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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ㆍ표절ㆍ투기…"정동기보다 정병국이 더 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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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불법ㆍ표절ㆍ투기…"정동기보다 정병국이 더 나빠"

[인사청문회] 정치자금법 위반 등 불법 시인…그래도 한나라는 'GO'!

19대 총선을 1년 4개월여 앞두고 지명된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 잘못된 인사라는 지적이 쏟아져 나왔다. 사실상 "4개월 짜리" 장관을 임명한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문제라는 것.

장관은 보통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업무의 연속성을 위해 2년 정도 직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3선 의원이고 정치인인 정 후보자가 내년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공천 등의 문제를 감안할 때 올해 10월 정도에 장관직을 그만 둬야 한다. 이날 청문회에서 정 후보자는 2012년 4월에 있을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 답변을 얼버무리고 회피하는 데 급급했다.

각종 위법 사실에 대해서도 사과 대신 "앞으로 시정하겠다", "미처 몰랐다", "실수였다"고 하면서 말을 돌리는 등 답답한 답변 태도를 보였다.

"낙마한 정동기보다 더 나쁜 인사가 정병국 인사"

국회 최다선 의원인 7선의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장관이 (불출마에 대해) 대답을 안하니 내년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전제하고 질의를 하겠다"며 "(총선 출마를 한다면) 올해 10월에는 장관직을 사퇴해야 하는데 정부가 발간한 '장관직 수행 가이드북'에 따르면 전직 장관들이 '업무 파악에 6개월이 걸린다'고 증언을 한다. 결국 결국 4개월 짜리 장관을 하는 셈인데, 이게 제대로 된 인사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의원은 "저는 (정 후보자의)자질이나 능력 이전에, 10개월짜리 장관을 인사 청문회에 세우는 것은 안된다고 본다. 이래선 안된다"며 "(낙마한)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내정 못지 않게 잘못된 인사"라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인사 철회를 요구했다. 조 의원은 "문광부를 질책하고 감시 감독 하던 분이 하루 아침에 거기 (장관 후보자) 앉아서 있는데, 이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잘못된 인사"라며 이같이 말했다.

▲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청문회에서 답변하는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뉴시스

자유선진당 임영호 의원도 "현직 (국회 문방위) 상임위원장이 소관 부서(문광부) 장관에 임명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대통령 비서(정동기)가 행정부를 감시하는 감사원장으로 가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국회 상임위원장은 일반 의원들과 달리 의전서열로만 놓고 봐도 장관보다 직위가 더 높다. 특정 행정부 수장까지 감시, 견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시한부 장관 꼬리를 다는 것은 큰 문제다. 내년 총선 정치 경력을 관리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며 "정 후보자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중앙 부처 수장으로 조직 안정성을 위해 장관직을 수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겠다면, 장관직을 사양하는 게 더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었느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 후보자는 "어떤 뜻인지 잘 말씀하겠다.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며 답변을 얼버무렸다. 장관직 수행에 대한 준비가 안됐다는 지적에 정 후보자는 "10년 동안 준비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 후보자는 국회 문방위에서만 11년을 활동했었고, 현 정부 들어서는 그간 '한나라당 소장 개혁파' 딱지를 떼고 종편 선정을 위한 방송법을 직접 기안하는 등 정부의 정책을 철저히 뒷받침한 인물이다. 그런 정 후보자가 "10년 동안 (장관) 준비를 해왔다"고 하는 것은 장관이 되기 위해 의정 활동을 했다는 말로 들리기도 한다.

정치자금법, 부동산법, 농지법 위반에, '논문 표절' 일부 시인까지

정 후보자는 이날 정치자금법 위반, 부동산 실명제법 위반, 농지법 위반, 논문 표절, 이중소득공제 등 수많은 법 위반 사실을 시인했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는 '3800만 원 주유비 의혹'은 석연치 않은 설명으로 일관해 의혹을 더 부풀리기도 했다. 정 후보자는 2009년 1년 동안 주유비로 3768만 원을 썼다고 선관위에 신고했었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이 공개한 유류 사용 기록에 의하면 정 후보자는 해외 출장 중에도 자신이 타고 다니는 제네시스 차량에 하루 두 차례나 기름을 넣기도 했다. 주유 기록을 허위로 작성해 선관위에 제출한 것이라면 정치자금법 위반이 된다. 이와 관련해 정 후보자는 "그 사실은 잘 모르겠다. 알아보겠다"고만 말했다.

정치자금으로 주유비를 사용하면서 정작 의정비로 나오는 주유비는 다른 명목으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정 후보자는 이와 관련해 "그 부분까지는 미처 신경쓰지 못했다"고 사실상 인정했다. 이 역시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또 정 사무총장의 지역구인 양평군 소재 가야주유소에서 47차례에 걸쳐 1700만6000원어치를 주유한 것도 문제가 됐다. 하루에 100만 원을 결제한 뒤 불과 일주일 후에 100만 원을 또 결제한 사실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정 후보자는 "지역구가 넓어서 차량 4대를 운용하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 결제 금액이 많은 것은 외상을 했다가 한꺼번에 결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석연치 않은 점은 한 두 군데가 아니다.

특히 자원봉사자가 유류 대금을 결제한 것도 있는데, 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비서도 아닌 사람이 유류비를 (먼저 결제하고 나중에 정 후보자 측 통장에) 넣어주면 제 3자 기부행위로 볼 수도 있다. 이 부분은 선관위에 조사를 의뢰하겠다"고 말했다. 주유 대금을 결제한 사인의 필체가 제각각인 점도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이날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문제의 주유소 사장은 본인의 생업 때문에 불참한다고 국회에 알려왔다.

농지를 창고로 전용해 놓고 창고를 짓지 않아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정 후보자는 "원래 창고가 있었으나 수해로 인해 철거했다. 청문회 준비 하는 과정에서 멸실신고를 했는데, 법을 몰라 바로 신고를 못한 것에 대해서는 시정했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농지법 위반 사실 자체는 시인한 것이다.

박사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서도 정 후보자는 "문제가 있다면 사과를 하겠다. 그러나 당시는 (논문 도입부분을 일부 베끼는 일은) 관행적으로 있었던 일이었고 각주를 달지 않은 부분이 있는데, 앞으로 시정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95년에 부친으로부터 양평군 땅을 상속 받고 2004년에야 명의 이전을 해 부동산 실명제법을 위반했다는 것도 시인했다. 정 후보자는 "부친의 유산을 물려받는 시점이 아버지 돌아가신 직후여서, 바로 (명의 이전을) 못한 것은 있는데 형제들 간에 어떤 상황들이 있었다. 그것이 당시 부동산 실명제법을 위반했다고 판단은 못했다"고 진땀을 뺐다.

정 후보자 배우자, 여동생을 포함한 22명이 지난 97년 산 땅이 최근 전원주택마을로 개발되면서 공시지가가 4배 이상 뛴 것과 관련해 '기획부동산' 의혹이 제기되자 정 후보자는 "아무리 공직자 후보라고 이 자리에 앉아 있지만 아닌 것은 아니다"라며 "20년 간 지속된 등산 친목 모임에서 공동으로 사들인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나라, 적극 엄호…'청문회'가 아니라 '설명회'?

이처럼 각종 불법 사실이 드러난데다, 제기된 의혹도 속시원히 해명되지 않고 있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정 후보자를 적극 엄호했다. 청문회가 아니라 '설명회'를 방불케하는 모습이었다. 조진형 의원은 야당 의원들의 질문 공세가 거세지자, 아예 정 후보자에게 자신의 질의시간을 주고 "해명하라"고 하기도 했다.

청문위원이기도 한 안형환 대변인은 청문회가 진행되는 도중인 오후 3시 20분 경 국회 기자실을 찾아 "아직 청문회 중이지만 큰 문제가 없다고 보기 때문에 내일 조간 신문에 낼 수 있도록 미리 브리핑을 하겠다"며 "현 상황대로라면 이 논평이 바뀌지 않을 것 같다. 후보자의 공직 수행 능력, 자질 검증은 대체적으로 큰 무리 없이 진행됐다. 야당이 제기한 각종 의혹은 정 후보자가 성실하게 설명해 많이 불식됐다"고 말했다.

정동기 후보자 사퇴로 한차례 정치적 타격을 입은 한나라당이 "더이상 밀리지 않겠다"며 나머지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한 공세를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모습이다.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이날 공격적인 질문을 쏟아냈지만 민주당 안팎에서는 "결정적인 한방이 없다"는 관전평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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