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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청 똘똘뭉쳐 '돌격 앞으로'…예산안 처리 강행,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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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청 똘똘뭉쳐 '돌격 앞으로'…예산안 처리 강행, 왜?

이명박 감독, 이재오 각본, 한나라-박희태 주연…끝내 파국으로

2011년도 예산안이 여야의 몸싸움 대치 끝에 결국 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전날 밤부터 이어진 '날치기 시나리오'는 입체적이고도 신속했다. 군더더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전날 한나라당은 예산안 강행처리 수순을 가시화하면서 국회 국토해양위를 열어 '친수구역활용에 관한 특별법(친수법)'를 단독으로 상정했다.

군더더기 없는 '날치기 시나리오'…'4대강'만 지키면 된다?

한 야당 인사는 한나라당에 의해 국회 국토위가 소집된 7일 저녁 "예산안을 직권상정하는 척 하면서 사실은 친수법을 우선 통과시키려는 전형적인 성동격서(聲東擊西) 전술이 아니겠느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기다렸다는 듯 이날 오전 10시를 예산안을 비롯한 각종 부수법안들의 심사기일로 지정하면서 직권상정을 기정사실화했다.

예산안이 본회의에 앞서 거쳐야 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도 편법으로 개최됐다. 한나라당은 당 내 소속 의원들의 의원총회를 예결위로 전환해 역시 전광석화처럼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법상 예결위 개최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을 십분 활용한 전술이었다. 예산안의 본회의 통과를 위한 모든 준비가 완료된 것. 야당 인사들은 본회의장과 주변을 점거하면서 저지선을 구축했지만, 똘똘뭉친 거대 집권여당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그렇게 내년도 예산안은 여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핵심 쟁점이었던 4대강 사업예산도 거의 대부분 정부안대로 반영됐다.

▲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킨 8일, 국회의사당 주변은 경찰병력에 의해 완전히 통제됐다. ⓒ뉴시스

"정기국회 내 반드시"…MB의 '가이드라인' 이후 모든 것이 변했다

당초 야당들은 향후 예산심의를 위한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였다.

실제 여야 지도부는 임시국회 개회 문제를 놓고 접촉을 계속해 왔다고 한다.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사실상 예산정국은 연말까지 계속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교통정리'에 나선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었고, '총대'는 이재오 특임장관이 맸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민경제대책회의를 열고 "국회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까지 반드시 예산안을 통과시켜줘야 한다"고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어 5일에는 당정청의 수뇌부들이 모두 참여하는 '9인 회동'이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렸고, 이재오 특임장관은 박희태 국회의장과 한나라당 지도부와 만나 예산안 처리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전현희 대변인은 "9인 회동과 이재오 특임장관의 국회 방문이 있었던 지난 6일 이후 한나라당의 태도가 돌변했다"며 "파행의 꼬투리만 잡으려는 기미가 포착됐고, 7일부터는 원내대표단 사이의 대화도 완전히 단절됐다"라고 지적했다.

<한겨레> 보도에 의하면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실의 한 핵심 관계자는 "아직 정기국회가 이틀이나 남았는데 나도 잘 이해가 안 된다"며 "2~3일 전부터 김 원내대표가 갑자기 서두르기 시작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역시 청와대의 직접적인 '오더'가 핵심적인 변수로 작용했다는 정황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본회의 대치가 이어지고 있던 이날 오후 "예산안이 잘 처리돼야 내년도 국정운영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다"며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처리를 독려하는 모습이었다.

야당들이 이번 예산안 날치기 사태의 책임으로 이 대통령을 직접 지목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호칭마저 생략한 채 "내년도 예산안 통과로 독재자 이명박의 탄생을 알렸다"라고 맹비난했다.

전현희 대변인도 "청와대의 지시에 의한 국회 파행은 민생회복을 원하는 국민염원을 짓밟는 폭거이자, 의회주의를 유린하는 죄악"이라며 "이는 이명박 정권이 독재로 가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국회 본회의장 진입을 놓고 혈투를 벌였던 여야간 극단적 대치 상황은 당분간 다른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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