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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리고 새 날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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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리고 새 날이 왔다

[문학의 현장] 父 기도문 -다시 청와대에서

父 기도문
-다시 청와대에서

하늘에 계신 나의
··지,

아버지의 이름이
여전히 저로 인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다시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그 때와 같이
이 땅에서, 지금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에게 일용할 권력을 주시고
권력에게 대드는 저들을
제가 용서하는 죄를 범하지 않도록
아버지의 죄를 제게 주시는
··

제가 행여 유혹에 빠지지 않고
철권을 끝까지 휘두르게 하시며
나라와 권능과 영광이 영원히
(이 말이 너무 좋아 가져다 씀을 용서해주시고)
함께 하는
·
··

이 땅은, 여전히
앞으로도, 계속
아버지의 것입니다
저는, 완벽하게, 빈 틈 없이
아버지의 뒤를
따르겠습니다

<시작노트>

민주노동당사를 경찰이 쳐들어가고, 민노당이 해체되고, 급기야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에서 생중계로 체포되는 일이 벌어졌다. 세월호 사건의 진상을 덮기 위해 수구언론과 권력이 광분했다.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되었고 이 땅의 민주주의는 참담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절망은 삶의 의욕을 제거했다. 뉴스 채널을 돌리고 돌려도 희망은 보이지 않았다. 한식 세계화가 오르내렸고 태권도 시범단이 자주 비쳤다. 정책은 보이지 않고 대통령의 해외 나들이와 의상에 촛점이 갔다. 야당은 힘을 보이지 못했고 진보단체는 존재 유지에도 버거웠다.

저주. 분노를 넘어 파란집에 세든 사람이 등장할 때마다 욕 이외 다른 말이 나오지 않았다. 거꾸로 가는 역사.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수갑을 차던 날, 불현듯 떠오른 생각을 정리했다. 대를 이은 업보. 분명 파탄이 날 거라고, 파탄이 아니라도 나는 저주하고 싶었다. 그렇게라도 스스로를 위로해야 했다.

이듬해 촛불이 다시 일었다. 철옹성이라 생각했던 문이 열리고 새 날이 왔다. 나의 시는 이제 가치를 잃었다. 하지만 분노의 시대를 깨뜨리고 싶은 마음만은 그대로 갖고 싶다. 절망 이후, 희망을 아직도 일구어가는 길 위에, 우리가 있기 때문에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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