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7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활동에 직접 개입했고, 다수의 증거가 있는데도 1심이 무죄를 선고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이날 서울고법 형사3부(조영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 전 수석의 항소심 첫 공판에서 항소 이유를 설명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특검팀은 정관주 전 정무수석실 국민소통비서관이 '조 전 수석 지시로 재미교포 신은미씨 책의 우수 도서 선정 문제를 논의했다'고 증언한 점, 강일원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의 수첩 기재 내용 등을 증거로 들었다.
강 전 행정관 수첩에는 2014년 12월 24일 조 전 수석이 "어떻게 북한에 다녀온 사람의 책을 우수도서로 선정할 수가 있느냐. 우수도서 선정위원을 잘 선정해서 신은미 같은 사람이 선정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는 취지로 메모 돼 있다.
특검팀은 당시 정무수석실이 "정권 비판적인 세력에 대처하고 정권의 안정을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을 통해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를 지원하는 화이트리스트 업무도 했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좌파 지원 축소와 우파 지원 확대는 동전의 양면"이라며 "조윤선 수석 부임 후 화이트리스트 업무를 충실히 수행했다는 건 블랙리스트 업무도 충실히 수행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제2부속실이 관리하던 폴더에서 발견된 관련 문건들을 증거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1심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블랙리스트 사건 공범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도 "대통령이 보수단체 지원을 촉구하고 정치 편향적인 곳에 지원하면 안 된다고 지시한 점 등은 범행과 직접 관련된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1심이 김 전 실장 등에게 선고한 형량 역시 가볍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지원배제 행위는 민간인 사찰에 해당하고 문화 예술 활동을 위축시키는 교묘한 사전검열"이라며 "개인의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헌법 파괴 범죄"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치적 이익을 위해 내 편 네 편 갈라서 국민 분열을 조장했고, 이로 인한 국민의 반목과 혼란이 지금까지도 지속하고 있다"며 "죄책이 엄중한데도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들이 희생양인 것처럼 하고 있어 엄벌로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은 수의 차림으로 법정에 나왔다. 그는 재판부가 주소를 확인하자 "제가 여기(구치소) 있는 동안 내자(안 사람)가 일종의 노인 요양 시설로 옮겨서 주소를 보정했다"고 말했다.
1심에서 국회 위증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난 조 전 장관은 검은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섰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등의 사건을 함께 심리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의사를 물어 가능하면 두 사건을 병합 심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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