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청와대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상납 받은 수십억은 과연 어디로 갔을까.
안봉근, 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이 31일 체포 후 검찰 수사에서 국정원으로부터 매달 1억 원씩, 총 40억 원대의 특수활동비를 받은 사실을 시인하면서, 돈의 용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뇌물 수수 진술을 확보한 검찰은 청와대로 건너간 특수활동비가 박근혜 정권의 통치 자금이나 기타 불법 행위 연관 명목으로 정치권 등에 흘러간 것이 아닌지 추적하고 있다.
두 비서관뿐 아니라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 장관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각각 5000여만 원씩을 받은 의혹이 불거지면서, 검찰은 국정원 자금이 최종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까지 흘러갔는지 여부도 살필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안‧이 전 청와대 비서관은 국정원 측에 먼저 상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헌수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이 매달 직접 5만 원짜리 지폐 1억여 원이 든 가방을 청와대 인근 장소에 가져가 두 비서관에게 은밀하게 건네는 식으로 '상납'이 이뤄졌다.
어떤 상황이라도 공무원이 부정한 돈을 받으면 뇌물죄가 성립된다. 특히 심각한 부분은 이 돈이 국고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이다. 일반 기업인 비리의 경우도 개인 돈이 아니라 회삿돈을 빼내 뇌물로 사용하면 더 중하게 처벌받는다.
상납이 끊긴 시점은 지난 2016년 7월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 측이 국정원 측에 연락해 "당분간 돈을 전달하지 말라"고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즈음은 우병우 처가-넥슨 땅거래 의혹' 보도, '미르-K스포츠재단 청와대 개입' 보도가 연이어 터지던 시기다. 박근혜 정권의 비리 문제가 불거지는 가운데 국정원으로 돈을 상납 받은 사실까지 알려질 경우 정권의 존립에 치명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불법임을 인지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안봉근, 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과 조 전 장관, 현 전 수석 등에 대해 뇌물수수‧국고손실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국고손실죄는 공무원이 국고에 손실이 미칠 것을 인식하고 횡령·배임을 범한 경우로 가중처벌된다.
조 전 수석 등이 국정원 돈을 상납받은 것이나, 청와대가 실시한 20대 총선 관련 여론조사비를 국정원이 대납한 것 등도 하나같이 중대한 문제다. 국정원과 청와대가 정무나 선거에 깊숙히 개입하는 등 정치관여 금지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심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족'과 같은 '문고리' 비서관들이 챙긴 돈의 용처다.
그들은 불법 자금을 왜 받았고, 어떻게 쓴 것일까. 이에 관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 출신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돈의 최종 목적지가 박 전 대통령이었을 가능성을 높게 쳤다. 그는 1일 오전 C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청와대, 본관을 구성하고 있는 1, 2부속실과 총무부 비서관실. 문고리 3인방이 관장했던 그쪽 파트에서 필요한 돈 아니었겠나, 조심스럽게 추측을 한다"고 밝혔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해당 자금이 '최순실 뒷바라지'에 쓰였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는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안 전 비서관이 제2부속실장 재직 시절 돈을 받은 점에 주목하면서 "제2부속실은 대통령 배우자를 관리하던 곳으로 최순실 뒷바라지를 했다. 이영선, 윤전추 등이 다 2부속실에서 근무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최 씨가 박 전 대통령의 의상 구매 시 현금으로 지급한 사실을 거론하며, 박 전 대통령 의상비에 쓰였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그 의상비가 어디서 나왔나. (최순실은) 대통령이 줬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대통령의 재산은 줄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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