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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절제된 트럼프 '입',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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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절제된 트럼프 '입', 이유는?

"힘을 통한 평화...미국을 시험에 들게 하지 말라"

방한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회연설이 '돌출 발언' 없이 무난하게 마무리됐다. 8일 오전 비무장지대(DMZ) 방문이 무산되면서 국회연설문이 수정된 것으로 알려져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비교적 원고에 충실하게 연설했다는 평가다.

예정보다 15분 가량 길어진 35분 간의 연설 내용에서도 과거 '화염과 분노', '북한에 대한 '완전한 파괴', '리틀 로켓맨' 등과 같은 거친 언사를 자제하고,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을 암시하는 발언도 내지 않았다.

다만 그는 연설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잔혹한 독재자"로 규정하며 북한 주민들의 인권 상황에 대한 비판에 초점을 뒀다.

한미 FTA 등 무역 불균형, 방위비 인상, 미국산 무기 구매 등 한국 정부가 예민하게 받아들일 만한 발언도 삼갔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평가하며 "군사 협력 증진과 공정성, 호혜의 원칙 하에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생산적 논의을 가졌다"고 짧게 언급하는 데 그쳤다.

"힘을 통한 평화 유지할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핵과 미사일 보유가 북한을 더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며 핵과 미사일 개발을 멈추고 비핵화의 길로 나오라고 촉구했다.

그는 "한반도에 온 것은 북한 독재 체제의 지도자에게 직접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어서다"라며 "당신(김정은)이 획득한 무기(핵‧미사일)는 당신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체제를 심각한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북한의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북한은 그 누구도 가서는 안 되는 지옥이고, 당신(김정은)이 지은 범죄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길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북한이 "(군사적) 공격을 종식하고 탄도 미사일 개발을 멈추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총체적인 비핵화"의 길로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힘을 통해 평화를 유지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 주변에 항공모함 세 대가 배치돼있고 여기에 F-35와 전투기 15대가 탑재돼있다. 핵잠수함도 적절하게 배치돼 있다"면서 "힘을 통해 평화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 보유를 통해 한국을 협박, 자신들의 체제 밑에 두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이러한 일이 결코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북한은 과거 미국이 자제한 것을 유약함이라고 해석했지만 이는 치명적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과거에 비해 매우 다르다. 우리를 과소평가 하지 말라, 우리를 시험하지도 말라"며 "미국 군인들은 나치즘, 제국주의, 공산주의, 테러리즘과 싸웠고 결코 이로부터 도망치지 않았다. 역사에는 미국의 결의를 실험했던, 하지만 버림 받았던 체제가 많았다. 미국의 힘과 결의를 의심하지 말라"라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을 고립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책임 있는 국가들은 힘을 합해 북한의 잔혹한 체제를 고립시켜야 한다"며 "어떤 형태의 지원이나 공급도 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러시아도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완전히 이행하고 (북한과) 외교 관계를 격하시키며 모든 무역 및 기술 관계를 단절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 위협(북한 핵‧미사일)에 함께 대처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자 의무다. 기다릴수록 위협은 증가하고 선택지는 적어진다"고 덧붙였다.

▲ 8일 미국 대통령으로는 24년 만에 처음으로 국회에서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공동취재단

그는 이날 연설의 상당 시간을 북한의 체제와 인권 문제를 비판하는 데 할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기적은 자유 국가 병력이 1953년 진격했던, 이곳으로부터 북쪽으로 약 24마일 떨어진 곳에서 멈췄다. 번영은 거기서 끝났고 북한이라는 교도 국가가 시작됐다"며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북한 노동자들은 끔찍하게 긴 시간을 견디기 힘든 조건에서 무보수로 일한다. 최근에는 전체 노동자들에게 70일 연속 노동을 하든지 아니면 하루 치 휴식의 대가를 (당국에) 내라고 했다", "전기를 쓰는 가정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부모들은 촌지를 써서 자신의 아이를 강제 노동에서 빼달라고 한다" 등 북한 내부의 다양한 문제점들을 열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우리는 비극적 실험의 결과를 목도하고 있다"며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삶과 국가를 꾸려나가고 자유와 정의, 문명과 미래를 선택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부패한 지도자들이 압제와 파시즘 탄압의 기치 하에 자국 국민들을 감옥에 가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이에 그는 "미국의 주식시장은 어느 때보다도 호황을 맞고 있고 실업률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IS(이슬람 국가)를 물리쳤고 사법부를 강화하고 있다"며 본인이 대통령 취임 이후 여러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文대통령, 트럼프 방한 큰 산 넘었다

방한 기간 내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정제된 발언으로 일관한 배경을 두고선 해석이 분분하다.

미국산 무기 구매 등 '선물 보따리'를 챙긴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에게 부담을 줄만한 대북 메시지를 절제키로 하는, 양국 간 사전 조율의 결과로 보는 해석이 있다.

일각에선 북미 간 물밑 접촉과 관련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와서 우리와 합의를 이끌어내는 건 북한 주민에게도 좋고, 전 세계 시민들에게도 좋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움직임 있으니 어떻게 되는지 두고 보겠다"고 북미 접촉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앞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지난달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과 2~3개의 채널을 열어두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연설에 이어 국립현충원을 방문하는 것으로 1박2일 간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다음 방문지인 중국으로 떠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라는 큰 외교적 일정을 무난하게 넘긴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관련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한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 징후가 뚜렷하고,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균형자론' 등 일각의 의심을 불식시킨 문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리커창 중국 총리와의 양자회담 등이 예정되어 있어 비교적 홀가분하게 출국 비행기에 오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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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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