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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항' 주도한 김무성, 본인의 정치 밑천 거덜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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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항' 주도한 김무성, 본인의 정치 밑천 거덜내다

무릎 꿇고 사죄하던 결기는 어디로?

김무성 의원이 결국 '가늘고 긴' 정치를 선택했다. '친박 좌장' → '박근혜 탄핵' → '자유한국당 투항'으로 이어진 그의 최근 정치 행보에서 원칙이나 명분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하겠다고 선언한 6일 그는
"모든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인정했다. 김 의원은 "오늘 저희의 결정에 대한 많은 비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그 모든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현 시점에서는 보수가 통합해서 문재인 정부의 독주를 막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새누리당 해체" 주장하며 탈당 → 명분 없는 복당 지적 "겸허히 수용"

사실 김무성 의원은 2016년 12월 9일 국회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시키는 데 앞장서온 인물이다. 탄핵안 표결 전날인 2016년 12월 8일에는 "탄핵은 올바른 선택이고,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며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탄핵 찬성표를 던지라고 독려했다.

김무성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서는 "헌법 수호자인 대통령이 헌법을 훼손하며 국정을 운영했다"고 비판했다. 당시 친박근혜계 당 지도부들을 향해서도 "청와대와 당내 패권 세력의 농단으로 정당 민주주의를 위한 정치 개혁이 유린당했다"고 각을 세웠다. 정치적으로는 '새 판'을 짤 뜻을 피력해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되자, 김무성 의원은 2016년 12월 13일 "새누리당은 해체하고 재산은 국가에 헌납해야 한다"며 '새 보수 정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유승민 의원은 당시까지만 해도 "당 안에서 개혁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고 탈당은 마지막 카드"라며 탈당에 미온적이었다. 그런 유 의원을 우격다짐격으로 탈당시켜 바른정당을 만든 주체가 바로 김무성 의원이다.

지난 1월 24일 바른정당 중앙당 창당식에서 김무성 의원은 국민에게 "사죄드린다"고 말하며 무릎을 꿇었다. 그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을 바로 세우기 위해 애썼지만 패권 세력을 막는 데 실패했다. 새누리당으로는 더 이상 보수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없었다"며 신당을 창당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 공신이자 '친박의 좌장'으로 옛 새누리당을 호령했던 그는 박근혜 정부 실패와 국정농단 사태에 책임을 공유한 인물이다. 그랬던 그가 박근혜 탄핵을 독려하고 바른정당 창당을 주도한 속내는 '보수 혁신'과는 거리가 멀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빚어진 촛불 정국에서 잠시 피난처를 찾았던 것.

▲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 등 9명이 6일 탈당 후 자유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기겠다고 선언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으로는 더 이상 보수의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없다"는 것이 김무성 의원이 새 판을 짠 명목적인 이유였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된 지도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외에 '인적 청산'조차 하지 않았다. 김 의원의 복당이 사실상 백기투항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바른정당과 흡수 통합을 공공연하게 주장해왔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친박 청산' 대상으로 지목됐던 서청원, 최경환 의원 출당에 적극적으로 나설 뜻이 없음을 피력해왔다. 바른정당 의원들이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던 '친박 5적', '친박 8적 청산'이라는 말도 어느샌가 쏙 사라졌다. 김 의원을 비롯한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이 내놓은 탈당 성명에는 오로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난으로 명분없는 한국당 복당을 미화했을 뿐이다.

바른정당 지상욱 의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무성 의원을 향해 "처음 바른정당을 창당할 때 무릎 꿇고 국민에게 사죄하고 약속한 창당 정신을 왜 버려야 하는가에 대해 먼저 국민께 설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적었다.

김무성의 복당 후 시나리오?

김무성 의원이 '친박 청산' 없이 복당하려는 이유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김무성 의원의 '복당 후 시나리오'가 나돌기도 한다. 한때 보수정당의 대선주자로 손꼽혔지만, 현재는 존재감을 현저히 잃어버린 그의 재기 시나리오다.

오는 12월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 '김성태 출마론'이 나돌고 있다. 김무성 의원의 측근인 김성태 의원은 바른정당에 갔다가 지난 5월 다시 자유한국당에 복당한 13명 중 한 명이다. 김무성계가 원내대표를 장악한 후,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홍준표 대표가 패배하고 대표직을 사퇴하면, 김무성 의원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무성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 해외 출장 당시 최경환 의원을 만나 "용서와 화합의 정신을 뜻하는 '만델라 정신'으로 보수의 대화합을 이루자"고 말한 것으로 지난달 29일 전해졌다. 복당 후 당 장악을 위해 친박근혜계 수장들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하지만 김무성 의원의 정치 셈법이 성공할지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현재 자유한국당에 남아 있는 의원들 대다수는 '진박 마케팅'으로 지난 총선에서 당선된 이들이다. 한 자유한국당 의원은 복당을 선언한 바른정당 의원들을 향해 "이대로 있으면 지방 선거에서 무조건 죽으니까 기어들어오는 것 아닌가"라며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무엇보다 김 의원 본인의 정치 밑천이 거덜났다. 친박과 탈박을 절묘하게 오가며 영화를 누렸던 그의 정치 행보에 원칙이나 명분이 사라진 지 오래다. 자유한국당의 리더십이 진공 상태인 건 현실이지만, 한때 자신의 정치적 배경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등진 데 이어 이젠 합리적 보수의 토양까지 오염시킨 김 의원이 보수의 리더가 되기엔 무망해 보인다. '무대(무성대장)'는 '상남자' 같은 정치 스타일에서 비롯된 김 의원의 별명이다. 요즘 그를 '무대'라고 부르는 이가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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