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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독판 못 참겠다…한번 뒤집어야 할 텐데"

[집중기획] 부산ㆍ경남이 흔들린다 (上)

2011년 들어서도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은 여전히 고공행진하고 있다. 또 차기 대통령 후보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야권으로서는 맥빠질 노릇이다. 하지만 또 다른 여론조사를 보면 '다음 선거에서는 보수 단일후보가 아니라 진보 단일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이 많다.

이런 까닭에 범야권 내지 진보개혁 진영에서는 여전히 2012년에 대한 기대가 높다.

지난 해 6.2 지방선거에서 '희망의 싹'을 찾은 이후 '빅텐트론', '100만 민란 운동' 등 야권 단일 정당 내지 야권 연대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민주당은 물론 진보정당에서도 연대 자체에 대한 의구심을 표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1년 현재는 조금 주춤한 듯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너무 빨리 시작했다. 피로도가 쌓이고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하지만 복지정책 연대, 진보정당 통합운동 등 다양한 층위와 뱡향의 움직임은 여전히 활발하다.

이런 움직임은 일부 전국 순회 토론회나 집회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수도권과 중앙정치 상층부에 쏠려있다.

하지만 "부산을 주목해야 한다"는 소리가 조금씩 들린다. 역대 대선을 살펴보면 수도권, 충청권이 확실한 승부의 키를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부산 경남의 역할도 결정적이다.

1997년 대선에서는 이회창, 이인제의 표갈림 현상이 극명했고 김대중 후보의 신승으로 이어졌다. 2002년 대선은 말할 것도 없다. 부산경남에서 선방하고 수도권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후보가 바로 노무현이었다. 반대로 1992년과 2007년에는? 김영삼, 이명박 후보의 완전한 압승이었다.

2012년 대선에서 야권이 승부를 걸기 위해선 부산경남의 선전이 절실하다. 부산으로 귀향을 선언한 김영춘 민주당 최고위원은 "우리 득표율을 40%까지 올리면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김수진 교수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다. 반대로 한나라당에선 흔들리는 PK 표밭을 되찾아야 안정적 전국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

과연 부산은 어떤 선택을 할까?

전혀 예상치 못했던 득표율 44.57%

▲ 부산 상수원 대책 마련 촉구 결의대회. 민주, 민노,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대표가 모두 참석했었다ⓒ뉴시스

지난 해 6.2 지방선거에서 야5당 통합후보로 나섰던 민주당 김정길 부산시장 후보의 득표율은 44.57%에 달했다. 4년 전인 2006년,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오거돈 후보 득표율 24.12%의 두 배 가까운 결과였다. '올드 보이'인 데다가 준비기간이 길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만만찮은 저력을 과시했던 것.

이웃 경남에서 승리한 김두관 경남지사는 최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부산시장 선거도 민주당 김정길 후보가 '이긴다'고 생각했으면 이겼을 것이다. 저와 만나면 김정길 선배가 '김(두관) 장관은 가능성이 있는데 나는 많이 얻어도 35% 정도 받을 것 같다'고 했다. 지는 것을 전제로 싸움을 한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선전'이 목표였던 부산의 야권 인사들은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김 지사 말이 맞을 수도 있었겠다"고 무릎을 쳤다.

지난 해 이같은 결과를 두고 '야권이 잘해서'라고 설명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부산시장 후보로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기대를 걸었지만 그의 불출마 의지는 확고했고, 민주당은 후보난에 시달리다가 뒤늦게 김정길 전 대한체육회장을 후보로 선출했다. 표면적으로는 야당 연대가 이뤄졌지만 속사정은 복잡했다. 야당의 유일한 부산 재선인 민주당 조경태 의원과 김정길 캠프간의 관계가 매끄럽지도 못했다. '부산 친노'의 힘이 완벽하게 결집한 것도 아니었다. 구청장, 시의원 공천은 경쟁이 치열해서가 아니라, 나갈 사람이 없어서 문제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폭풍도 잦아드는 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 "민심은 변하고 있는데 정작 '선수'들은 민심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라는 김두관 경남지사의 말이 맞는 것일까?

"부산 바닥, 참으로 갑갑하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첫 부산시장은 'YS의 측근' 문정수 전 의원이었다. 3당 합당에 반대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도전장을 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 이후엔 안상영, 허남식 등 공무원 출신 한나라당 시장들이 독점하고 있다. 큰 사고도 안 치고 큰 변화도 없는 좋게 말하면 안정되고 나쁘게 말하면 복지부동하는 시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혁규-김태호-김두관으로 이어지는 선 굵은 정치인들이 바통을 주고 받은 이웃 경남에 대해서도 부산 시민들의 '열패감'은 적지 않다. 서울에 이은 '제2의 도시'라는 자부심은 인천에 위협당하고 있다.

국회 쪽 사정도 다르지 않다. 차곡차곡 선수를 쌓은 중진도 있고 국회의장도 배출했지만 유의미한 정치력을 발휘하는 인사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어제의 '친박 좌장'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목청만 좀 크게 들릴 뿐 '대세'를 형성해가고 있다는 부산의 친박 의원들의 존재감도 미약하다.

부산의 한 국립대 교수는 "한 마디로 말해서 '갑갑하다'는 분위기다"면서 "사실 한나라당 1당 지배가 근본적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한나라당에서도 좋은 사람들을 내보내고 경쟁을 벌이면 훨씬 더 좋을 수 있는데, 부산은 완전히 고인 물이나 다름없다. 어찌됐건 한 번 뒤집어야 하긴 뒤집어야 한다는 정서가 많다"고 풀이했다.

또 다른 교수도 "지금 부산은 반MB정서도 수도권만큼은 될 것이고 한나라당에 대한 염증이 극도로 높다. 하지만 그게 야당에 대한 지지로 바로 이어진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면 2012년에는 '그래도 박근혜는 한 번 더 믿어볼까'와 '더 이상 못 참겠다'는 정서의 충돌 아니겠냐"고 전망했다.

▲ '부산 돌파'를 선언한 김영춘 민주당 최고위원ⓒ뉴시스
'귀향'을 선언하고 지역구를 물색하고 있는 민주당 김영춘 최고위원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부산동고를 졸업하고 고려대를 나와 서울에서만 재선한 김 최고위원은 "솔직히 부산에 내가 뭘 기여한 것은 별로 없다"고 털어놓으면서도 "내가 부산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틈이 나는 대로 부산을 왔다갔다 한다는 김 최고위원은 "부산 사람들 마음이 공중에 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민주당이다'는 아니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이대로면 부산 말로 '더 꼴아박겠다'는 생각이더라"고 전했다. 바닥이 부글거린다는 이야기다.

김 최고위원은 최근 한진중공업 사태를 예로 들며 "부산이 이렇다"고 말했다. 대한조선공사라는 이름으로 창립된, 한국 최고(最古)의 조선소인 한진중공업은 르노삼성자동차와 더불어 부산의 유이한 대형 제조업체다. 하지만 한진중공업은 필리핀 수빅에 있는 조선소의 수주 물량이 넘치고 주주 배당을 백 수십억 원이나 하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다른 지역 같으면 여당 의원들과 여당 소속 시장이 중앙정부에 "해결책을 내놓으라"고 '땡깡'이라고 부릴 만한데 부산 여당 인사들은 워낙에 얌전하다는 게 김 최고위원의 이야기다.

부산 시내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간부도 "부산에는 요새 데모도 별로 없다. 막기도 어렵지 않다"면서 "왜냐? 데모 나올 사람도 없다. 부산 민주노총에서 제일 규모가 큰 데가 전교조 부산지부니 말 다한 것 아니냐. 한진중공업 현장에도 사람 그리 많지도 않더라"고 말했다.

여당 성향이든 야당 성향이든 할 것 없이 '갑갑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이 부산의 풍경이었다.

"야당, 민심에 주문서 맞춰 납품할 능력 되나?"

▲ 박민영 부산 금정구의원, 민주당 재선 의원이다ⓒ프레시안
하지만 부산 지역 언론사의 한 간부는 "바닥이 부글거리는 것과 정치판이 내년에 확 바뀌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못을 박았다.

그는 "주문은 마구 밀리는데 그 주문에 맞춰서 납품할 능력이 되는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34세 나이로 부산 금정구 의회 재선에 성공한 민주당 박인영 구의원도 "변하기는 변했다. '운동권' 소리는 덜 듣는다"면서도 "아직도 멀었다"고 단언했다.

변화의 단초는 보이지만 야당의 실력에 대한 의구심, 어떻게 보면 한나라당 장기집권의 근본적 토양이 바뀐 것은 아니라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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