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인은 어린 아이들, 1원도 받지 못하고 비참하게…"
특히 민주당 노영민 의원은 후보자의 배우자가 언니와 함께 지난 1988년 매입한 충북 청원군 부용면 임야 1만6562㎡에 얽힌 '비극적인 가족사'를 공개하며 최 후보자를 몰아세웠다.
노영민 의원에 따르면 당시 이 땅의 주인은 어린 아이들이었다고 한다. 노 의원은 "원주인은 삼남매인데, 이 땅은 졸지에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남긴 유일한 유산이었다"며 "당시 10살, 8살, 5살이었던 아이들은 아무런 영문도 모르고 이 땅을 빼앗겼고, 아버지의 묘마저 파헤쳐졌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20대 후반~30대 초반에 이른 최근에야 이 땅의 존재를 알았다고 한다. 당시 이 땅을 최 후보자 측에게 판 당사자는 아이들의 조부, 즉 교통사고로 사망한 아버지의 부친이었다고 노 의원 측 관계자는 전했다.
노 의원은 "이 땅은 아버지가 어린 아이들에게 남긴 유일한 재산인데 아이들 동의도 없이 매매가 이뤄졌고, 아이들은 1원 한 푼 받지 못했다"고 했다.
노 의원은 "이후 이 아이들이 얼마나 비참하게 살았는지 아느냐"며 "교복이 없어 동네에서 사다준 교복을 입고 다녔고, 끼니도 제대로 잇지 못하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물론 최 후보자에게 법적인 책임을 묻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거래 당시 상속등기 등의 서류를 보면 아이들의 상황에 대해 알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최중경 후보자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하지만 보호자랄지, 삼촌이랄지 어린 아이들을 대리해 매매계약을 성사시킨 사람이 있지 않겠느냐"는 반응만을 보였다.
매매계약이 이뤄진 이후 불과 3개월 만에 이 땅은 국토이용계약이 변경돼 고시된 뒤 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고, 1992년 6월에는 공단 조성사업을 위해 대부분이 정부에 수용됐다.
당시 최 후보자 측은 최소 2억8700만 원의 보상비를 받아 매입가의 600%에 이르는 이득을 남겼다는 게 야당들의 주장이다. 노영민 의원은 "이 땅은 최 후보자의 일가에게 차익을 남겨준 행운의 땅인지는 몰라도 이들에겐 아주 비극적인 땅"이라고 꼬집었다.
▲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앞서 선서를 하고 있다. ⓒ뉴시스 |
"남편은 공무원, 본인은 교사, 거주지는 청담동인 사람이 158㎞ 거리의 농지를 왜?"
이밖에도 부동산 투기의혹은 계속해서 제기됐다.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최 후보자의 배우자, 장인이 역시 지난 1988년 매입한 대전시 유성구 복룡동의 밭 850㎡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이 땅 역시 매매기 이뤄진 이후 대전시에 의해 수용돼 15배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조 의원은 "당시 농지개혁법에 따르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자경을 목적으로 한 농가이며, 농가는 농경을 주업으로 해 독립생계를 유지하는 가구"라면서 "배우자와 장인이 이 땅에서 농사를 지었느냐"고 따져 물었다.
최중경 후보자가 "장인, 장모께서 가끔 들러 채소도 경작하고 부인도 가끔 참여한 것으로 안다"고 답하자 조 의원은 "그렇다면 당시 배우자와 장인의 실 거주지, 직업은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최 후보자가 "1988년 당시 부인과 장인의 거주지는 서울 청담동이었고, 장인은 직업이 없었으며 부인의 직업은 교사였다"고 답했다.
조정식 의원은 "복룡동 땅과 실거주지 간의 직선거리는 158㎞"라며 "남편은 중앙부처 요직인 재경부 공무원이고, 거주지는 강남구 청담동이며, 신분은 교사인 사람(최 후보자의 배우자)이 농사를 짓겠다고 158㎞ 떨어진 농지를 샀다는 말을 믿을 사람이 대한민국에 어디 있느냐"고 질타했다.
조 의원은 "경작사실 확인서와 보상내역 등의 자료에 따르면 이 땅에서 실제 농사를 지은 사람은 후보자의 부인이나 장인이 아니라 제3자인 강모 씨"라며 "공교롭게도 강 씨의 거주지는 최 후보자의 장모가 매입했다가 후보자의 배우자에게 상속한 또 다른 복룡동의 땅 1627㎡로 되어 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결국 최 후보자 측이 강 씨에게 소작을 줬다는 것이고, 이는 전형적인 부동산 투기"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최 후보자는 "지난 1996년 1월부터 발효된 농지법에 따르면 그 시점까지 농지를 기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대리경작이 허용돼 있다"고 해명하면서 "투기의 목적으로 그 땅을 산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5년 지나서야 땅의 존재를 알았다" vs "그 말을 누가 믿겠나"
최 후보자가 대전시 복룡동의 밭과 충북 청원군 임야 등 두 건의 토지거래 내역을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알았다고 설명한 대목도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최 후보자는 "이후 1993년 재산신고를 할 때야 이 땅의 존재를 알았다"며 "아내도 복룡동 받은 당시 인지했던 것 같고, 충북 청원군의 임야는 몰랐던 것 같다"고 했다.
국회 지식경제위원장인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대충 계산해도 두 땅의 매입가격을 더하면 7000만 원"이라며 "당시 후보자 본인은 32세, 배우자는 28세 아닌가, 그 때 7000만 원을 내고 땅을 사는데 몰랐다는 게 타당한가"라고 물었다. 당시 사무관으로 근무하던 최 후보자의 연봉은 약 2000만 원 정도라고 한다.
김 의원은 "몇 년 치의 급여를 털어 수천 만 원을 투자하는데, 배우자와 상의도 안 했고 5년 동안 부동산을 산 것조차 몰랐다고 한다면 국민이 어떻게 납득하겠느냐"고 했다.
김 의원은 "게다가 장인과 장모는 100억 원 이상의 재산가"라며 "그런 분이 돈이 없어 따님과 같이 땅을 샀다는 것도 설명하기 어렵다, 사실상 명의만 빌려 땅을 샀다는 심증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 후보자는 "사실이다, 전혀 몰랐다"라고 거듭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는 모습이었다.
정태근 "본인 의지 아니라도 투기는 분명, 사회환원 어떤가"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질타가 나왔다. 정태근 의원은 "후보자의 처가를 잘 아는 분을 통해 조사를 해 봤더니 (부동산 매매가 이뤄진) 1988년 당시 사무관으로 근무하던 후보자가 관여해서 투기를 한 것은 아닌 것이 분명해 보인다"라면서도 "문제는 사실상 장모가 투기를 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 의원은 "후보자는 지경부 차관, 필리핀 대사도 했고 이번에 장관도 되실 것"이라며 "본인의 의지는 아니었더라도 증식된 돈은 사회공헌에 사용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최 후보자는 "돌아가신 장모님의 이야기를 자꾸 해서 송구스럽지만, (부동산 계약) 두 건은 분명히 투기가 아니었다"며 "전원주택을 취득하고 선산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은 분명히 말씀드린다"라고 했다.
'사회환원 제안'에 대해 최 후보자는 "말씀하신 부분은 숙고해보겠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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