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병기 전 국가정보원장이 13일 검찰에 출석했다. 이로써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장 3인방 모두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이 전 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이다.
이 전 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취재진을 향해 '사과'의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국정원 자금이 청와대로 지원된 문제로 인해서 국민 여러분들께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서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임인 남재준 전 원장, 후임인 이병호 전 원장이 떳떳한 모습을 보인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그는 "위상이 추락돼 있는 우리 국정원 직원들에게도 여러 문제로 제가 부담을 준 것 같아 개인적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다만 '청와대에 특활비를 상납한 사실을 인정하냐'는 질문에는 "검찰에 조사를 받으러 나온 입장이기 때문에 들어가서 소상하게 진술할 예정"이라며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청와대 지시를 받았느냐', '특활비를 1억원으로 올린 이유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 전 원장은 2014년 7월부터 2015년 3월까지 국정원장을 지냈으며, 이후로는 박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에게 매달 약 1억 원씩 총 40여 억 원의 특수활동비를 상납해 국고 손실을 초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특히 이 전 원장이 부임하고 난 뒤 상납한 액수가 전임자인 남 전 원장 때의 월 5000만 원에서 2배 수준인 1억 원으로 늘어난 배경에 대해 집중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소환된 남재준·이병호 전 원장은 '청와대의 요구에 따라 상납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고리 3인방에 이어 남재준·이병호 전 국정원장까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인정함에 따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는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경우, 검찰이 직접 박 전 대통령이 수감된 서울구치소로 방문 조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현재 자신의 재판에도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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