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한국국토정보공사의 한 간부가 인턴 여직원을 상대로 벌인 성범죄가 단순 성추행이 아닌 강간미수였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LX공사는 '성추행'으로 잘 매듭지은 사건이라고 선을 긋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해당 피해 여직원은 현재까지도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병원 치료를 받고 있지만 가해자는 형사 처분은 커녕 경찰조사 조차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취재 결과 계획된 장소에서 수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시도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성폭행 시도 공포의 4시간 전말
14일 LX감사 자료에 따르면 간부 A씨는 사건 당일인 지난 2015년 6월15일 오후 6시20분께 인턴 여직원인 B씨를 음식점으로 불러냈다. 그동안 A씨는 B씨에게 아버지처럼 접근해 호감을 사왔으며, 이 과정에서 B씨가 알코올분해 능력이 취약해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는 점을 파악한 셈.
이날 A씨는 저녁 식사를 뒤로하고 알코올에 약한 B씨에게 술을 강요한 뒤, B씨가 술에 취하자 A씨의 성추행이 시작됐다.
이후 A씨는 B씨를 술집으로 데리고 나온 뒤 곧장 길거리에서 B씨의 입술을 강제로 덮쳤으며 신체 일부를 만지며 인근 모텔로 강제로 끌고 간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놀란 B씨가 모텔 입구에서 강하게 거부하자, A씨는 다시 집에다 데려주겠다고 회유한 뒤 B씨를 지하철역이 아닌 노래방이 있는 건물로 끌고 갔다.
노래방 건물로 끌려온 B씨는 계속 집에 가겠다고 버티자, 갑자기 돌변한 A씨가 이 건물 엘리베이터로 B씨를 납치했으며, A씨가 향한 곳은 건물 6층에 있는 모텔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B씨의 가슴과 신체부위를 만지며 계속 입맞춤을 시도했지만, 도착 당시 이 모텔은 내부 공사로 인해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수 없게 입구가 나무 합판으로 막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A씨의 2차시도 또한 실패함 셈. 상황이 이러하자 A씨는 재차 B씨를 바로 옆 건물에 있는 모텔로 끌고 갔다.
이어 모텔 입구까지 끌려온 B씨는 입구에서 들어가기를 거부했으며, A씨가 행인들의 눈치를 살피며 한 눈을 판 사이 B씨는 인근 지하철역으로 달아나 A씨의 3차 시도 역시 실패했다.
하지만 B씨는 곧 쫓아온 A씨에게 붙잡혔으며, A씨는 지하철 바로 옆 공원으로 B씨를 안고 강제로 납치했다.
당시 시각은 오후 8시30분께, 날까지 어두워지자 A씨의 행동은 더 과감해졌으며 공원 벤치에 앉아 B씨를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두고 강제로 입맞춤 하면서 가슴과 신체 부위를 만져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A씨는 자신의 성 욕구를 채우기 위해 B씨의 손을 자신의 성기에 가져다 대며 유사성행위를 강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상황이 이러하자 공포에 질린 B씨는 목소리조차 내뱉을 수 없었고 A씨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누군가 자신을 알아봐주고 말을 걸어줄 수 있는 회사로 도망쳤다.
이어 B씨가 오후 10시께 회사앞에 도착했지만 이미 사무실은 모든 직원들이 퇴근하고 불이 꺼진 상태였으며 곧 뒤따라온 A씨에게 다시 붙잡혔던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이날 A씨와 B씨의 모습이 회사 앞 폐쇄회로(CC)TV 화면에 포착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A씨는 절망에 빠진 B씨를 재차 인근 공원 화장실로 납치하려 끌고 갔으며 이 과정에서 마신 술 탓에 소변이 급해진 A씨가 먼저 화장실로 혼자 들어갔고 B씨는 이 틈을 이용해 달아난 뒤 인근 마트로 몸을 숨겼다.
이어 A씨가 화장실에서 나와 B씨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B씨에게 수 차례에 걸쳐 통화를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B씨는 A씨의 빗발치는 전화가 끝난 뒤에야 A씨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며 이후 A씨는 B씨에게 “오늘 내가 너무 술에 취한 것 같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사건 동안 공포에 질린 왜소한(신장 156cm) 체형의 B씨가 건장한(신장 178cm) 체격의 A씨 완력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다음날 A씨는 태연하게 어제는 술에 너무 취해 기억이 없다는 자세로 일관했다.
사건 은폐의 시작
B씨가 ‘공포의 4시간’을 상사에게 알리자, LX공사는 닷새 뒤인 6월19일 사실관계를 조사하기 시작했지만, A씨는 "술을 마셔서 그날 일들이 기억이 안 난다"고 주장했다.
특히 당시 근무했던 C씨에 따르면 “그동안 A씨는 B씨와 사적 만남을 가져왔으며, 이날 술자리 또한 B씨가 먼저 술자리를 제안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밝혔다.
또 동료 D씨에 따르면 “B씨의 동기들을 불러내 B씨에 대한 인적사항을 묻는 등 뒷조사도 했다”고 전했다.
조사 결과 A씨는 현장 검증과 폐쇄회로CC(TV) 등의 증거를 들이밀자 범행 사실을 모두 인정했지만, LX공사 인사평가 간부는 사건 은폐를 위해 강제로 B씨에게 이날 있었던 ‘공포의 4시간’의 핵심 내용을 삭제하도록 지시했다.
사건은 이렇게 은폐돼 A씨는 감봉 3개월의 솜방망이 처분을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B씨와 부모에게 사과나 용서조차 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2달이 지나 감사실에서 이 사건을 재조사 하자, LX공사 해당 지사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강압적으로 B씨에게 '위 사건의 처리 과정에서 축소와 은폐는 없었고, B씨와 부모님의 의사에 따라 사건을 처리했다는 내용의 확인서'까지 작성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A씨는 이 사건이 다시 불거져 회사에서 파면됐지만 형사 처벌은 커녕 경찰 조사도 받지 않았으며 퇴직금 8600만원 까지 챙겼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사건을 은폐한 본부장은 감봉 3개월, 운영지원 처장 감봉 1개월, 성희롱고충삼당자는 견책 처분을 받았다.
현재까지도 LX공사 본사 측은 "내부 변호사와 성추행위원들이 '성추행' 사건으로 판단한 사건이며, B씨가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아서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고위 간부의 적극적인 사건은폐와 강압적인 확인서 작성의 분위기에 비춰 B씨의 의중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으며, 추후 인사 관계자도 조사가 끝난 뒤에야 문자 메시지를 통해 "생각해보니 못 물어봤는데.. 형사상으로 신고할 의사는 없는 건가요?"라며 "내가 또 너무 어려운 질문을 했나보다. 닶이 없는 것으로 알고 패스하겠다"로 일단락 지었다.
B씨는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신적 트라우마에 병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가해자인 A씨와 이 사건을 주도적으로 은폐시킨 사람들이 지금이라도 법의 심판을 받기 원한다”고 간절히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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