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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이동관, 왜 청와대 턱밑 '창성동 별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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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이동관, 왜 청와대 턱밑 '창성동 별관'인가?

[전망] 대통령실과 '감언(甘言)' 경쟁 벌어지면 최악

지난 달 31일 개각과 청와대 진용 개편 이후 서울 종로구 창성동 정부종합청사 별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형준 사회특보와 이동관 언론특보의 사무실이 청와대 경내가 아닌 창성동 별관에 마련될 계획이기 때문이다.

사회통합위원회, 대통령 비상근 특보 사무실이 모여있는 창성동 별관은 그동안은 일반의 주목을 잘 받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청와대에서 직선 거리로 500미터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은 창성동 별관은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와 중간지점이기도 하다. 관가의 저승사자로 통했을 뿐 아니라 민간인 불법 사찰의 중심이었던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도 바로 창성동 별관 4층에 있었다. 이인규 전 지원관은 지난 2008년 7월부터 2010년 6월까지 청와대를 62차례나 드나들었었다. 창성동 별관의 특수성을 드러내는 사례다.

삼성 비자금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는 "권력은 최고 권력자와 떨어진 거리의 세제곱에 반비례한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이를 감안하면, 왕수석으로 불렸던 이동관 특보와 대선 때부터 현재까지 '기획자' 역할을 하고 있는 박형준 특보의 청와대 턱밑 포진은 여러 울림을 낳을 수 밖에 없다.

임태희 대통령실장 '원톱 체제'였던 청와대 권력지도가 꿈틀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견제와 역견제 징후가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느 쪽으로 힘을 실을까?

임태희 독주 체제였던 지난 6개월

지난 해 7월 두 사람이 떠난 이래 청와대는 임태희 실장 독주체제였다. 이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울 뿐 아니라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도 가깝고 여권 내 적대적 세력이 적은 임 실장은 큰 잡음 없이 영향력을 확대했다. 신설 이후 계속 공석이었던 인사기획관 자리를 언제 채우냐는 질문에 임 실장은 "실장이 직접 챙기지 않냐"고 답하기도 했었다. 임 실장과 손발을 맞추는 수석들의 정치적 무게감이 전임자들만 못하기도 했다.

이동관 특보 같은 '빅 마우스'가 빠진 탓에 좋은 내용이든 나쁜 내용이든 청와대에서 들리는 소리의 높이는 낮았지만, 일이 잘 돌아간 것도 아니다. 지난 해 하반기 김태호 전 총리 후보자 등의 청문회 파동, 유명환 전 외교장관 딸 특채 파동 등이 있었고 청와대가 야심차게 내세웠던 '공정사회론'은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싱가폴 비밀 대북 접촉의 주역이었던 임 실장의 청와대 입성으로 남북관계 변화론도 점쳐졌었지만 지금은 옛날 이야기가 됐다. 지난해 11월 연평도 포격 사태 와중에선 '확전 자제' 논란 등으로 청와대 위기대응 역량에 커다란 의문부호가 붙었다.

당정청 고위급 회의체가 마련됐지만 당청 관계, 대야관계는 점점 악화되기만 했다. 이 대통령 입장에선 청와대에 변화를 줄 필요성이 충분했고, 그 답이 이동관과 박형준 두 특보의 창성동 별관 포진인 것이다.
▲ 박형준 특보와 이동관 특보 ⓒ프레시안

이동관·박형준에 대한 견제? 주목할 만한 '김두우 역할론'

임태희 실장은 지난 3일 선임비서관들과 오찬을 하면서 "청와대 라인이 두 개인 것처럼 외부에 비춰지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박형준 사회특보와 이동관 언론특보에 대한 견제로 해석되는 이야지기만 임 실장이 이런 말을 했다는 것 자체가 두 특보의 위상을 증명하고 있다.

두 특보들의 사무실이 청와대 안에 마련될 가능성이 있었지만 임 실장이 반대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두 특보를 보좌하기 위해 청와대 행정관들로 구성된 별도 팀이 꾸려진다는 이야기도 물밑으로 쑥 들어갔다. 한 신임 특보와 가까운 청와대 관계자는 "당장 내 자리에서 움직일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팎의 관심과 견제가 집중되는 상황에서 두 특보가 당장 목소리를 높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통령의 신임, 정무적 위상, 명확치 않은 업무분장, 개인적 캐릭터 등을 감안할 때 '잡음 분출은 시간 문제'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지난 31일 인사에서 비서관급에서 수석급이나 다름없는 기획관급으로 소리소문 없이 승격된 김두우 기획관리실장을 주목할 필요도 있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해 <중앙일보> 정치부장, 논설위원을 지낸 김 실장은 서울대 정치학과 출신으로 <동아일보> 정치부장, 논설위원을 지낸 이동관 특보와 여러모로 비교되는 인물이다.

김 실장은 대선 캠프 출신이 아닌 등의 이유로 현 정권 출범 당시 정무2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했지만 정무기획비서관과 메시지기획관을 거쳐 기획관리실장을 지내고 있다. 수석급 인사 중 하루도 빠지지 않고 청와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인사는 김 실장 외엔 김백준 총무기획관이 유일하다.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김 실장의 업무는 기획, 정무, 홍보 등 전방위다. 같은 이유로, 이동관 특보의 홍보수석 시절 두 사람의 관계도 썩 매끄럽지는 않았다.

김 실장은 임태희 실장을 필두로 한 현 청와대 공식 라인과 창성동 별관의 특보 라인 사이에서 균형추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다.

'레임덕'이야기만 나와도 MB는 화낸다?

지난 3일 이 대통령의 신년 연설의 두 축은 '경제'와 '국방·안보'였다.

4일 <중앙일보>는 "지난해 12월 31일 확대비서관 회의에서 일부 참모는 '집권 4년 차인 올해엔 정무적으로 많은 난관이 예상되며, 특히 대선을 앞두고 예비후보들의 목청이 높아지면서 구심력보다는 원심력이 커지고, 정책 수행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 순간 이 대통령은 '난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제동을 걸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청와대 내부에 집권 4년차 증후군이 스며들고 있는 데 못마땅해한 이 대통령은 2일 신년연설문 독회에서 참았던 불만을 격정적으로 토로했다고 한다"면서 "요지는 '자꾸 레임덕 같은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자기 일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거나 사심이 있는 사람들이다. 일하는 사람에겐 권력 누수가 없다'였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일부 참모가 '정치권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표현을 연설문에 넣자고 건의했지만 이 대통령이 '소통이 뭐가 부족하냐'고 반박했다는 것. 결국 신년 연설에선 정치 이야기는 쏙 빠졌다.

그런데 지난 해 12월 31일 확대비서관 회의와 달리 2일 신년연설문 독회에는 이동관, 박형준 특보도 참석했었다.

청와대 공식 참모조직과 창성동 특보 조직이 명확한 업무 분담 하에서 선의의 경쟁을 할 경우 집권 후반기 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중앙일보> 보도대로 '레임덕에 대한 우려'나 '소통 확대 건의' 자체에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면, 청와대와 창성동 별관의 경쟁은 "누가 더 대통령 귀에 솔깃한 소리를 하느냐"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충신들이 아니라 간신들의 경쟁이 이어지는 것은, 말기적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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