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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기 사퇴…"청문 기회조차 박탈, 어처구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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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기 사퇴…"청문 기회조차 박탈, 어처구니 없다"

"늘 검소하게 살아왔다…허위 주장에 개탄" 격정 토로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12일 끝내 사의를 표명했다.

정 후보자는 이날 서울 통의동 후보자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부족한 사람이 감사원장 후보자로 지명되어 각종 논란이 제기된 데 대해 그 진상이야 어떻든 간에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라며 "오늘 감사원장 후보자 지위에서 사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저 한 사람으로 인해 대통령께 누를 끼치고 향후 초래될 국정의 혼란을 감안하니 차마 이를 고집할 수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이같이 말했다.
▲ 정동기 후보자가 12일 사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시스

"근거없는 의혹에 비애를 느꼈다"

그러나 검찰 퇴직 후 로펌에서 매달 1억 원 씩, 모두 7억 원의 고액월급을 받은 전관예우 논란을 비롯해 주로 재산형성과 관련한 각종 의혹이 제기된 부분에 대해선 강한 어조로 반발하는 등 억울함을 드러냈다.

정 후보자는 "평생 소신에 따라 정직하게 살아오면서 인연에 얽매이지 않고 주어진 직분에 충실하였고, 남에게 의심받거나 지탄 받을 일을 일체 삼가며 철저히 자기 관리를 하고 살아왔다고 감히 자부한다"고 토로했다.

정 후보자는 "항상 검소한 자세로 아끼고 저축하면서 살아 왔고, 현재 살고 있는 집 외에는 평생 땅 한 평 소유해 본 적이 없다"며 "그럼에도 이번 후보자 지명을 계기로 경력과 재산뿐 아니라 개인의 모든 사생활이 정치적 이해에 따라 악의적으로 왜곡되고 철저하게 유린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후보자는 "재산 문제와 관련하여 근거 없는 의혹을 만들어 제기하거나 집이 없어 전세를 살던 시절 전세기간 만료로 여러 차례 이사한 사실조차도 투기의혹으로 몰아가는 것을 보고는 집이 없어 이사를 많이 했던 것까지 흠이 되는 현실에 비애를 느꼈다"라고 했다.

또 정 후보자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일류대학을 나오지 못한 제가 실력을 인정받기 위해 각고의 노력 끝에 학위를 취득한 부분까지 문제 삼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제 자신과 가족들의 인생 전체를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만 같아 참담한 심정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 후보자는 검찰 재직당시 BBK-도곡동 땅 의혹 등 이명박 대통령의 흠결을 덮는 데 일조했다는 의혹, 최근 민간인 사찰 연루의혹 등을 의식한 듯 "평생 정치에 곁눈질하지 않고 살아온 제가 검찰에서 정치적으로 특정 대선후보에게 도움을 준 것처럼 왜곡하거나, 민정수석 재직 시 전혀 관여한 바 없는 총리실의 민간인불법사찰에 관련된 것처럼 허위주장을 일삼고 이를 기정사실화하는데 대해서는 개탄을 금치 못했다"라는 반응도 보였다.

"청문회도 못 해보고 여당까지 사퇴촉구…법치주의 오점으로 남을 것"

인사청문회 제도가 마련된 이후 청문회조차 치르지 못하고 사퇴하는 첫 사례로 기록된 정 후보자는 자신을 외면한 여당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정 후보자는 "아무리 중죄인이라고 말은 들어보는 것이 도리이고 이치임에도 대통령께서 지명한 헌법기관인 감사원장 후보자에게 법이 예정하고 있는 청문회에 설 기회조차 박탈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국정의 책임을 맡고 있는 여당까지도 청문회를 통한 진상 확인의 과정도 거치지 아니한 채, 불문곡직하고 저에게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고 반격했다.

정 후보자는 "청문회 없이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재판 없이 사형 선고를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며 "청문절차를 정치행위로 봉쇄한 일련의 과정은 살아있는 법을 정치로 폐지한 것으로 법치주의에 커다란 오점이 될 것"이라고까지 했다.

정 후보자는 "물론 감사원의 독립성 및 중립성과 관련하여 민정수석을 지낸 경력을 이유로 우려하는 견해가 있기는 하지만, 평생 인연에 얽매이지 않고 오로지 직분에만 충실했던 저로서는 충분히 국민 여러분께 납득시켜 드릴 수가 있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정 후보자는 "이제 저는 감사원장 후보자직을 사퇴하고, 평생 소홀히 해 왔던 가족의 품으로 자연인이 되어 돌아가려 한다"며 "'두루미는 날마다 미역 감지 않아도 새하얗고 까마귀는 날마다 먹칠하지 않아도 새까많다'는 성현의 말씀을 위안으로 삼으며 이 자리를 떠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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