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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빚잔치', 이제 끝날 수 있을까요?

[복지국가SOCIETY] '10.24 가계 부채 종합 대책' 파헤치기

10월 24일 문재인 정부의 첫 '가계 부채 종합 대책'이 발표되었다. 다주택자의 부동산 돈줄을 조이고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자는 게 골자다.

이번 가계 부채 종합 대책은 3대 정책 목표와 7개 핵심 과제를 담고 있다. 정부는 3대 정책 목표로 ①취약 차주(채무자)에 대한 맞춤형 지원, ②총량 측면의 리스크 관리, 그리고 ③구조적 대응을 설정하고, 7개 핵심 과제로는 ①가계 부채 차주 특성별 지원, ②자영업자에 대한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 신설, ③취약 차주에 대한 금융 상담 활성화, ④거시적 차원의 가계 부채 연착륙 유도, ⑤가계 부채 증가 취약 부문에 대한 집중 관리, ⑥가계 소득 및 상환 능력의 제고, ⑦인구 구조 변화 대응 및 가계 중심 임대주택 시장 개선을 제시했다.

단기적으로는 차주별 맞춤형 접근을 통해 위험 요인을 해소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가계 부채의 연착륙과 종합적 해결을 모색하기 위한 고민이 엿보인다. 거시 경제적으로는 과도한 가계 부채 증가가 가계의 상환 부담 가중으로 이어져 소비 여력의 위축과 성장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을 차단하려는 대응 방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부채 잔치는 과연 끝나는가?

OECD 국가들과 비교해볼 때 우리나라는 총량 측면에서 가계 부채의 비율이 매우 높다. 2016년 우리나라는 GDP 대비 가계 부채의 비율이 95.6%인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70%에 불과하다. 또 우리나라의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 부채의 비율은 179%인데, OECD 평균은 135%이다.

최근 2년간 가계 부채는 금융 완화 기조와 주택시장의 호조 등으로 인해 주택담보 대출(집단대출)과 취약 부문(제2금융권, 자영업자 대출)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2015~2016년간 연평균 129조 원의 증가세는 2006년 이후 연평균 60조 원이던 과거 추세의 두 배를 상회했다. 역대 정권들이 가계 빚으로 성장을 떠받치는 '부채 주도 성장'에 나서면서 가계 부채가 급증한 것이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가처분 소득 대비 179%까지 치솟은 가계 부채의 비율을 150%까지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두 가지 방향이다. 하나는 '투기성 가계 대출'을 조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부채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정부는 가계 부채의 주범이 부동산 투기 목적의 대출이라고 진단했고, '빚 내서 집 사는 시대'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천명했다. 그리고 취약 차주에게 맞춤형 지원을 함으로서 연체의 악순환을 방지하고 경제적 재기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투기 수요를 줄이고 대출의 질을 높여 가계 부채 문제를 연착륙시키려는 것이다.

문제는 신용 대출, 마이너스통장 등 비주택담보 대출이다. 주택담보 대출의 자금줄을 죄면 그보다 금리가 높은 신용 대출로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그래서 가계 부채의 질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이번 대책에도 불구하고 가계의 대출 수요가 줄지 않고 신용 대출이나 다른 고금리 상품으로 옮겨 가면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줄고 정부의 가계 부채 대책은 그 실효성이 낮아진다.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다주택자 대출 옥죄기

먼저 문재인 정부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초강력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으로 마이너스통장 등 모든 빚을 관리하면서 다주택자들의 추가 대출을 사실상 차단했다.

내년 1월부터는 차주의 소득과 주택담보 대출 상환 부담을 더 정확하게 반영한 새로운 총부채상환비율(DTI) 제도를 시행하고, 내년 하반기에는 모든 대출에 대한 원리금 상환 부담을 고려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도입된다. 주택담보 대출을 1건 보유한 가구는 투기 지역에서는 주택담보 대출을 받을 수 없고 투기과열지구에서는 DTI 30%를 적용받는다. 이번 조치로 다주택자의 추가 대출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부동산 임대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갭 투자를 통한 임대업 진입을 어렵게 했다. 부동산 임대업자 대출에 대해서는 내년 3월부터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하고, 연간 임대소득이 이자비용을 확실히 초과하는 지를 따지는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도 도입해 참고지표로 운영할 계획이다.

현재 다주택자가 임대를 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516만 가구 중 79만 가구만 등록된 임대주택이며 나머지는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은 채 어떤 규제도 받고 있지 않다. 다주택자 자발적인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하려면 강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정부는 이미 내년 4월까지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팔도록 권유하고 팔지 않을 경우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도록 시한을 정해 놨다.

문재인 정부는 더 이상 부동산 경기에 기댄 경제성장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 '최후의 보루'로 아껴둔 보유세 카드도 꺼내들어야 할 것이다. 초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강화 등에 대한 전략적 검토가 필요한 이유이다.

취약계층을 위한 서민금융 전용차선제

다주택자의 돈줄을 옥죄는 동시에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확대했다.

정부는 먼저 과도한 금리 상승으로 취약계층의 대출 상환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지 않도록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시장 금리가 상승하면 취약계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대출금리가 1% 오르면 추가 이자 부담만 9조 원에 달하고 고위험 가구는 6만 가구나 증가한다. 올해 두 차례 기준 금리를 인상한 미국의 여파로 국내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 위험 가구는 크게 증가할 것이다. 다중채무자 388만 명과 부실 위험가구 126만 가구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둘째로는 취약계층의 연체 발생을 방지하고, 원금 상환 유예, 연체 부담 완화 및 경제적 재기 지원에 주력하고, 금융 컨설팅을 강화하는 등 '차주 특성별 맞춤형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취약계층이 쉽게 금융 상담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서민금융 상담기관과 고용복지 플러스 센터 간의 연계도 강화해 채무 조정과 함께 가능한 복지서비스, 일자리 지원 등의 종합적인 지원책을 내놓았다.

이런 조치들은 필자가 평소 강력히 주장해온 '서민금융 전용차선제'와 취지가 같은 것이다. 서민금융 전용차선 제도는 버스 전용차선을 만들어 대중교통 이용자에 대한 편익을 제공하듯이 다중채무자와 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에게 따뜻한 금융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서민들의 금융 비용 부담이 줄어들면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고, 이것이 내수 진작의 선순환으로 이어져 우리 사회의 구성원 모두에게 편익을 가져다준다.

주거 복지 정책도 냈다. 주택연금의 활성화로 고령층이 자산 유동화를 통해 소득 안정과 주거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했고, 공적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여 2022년까지 OECD 평균 수준 이상의 공적 임대주택 비율(현행 6.3% → 9%로 상향)을 달성하기로 했다. 이런 주거 복지 로드맵은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주택 사다리 5대 정책'의 핵심 내용들이 상당 부분 세부 추진 과제로 반영된 것이다.

가장 취약한 고리는 '자영업자 대출'

특히 가계 부채의 가장 취약한 고리는 '자영업자 대출'이다. 자영업의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상 자영업자 대출은 가계 부채의 핵심 뇌관이다. 선진국의 자영업 비중이 5~7% 수준이고 OECD 평균도 15% 수준인데 우리나라는 26%나 된다. 그리고 자영업의 5년 생존율은 30%대에 그치며,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살아남는 업소는 5곳 중 1곳도 채 되지 않는다.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지난 6월말 521조 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반년 만에 40조 원 이상 급증했다. 자영업 차주는 160만 명인데, 1인당 부채는 평균 3억3000만 원에 달한다. 자영업자 대출은 2012년의 355조 원 이후 50%나 급증했지만 그동안 통계나 규제 측면에서 사각지대였다. 2013년 2월 금융감독원의 '자영업자 대출 현황 및 감독 방안' 발표 이후 4년 동안 통계나 후속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 뒤늦게야 금융감독원은 정부가 24일 발표한 가계 부채 대책에 앞서 자영업 대출의 실태를 분석했다.

금융권 대출 521조 원을 보유한 자영업자 160만 명 중에서 특히 연소득 3000만 원 이하의 생계형 자영업자 48만 명이 위험하다. 생계형 자영업자는 한 해 1600만 원을 벌지만 부채는 8000만 원에 달하며, 그중에서도 취약 차주 18만 명은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이다.

이번 10.24 가계 부채 종합 대책에서 1조 2000억 원 규모의 '해내리 대출' 등 자영업자 대출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이것도 기존의 대책을 답습하는 정도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내수경기의 침체 속에 금리까지 오르면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는 영세 자영업자가 늘면서 가계 부채의 뇌관이 터질 우려가 있다. 특별한 관심이 필요한 이유이다.

가계 부채 해결은 가계소득 증대가 답이다

가계 부채 문제는 경제 성장과 직결된다. 소득의 40% 이상을 빚 갚는 데 쓰고 있는 인구가 25%로 국민 네 명 중 한 명이다. 돈을 벌어도 빚 갚는 데 써야 하니 내수절벽이 되어 경제성장을 가로막는다.

가계 부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기존의 금융적 해법 이외에도 일자리 창출, 사회안전망 강화, 주거복지 확충, 교육 개혁 등을 총망라한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특히 부채 상환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 소득이 늘어야 한다. 정부가 구조적 대응책으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가계 소득을 증대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번 대책에서는 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구조적 대응 방안들이 포함되었다는 데 상당한 의미가 있다. 주요 경제 정책 수단을 양질의 일자리 중심으로 재설계하고, 청년·여성 등 일자리 취약계층에 대한 취업 기회를 확대하고, 생애맞춤형 소득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자산 형성 지원 강화 방안과 주거·의료·교통·통신·교육비 등 핵심 생계비 절감 방안 등을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의 이번 가계 부채 종합대책이 '빚으로 집을 사서 돈 버는 시대'를 마감하고, '감당할 수 있는 범위만 빌리는 시대'를 열 종합 처방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사후약방문식 가계 부채 대책은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이상이의 칼럼 읽어주는 남자 바로 가기 : '탈원전' 하자는 게 국민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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