization of bias)을 통한 지지층의 결집을 선거 경쟁에 끌어들이는 구태의 전형이다.
MB는 자신을 방어할 세력으로 친이계와 자유한국당의 존재가 절실하다. 한국당 비박 지도부는 친박에 대항하기 위해 친이계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 국정원,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과 여론조작 혐의는 박근혜의 헌법유린 및 국기문란에 못지않은 중대한 범죄 혐의다. 박근혜 세력을 능가하는 국정농단에 대한 일말의 반성과 성찰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친박과 친이가 다른 듯 하면서 동의어인 이유이다.
적폐청산을 정치 보복과 대치시킴으로서 국면 전환을 꾀하는 프레임 정치에는 역사를 왜곡하고 진실을 묻으려는 수구반동의 음습함이 묻어난다. 이승만과 박정희, 전두환이 내세웠던 안보와 국론 분열의 프레임에서 역사의 데자뷔를 본다.
적폐청산이 단순히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국한되어선 안 된다는 명제는 당위다. 근대화와 산업화의 그늘에 묻힌 역사의 퇴행과 불평등 구조의 혁파가 청산의 마침표가 되어야 한다. 정치경제적 격차가 사회계급의 모순을 심화시키고, 화해할 수 없는 원심력이 고착되기 전에 사회적 연대를 위한 시스템의 타파는 절박하다.
촛불 혁명은 대한민국 사회의 생존 방식과 운영 방식의 총체적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는 국가기관들의 헌법질서를 유린한 범법 행위를 묵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에 대해 MB측이 맞불을 놓을 자료를 내놓을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진보 정권들에서 MB와 박근혜의 국정농단에 해당하는 행위에 대한 증거와 정황이 있다면 이도 적폐청산 차원에서 수사해야 한다.

그러나 MB 측이 국면을 호도하기 위해 자신의 범법의 정황을 정치적 차원으로 치환하려는 전략을 구사한다면 사법적 차원 이상의 대가를 치를 각오를 해야 한다. 안보 위기와 국론 분열의 프레임은 한국 민주주의를 형해화시키고 지연시켰다. 이러한 역사적 퇴행을 인지하지 못한 성찰의 부재야 말로 적폐 중의 적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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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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