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의원들 조차 정황상 명백한 '투기'라고 보고 있는 것이지만, 최 후보자는 "제가 살기 위해 장모님을 투기꾼으로 몰고싶지 않다"며 "(88년 부인과 장모가 땅 산 사실을) 93년 공직자 재산 신고를 하기 전까지 전혀 몰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 후보자의 해명을 뜯어보면 석연치 않은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민주당 강창일 의원의 표현대로 하면 최 후보자는 "까도 까도 의혹이 나오는 남자, '까도남'"이다.
한나라당도 "거짓말 하지 말고 장모가 투기했다고 인정하라"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은 88년 1월 최 후보자 부인과 장인이 공동으로 매입한 대전 복용동 그린벨트 내에 위치한 '밭' 850㎡, 그리고 최 후보자 부인과 장인이 공동으로 사들인 인근 대지 1276㎡와 농가다. 매입 당시 최 후보자는 재무부 서기관이었다. 이 농지 중 일부가 지난해 도로 용지로 수용돼 4억 5000만 원의 수익을 내 싯가로 15배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또 최 후보자 부인이 언니와 함께 88년 9월 매입한 충북 청원군 부용면 임야 1만6562㎡는 92년 부용공단 조성에 따라 면적의 96%가 수용됐고, 이 때문에 6배의 차익을 남겼다. 최 후보자는 이를 두고 "선산용"이라고 했고 역시 "투기 목적은 아니며, 93년에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 김영환 지식경제 위원장은 "당시 돈으로 1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후보자의 배우자가 땅을 매입한 사실을 모를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특히 충북 청원군 임야의 경우 후보자의 배우자가 92년 6배의 수익을 얻었음에도, 93년까지 몰랐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왔다.
이같은 의혹을 제기했던 민주당 조정식, 노영민 의원도 "후보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장인, 장모와 함께 투기를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라"고 질타했다.
여당 의원들 다수도 납득하지 못한다는 표정이었다. 한나라당 이상권 의원의 경우 "공직 후보자는 도덕성이 매우 중요하고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솔직히 인정하는 게 필요하다"며 "아무리 계산해도 최 후보자가 월급 받아 모은 돈으로 그 땅을 살 수가 없다. 장모가 투기했으면 비록 돌아가셨지만 솔직히 (투기했다고) 인정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김영삼 정부 시절 장인이 친일행각을 해서 낙마한 수석비서관이 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장인이 빨찌산이라고 해서 난리가 났었다"며 "자꾸 거짓말을 하지 말고 장모가 당시에 이런 일(투기)을 했다고 그렇게 말하라"고 따졌다.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도 "엄격히 따지면 장인, 장모가 잘못한 것이다. 후보자는 장인 장모 관계는 사위고 자식이지만, 국무위원으로는 국민에 대한 자세가 있다"며 "88년에 후보자가 (부인과 함께) 투기 했다고 한다면 했다고 하고, 그게 아니라면 적극적으로 해명하라"고 질타했다. 같은 당 정태근 의원도 "장모의 투기는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최 후보자를 몰아붙였다.
전 재산 털어 땅 샀는데, 5년 동안 몰랐다?
그럼에도 최 후보자는 "청원군 부용면 임야는 장모님이 저희 모르는 사이에 (부인의 돈 일부를 보태) 땅을 샀지만, 대전 복용동 밭은 저희도 땅을 살 돈이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최 후보자의 해명도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김영환 위원장이 "79년부터 공직 생활을 시작한 최 후보자의 월급, 83년부터 교사 생활을 한 부인의 월급을 예상해보면, 88년까지 10년 동안 안쓰고 다 모아도 당시 시세로 4000~5000만 원이 되는데, 88년 산 복용동 땅이 90년 기준으로 시가가 5000만 원 가량 된다"고 지적하자 최 후보자는 "위원장님 말씀대로 결혼 축의금도 있고, 큰 딸이 두 살이어서 아무데도 돈 쓸 데가 없어서 부지런히 (월급을) 모아 5000만 원 정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최 후보자 말대로라면 월급을 한푼도 쓰지 않고 10년을 생활했고, 이후 88년에 "농사를 짓고 전원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장인 돈 5000만 원과 함께 1억여 원을 들여 복용동 땅을 샀다는 것이 된다. 부인이 장모와 함께 청원군 임야를 산 뒤 92년 수익을 냈음에도 93년까지, 총 5년 가까이 본인만 "몰랐다"는 청원군 임야 문제도, 여야 의원 가리지 않고 최 후보자의 해명을 "거짓말"이라고 몰아붙이는 빌미를 줬다.
상황이 이런데도 최 후보자는 "청와대에서 이번 청문회에 엄청난 야당 공세를 예상하고 (저를) 후보자로 냈고, 민주당 제기한 의혹도 다 (청와대) 내부에서 스크린 했습니다. (야당이 제기한 것은) 의혹밖에 안 되는 것 아닙니까? 제가 다 해명을 했습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뻣뻣한 자세'로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 민주당 소속 김영환 위원장, 자유선진당 김낙성 의원 등 여야 의원 할 것 없이 최 후보자의 답변 태도를 문제삼자 최 후보자는 "답변 과정에서 의원님들의 뜻에 거슬리는 (태도로) 답변한 부분은 제가 사과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투기 의혹'에도 여전한 '부동산 철학' 소신 최 후보자는 부동산 거래와 관련한 본인의 '소신'을 적극 피력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이 최 후보자가 청와대 경제 수석 재직 시절에 토지거래 허가 구역을 대폭 해제한 것을 칭찬하자 최 후보자는 "부동산 가격 상승, 난개발 등을 방지하기 위한 허가제이지만 국민의 기본권을 생각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 후보자는 "주무 장관(국토해양부 장관)은 아니지만 (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국무위원의 한사람으로 (추가 완화)관련 논의가 있으면 김성회 의원의 뜻을 전하겠다"고 자신의 '부동산 철학'을 드러내기도 했다. 건설사 사장 출신이기도 한 김 의원은 최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적극 엄호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지식경제부 장관이 아니라 국토해양부 장관 청문회를 보는듯 하다"는 관전평도 나왔다. |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