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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DNA'로 풀어본 안철수-유승민 '수학적 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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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방탄소년단 'DNA'로 풀어본 안철수-유승민 '수학적 끌림'

통합은 "수학의 공식"…"자꾸 드러내고 싶은" 안철수

첫눈에 널 알아보게 됐어
서로를 불러왔던 것처럼
내 혈관 속 DNA가 말해줘
내가 찾아 헤매던 너라는 걸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을 '월드 스타'(좀 구식인 표현이다)로 만든 신곡 'DNA'의 첫부분이다. 부산이 고향인 안철수의 '혈관'에는 보수적인 피가 흐른다고 국민의당 내 비판자들은 말한다. 한 호남 중진의 측근은 최근 기자와 만나 "안 대표는 문법 자체가 우리와 너무 다르다"며 "'힘의 논리'가 아니면 알아듣지를 못한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당내당 '평화개혁연대(가)'를 만드는 등, 호남계가 안 대표에 대한 '설득'이 아니라 의원 머릿수를 모아가는 당내 세력전을 펼칠 수밖에 없는 배경에 대한 설명이었다.

국민의당의 안철수와 바른정당의 유승민은 '서로를 부르'고 있다. 안철수는 21일 이른바 '끝장토론' 의원총회를 마치고 "저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위해 (바른정당과) 통합이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라며 "통합을 하는 것이 가장 시너지가 많이 날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유승민은 같은날 이에 화답했다. 유승민은 "국민의당이 미래를 위한 이 진통을 잘 극복해서 바람직한 길을 찾으면 좋겠다"며 "국민의당이 뭔가 새로운 길을 찾았을 때 협력 공간이 있으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유승민과 안철수는 왜 서로 끌릴까? 다시 방탄소년단.

우리 만남은 수학의 공식
너에게 내민 내 손은 정해진 숙명 -DNA

'호남 중진' 박지원의 말처럼 이들의 통합론은 다분히 '수학적'이다. 박지원은 22일 CP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치라고 하는 것은 물 흘러가듯 흘러가면서 사안에 따라서 할 수 있는 거지, 안철수 대표처럼 그렇게 과학, 수학으로 정치를 보면 안 됩니다. 과학도 수학도 아니에요."

어떤 수학? 안철수의 셈법은 이렇다. 자신이 창당한 국민의당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보수정당인 바른정당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강정책이 더 유사성이 크다는 '문과적' 사실은 중요치 않다. 민주당과 공조하면 국민의당은 '민주당 2중대'로 간주돼 차별성을 잃게 되고, 결국은 압도적 대통령 지지율을 등에 업은 여당의 구심력에 휩쓸린다. 제3당이라는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서는 오히려 여당에 날을 세우고, 중도-보수세력 통합으로 몸집을 불려야 한다. 이를 위한 선결 과제는 호남계와의 당내 헤게모니 다툼에서 승리하는 것이고, 이들을 승복시키거나 잠잠하게 만들고 난 후에는 바른정당과 선거연대 또는 통합을 통해 지방선거에서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유승민의 처지도 비슷하다. 박근혜 정권 탄핵이라는 역사적 사건에도 불구하고, 영남 지역에서 자유한국당의 지지세는 여전히 강고하다. 아무리 '개혁 보수'를 소리높여 외친들, 당장 내년 지방선거에서 당의 존립이 위태로운 지경이다. 지방선거에 참패한다면 한국당이 주도하는 보수세력 재편의 구심력에 휘말리는 상황이 올 수 있고, 언필칭 강조하는 '개혁 보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여야의 중간 지대에 양측의 인력에서 자유로운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국민의당과의 제휴가 당장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보장해 주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등 뒤의 적을 없애는 의미는 있다.

즉 안철수와 유승민의 '선거 연대'란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바른정당은 영남에서 각각 '주적'인 민주당과 한국당을 상대하고, 자신의 당이 후보를 내기 어려운 지역(예컨대 국민의당은 영남, 바른정당은 호남)에서는 '제휴'한 상대 당 후보를 자신의 후보로 간주하고 밀어준다는 것이다. 수도권에서는 아예 공동 전선을 편다. 그러면 4파전으로 혼전 양상이 되는 것보다 득표율을 더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다. 이런 인식은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의 말에 그대로 나타난다. "지금 이대로 가면 대구·경북(TK)은 또 다 한국당이 휩쓸고, 호남은 민주당 지지 여론이 거의 70~80% 이상이니 민주당이 다 석권한다. 이러면 과거처럼 지역 패권 시대로 돌아간다. 그러니까 패권 청산을 위한 선거연대는 꼭 필요하다."

안철수는 그래서 바른정당에 손을 뻗기 전의 1단계 작업으로 당내의 싸움부터 시작하고 있다. 의원총회 '끝장 토론'에서 반대파의 세력과 기세가 만만치 않음을 확인한 후 그는 원외(국회의원이 아닌) 국민의당 지역위원회 위원장, 일반 당원들을 만나 통합론을 설득하려 하고 있다. 반대파인 박지원·정동영 의원도 반대 여론을 조직하는 세력전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 한때 반(反)문재인 정서를 공유했던 이들은 이제 적폐 청산 문제, 대북정책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상극(相剋)이 됐다.

우리 한때
자석 같았다는 건

한쪽만 등을 돌리면
멀어진다는 거였네 -에픽하이, 아이유. '연애소설'


안철수 측에서는 의원총회 이튿날인 22일부터 당장 '여론조사를 해보면 통합에 찬성하는 의견이 우세하다'며 여론전에 돌입했다. 당 자체적으로 시행한 통합 관련 여론조사 결과가 23일 공표된다. 지난달 18일에는 당 정책연구소가 비밀리에 실시한 여론조사가 언론에 공개됐고, 의원총회 하루 전인 지난 20일에는 당 자체 여론조사 결과가 한 신문에 흘러나왔다. 앞서 공개된 두 조사 모두 결론은 같았다. 바른정당과의 통합 여론이 우세하다는 취지였다. 이날 국민의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는 안철수 측 최고위원이 "전 당원의 의사를 묻는 ARS 당원투표에 더해서 국민 여론조사까지 한다면 더 이상 논란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SNS를 소재로 다룬 최근의 한 노래 가사가 이런 상황에 겹쳐진다.

자꾸 드러내고 싶지 자꾸만
사소한 것 하나까지 전부 다

이건 네가 몰라야만 돼
그러면서 뻔뻔하게

꼭 눌러줘
저 밑에 앙증맞고 새빨간
하트 하트 ('좋아요') - 트와이스 '라이키(Likey)'

최근 국민의당 상황을 다룬 기사의 일부분에는 가수 리쌍의 2009년 노래 제목까지 등장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안철수와, 그에 반대하는 호남 중진들의 '심리적 분당' 상태에 대한 비유였다. 리쌍은 음악 외적인 일로 최근까지 유명세를 타긴 했지만(☞관련 기사 : '갓물주'는 이런 방식으로 '폭력'을 고용한다), 적절한 비유였다.

"리쌍의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라는 노래 제목처럼, 안철수계도 호남 의원들도 서로 사랑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당장 이별하기도 어려운 게 정치적 현실이다." -국민의당 관계자, 21일자 <한국일보>

2016년 총선부터 올해 대선을 거치며 한때 "밤잠을 설쳐가며 서로를 알아가고 / 내 꿈은 너의 미래가 되어 서로를 따르는 한 쌍"(같은 노래)이었던 게 안철수와 호남 세력이었다. 그랬던 안철수와 호남 정치인들이 이제는 상극이 된 것은, 안철수의 큰 "꿈"이 더 이상 그들의 "미래"를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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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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