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면전서 "유아독존 리더십"…국민의당 난장판

박주현 "악마와 손잡나" vs 안철수측 "신선한 아마추어"

국민의당의 내분이 최고위원회 회의에서의 공개 설전으로 번졌다.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 지역위원장 일괄 사퇴 문제 등을 고리로 한 안철수 대표 리더십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안 대표는 비판에 즉답을 하지는 않고, 오는 21일 의원총회를 열어 당 진로 문제를 논의하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안 대표는 최근 당 내에서 번지고 있는 자신에 대한 비판은 언급하지 않고 민생 문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문제만 언급했다. (☞관련 기사 :"이제 안철수가 소통하자고 하면 겁이 난다" )

그러나 안 대표를 비판해온 박주현 최고위원은 공개적으로 작심 발언을 하며 안 대표를 직격했다. 박 최고위원은 "당 안팎이 혼란스럽다"며 "국회에서 가장 중요한 예산국회 시기이고,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이 혁혁한 성과를 거뒀지만 언론은 '통합하느냐 마느냐' 정쟁만 전했다. 안타깝다"고 했다.

박 최고위원은 이어 '다당제가 새 정치'라는 안 대표의 지론과 관련해 "다당제를 하려면 그 존재 기반인 선거제도 개편과 분권형 개헌에 힘을 쏟아야 하지만, 그것조차 합리적 협치로 해야 할 일이지 악마와 손을 잡아서 할 일은 결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바른정당과의 연대를 '악마와 손잡기'로 규정한 것이다.

박 최고위원은 실제로 바른정당을 겨냥해 "왜 우리 당이 원내교섭단체도 무너진,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실패에 공동 책임이 있는 당으로부터 '호남에서 벗어나라'느니, '햇볕정책을 버리라'느니 하는 얼토당토않은 훈수를 들어야 하느냐"며 "아무리 봐도 우리가 통합을 요청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는 "바른정당과는 지금까지와 같이 정책과 사안에 따라 연대를 하면 된다"며 "국민의당이 있는데 마치 바른정당이 깨져서 다당제가 무너진다는 식의 호도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최고위원은 또 지역위원장 일괄 사퇴 논란을 언급하며 "다당제 리더십은 여러 의견을 모아가는 것이지 유아독존식 리더십이 아니다"라며 "대선을 겨냥한 1인 중심 정당, 이미지 정당으로는 양당제 회귀를 막을 수 없다"고 안 대표의 리더십을 비판했다. 그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이 원래 생각했던 방향과 반대로 갔다면 새로운 방법을 택할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당 대표로서 올바른 태도"라며 우회적으로 안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박 최고위원은 지난 8.27 전당대회에 출마했던 천정배 전 대표와 가까운 사이다.

안철수 대표 측, 이른바 '친안(親안철수)'파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경기도당 위원장인 박주원 최고위원은 앞서 이상돈 의원 등이 안 대표를 '아마추어'라고 비판한 데 대해 "오히려 때묻지 않은 신선한 아마추어, 좋지 않으냐"며 "프로면 프로답게 잘 지도해 달라"고 중진 의원들을 간접 비판했다.

이태우 청년위원장은 "하루가 멀다 하고 이상한 얘기를 하는 비례대표 의원들"이라고 이 의원 등을 겨냥하며 "당 지도부를 아마추어라고 하지 말고 프로면 프로답게 해 달라. 다음 순번에 훌륭한 분들이 계신다"라고 탈당 혹은 비례대표 의원직 사퇴를 우회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최명길 최고위원은 "당 대표 경선이 끝난 지 2달 반이 되었는데 아직 경선 중인 것 같은 분위기"라며 당내 분란 양상을 비판하며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했다.

친안-비안 구도에서 비교적 중립적인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당내 이견이 공개 설전으로 비화하는 데 우려를 표하며 차라리 의원총회 등을 통해 당 노선을 놓고 토론을 벌이자고 양측을 달랬다.

장진영 최고위원은 "창당 1년 반이 지나도록 노선 투쟁이 없었다"며 "노선 투쟁이라는 홍역은 꼭 거쳐야 할 성장통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당이 지켜야 할 가치가 뭔지 처절하게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토론을 제안했다. 장 최고위원은 "다당제 정착이라는 사명의 완수를 위해 작은 차이는 보듬고 가야 한다"며 "양당제에 대한 미련은 없을 줄로 알고, 있다면 최대한 설득해야 한다"고 안 대표 측과 호남계를 모두 비판했다. 안 대표 측에는 관용적 리더십을 주문한 한편, 호남계에는 '탈당하고 민주당으로 가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낸 것이다.

장 최고위원은 또 "축구선수가 공을 차야지, 상대방 선수를 차면 못 이긴다. 치열하게 논쟁하고 토론하되, 앞에서 하는 토론은 피하고 뒤통수를 때리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토론 결과에는 승복해야 한다. 살아날 싸움을 해야지 죽는 싸움은 안 된다"고 서로 인신공격성 비난은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용호 정책위의장도 이태우 청년위원장 등 이상돈 의원에 대한 친안계의 비난과 관련 "좀 자제하라. 당 내분을 부추기는 거냐"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의장은 "누가 (당을) 나가라, 말라고 하느냐"며 "앞으로 최고위 발언에서 그런 식으로 발언하지 말라. 국민에 대한 메시지를 줘야지 무슨 동료를 향해 하고 있느냐. 국민들도 불편하고 나도 앉아 있기 불편하다. 양쪽 다 회의에서는 얘기하지 말라"고 비공개 회의에서 발언했다.

안 대표는 공개·비공개 회의에서 이어진 설전을 지켜본 후 "상임위 예산 심의를 앞두고 당내 문제를 얘기하는 게 시간적으로 적절하지 않다. 공개적으로는 좀 자제하고, 21일 의원총회에서 토론에 집중하자"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회의 참석자들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