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정치, 인권, 소통…"아예 할 말이 없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정치, 인권, 소통…"아예 할 말이 없다"

[분석] 집권 3년차, MB 청와대를 점검해보니 (下)

집권 3년차인 2010년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그 결과야 어떻든 간에 경제와 외교안보·국방에는 많은 애를 썼다. 경제는 현 정부가 자신감을 갖고 있는 분야고 그만큼 공력도 쏟아부었다. 외교안보와 국방은 특유의 '전략 없음'을 노출했지만 어쨌든 진땀을 흘린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치 분야에 있어선 이야기 자체가 다르다. 관심도, 능력도 모두 없었다. 이 대통령 스스로 이달 들어 여러 자리에서 올 한 해를 평가하면서 경제엔 합격점을 안보와 국방에 대해선 미흡함을 인정했지만 최악의 갈등을 빚었던 정치에 대해선 언급 자체가 없었다.

'여의도'와 정치일반에 대한 이 대통령의 무관심 내지 혐오감은 이미 잘 알려져있지만, 이는 심각한 소통불능으로 이어졌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도 지난 20일 라디오 방송에서 "국내 정치관리는 문제가 많았다, 특히 당내 갈등관리, 남북 갈등관리, 여야 갈등관리는 잘못된 정책이 참 많았다"고 혹평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대통령 지지율은 높다"고 고장난 녹음기 같은 소리만 되뇌이고 있다.

세종시, 6.2지방선거, 김태호…바뀐 게 없다

지난 해 9월 정운찬 총리 임명과 더불어 애드벌룬이 띄워진 세종시 수정 문제의 경우 1월 11일 세종시 수정안 공식 발표에 이어 상반기 내내 논란이 이어졌다. 결국 지난 6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수정안이 부결됐다.

야당에 친박계까지 합쳐진 세종시 원안 고수파에 힘으로 붙어봤지만 이 대통령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이 과정에서 친이-친박 계파갈등은 극에 달했고 대통령도 "국정운영의 책임을 맡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그렇지만 나는 국회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고개를 숙여야 했다.

천안함 침몰 사태 이후에는 오히려 민심을 오판하는 모습을 보였다. 용산 전쟁기념관 기자회견이 지방선거 참패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줄 전혀 예상도 못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참모진을 바꿀지언정 행보는 그대로 였다.

오히려 7.28 재보선의 국지적 승리에 고무된 이후 김태호 전 국무총리 후보자, 신재민 문화부 장관 후보자로 대표되는 8.8 친위개각을 단행했다.

하지만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와 신재민 문화,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를 버텨내지 못했고 '이 정권의 도덕성이 이 정도'라는 세간의 평을 재확인시켰다. 이 대통령은 연이은 청문회 대란을 '안타깝다'는 한 마디로 넘겼다.

장두노미로 귀결된 공정사회론

▲ 만신창이가 된 인권위원회의 핵심에 현병철 인권위원장이 있지만 청와대는 철저히 모르쇠로 일관했다. ⓒ연합
그리고 광복절을 기점으로 야심찬 '공정사회론'이 발표됐다. 하지만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딸 특채 사건, 스폰서 검사 사건, 영포회 파동, 선진국민연대 파동, 형님 논란 등이 줄줄이 터졌다.

"이것이 공정사회냐"는 반문이 잇따랐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모른척이었다. 이 때가 바로 '공정사회'가 오히려 우리 발목을 잡는다는 소리가 여당에서도 터져나온 시점이다.

그리고 청와대는 '장두노미(藏頭露尾, 머리는 감췄으나 꼬리는 드러난 모습)'을 온 몸으로 연출했다.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이 청와대 대포폰 의혹까지 이어졌지만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과 박영준 지식경제부 제2차관 등 경북 포항·영일 출신 인맥으로 구성된 '영포 라인'은 사건 초기부터 '윗선' 의혹을 받았다. 게다가 지원관실 공무원들이 수사를 앞두고 청와대 행정관이 만들어준 대포폰으로 증거를 인멸한 사실도 드러났다.

하지만 검찰과 청와대는 찰떡 궁합을 과시했다. 검찰은 늑장 압수수색으로 증거인멸의 길을 터줬고 청와대는 대포폰 행정관을 여전히 그 자리에 두고 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직접 보고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정동기 전 민정수석은 31일 개각에서 감사원장으로 컴백했다.

현병철 위원장에 의해 망가진 국가인권위원회는 더 황당하다. 대통령이 임면권을 지니고 있는 상임위원들이 사표를 냈을때도 청와대는 "모른다"고만 말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시민과함께하는 변호사모임 김영혜 대표가 대통령 몫 인권위원으로 임명되더니 여당 몫으로는 뉴라이트 인사가 임명됐다. 31일 청와대 인선에서 뉴라이트 인사가 통일비서관으로 임명된 것과 정확히 같은 모습이다. 시민사회와 야당의 목소리는 1%도 반영될 틈이 없었다.

이런 모습에는 한나라당도 답답해했다. 친박계는 세종시 부결 이후 대체로 모른 척으로 일관했지만 정두언, 정태근 등 한 때 직계로 불리던 수도권 소장파 인사들은 야당보다 매서운 발언들을 날리기 시작했다.

청와대의 지원사격으로 대표 자리에 앉은 안상수 대표는 보온병 발언 파동 등으로 제 코가 석자였으니 청와대 발목만 안 잡아도 다행이랄 판이었다.

위기감도 없으니 더 문제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참 '일관적'이다. 대통령은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수석이나 비서관급 인사들도 모른 척이다. 민정수석실이나 야심차게 출범한 사회통합수석실 등 쓴소리를 해야할 참모조직들은 물론이고 국가인권위원회, 감사원 같은 견제조직은 숨만 죽이거나 '용비어천가'에 여념이 없다.

"대통령 지지율이 얼만데, 이전 정부와는 다르다"는 이야기만 반복되지만 지방선거 참패 직전에도 청와대 자체 조사 이 대통령 지지율은 40% 중반 수준이었다. 지지율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근거도 별로 없지만, 그 지지율이 바닥 민심과 괴리가 있다는 증거는 이미 6월에 나왔다는 이야기다.

G20 홍보 과정에 '쥐 포스터' 작성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논란 등 시민사회에 대한 압박과 "내 밥상에 양배추김치 올려라", "우리나라는 복지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군 인사는 가장 공정했다"는 등 '주옥' 같은 이 대통령의 발언들도 그렇다.

하나 하나를 떼놓고 보면 치명적인 것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복싱 경기 후반 라운드로 갈수록 앞서 맞은 잔매들은 치명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