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5시 대구 극장 만경관. 현재 대구에 살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인 이용수(90) 할머니는 자신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아이 캔 스피크>를 시민 80여명과 관람한 뒤 이처럼 말했다. 이 할머니는 "지금까지 계속 말해왔고 앞으로도 말할 것"이라며 "증언할 것들이 아직도 태산 같다. 한도 끝도 없다. 책을 모았다면 내 키만큼..."이라고 말한 뒤 차마 잇지 못하고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객석을 가득 채운 시민들은 할머니가 힘겹게 말을 이어갈 때마다 박수를 치며 "힘내세요",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응원의 구호를 외쳤다. 곧 이 할머니는 "나는 역사의 산 증인으로 여러분 앞에 서 있다"며 "영화에도 나왔지만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결국 우리 후손들에게 다 돌아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에 있어서 피해자가 아닌 우리나라 국민이 어디있냐"면서 "결국 위안부 피해 문제는 대한민국의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우리나라와 세계의 평화를 완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지금 내 나이가 아흔이지만 결코 많지 않다"며 "죽을 날까지 말하고 증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할머니는 영화 상영 후 40분여간이나 무대에서 꼿꼿이 서서 추가 증언을 이어갔다. 특히 이 과정에서 위안부와 관련해 '망언'을 하고 있는 학계 인사들을 향한 따끔한 지적도 있었다. "교수님들과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면서 "'너희는 당시에 돈을 벌러 가지 않았냐'는 일본의 거짓말, 잘못된 역사를 가르치는 일이 더 이상 벌어져선 안된다"고 호소했다.
이어 "늙은이들이 몇 십년째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소녀상과 수요시위를 하는데, 일본은 뭐가 겁이나는지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한다"며 "그럴수록 외국 어디든 더 세우자. 마지막에는 도쿄 한 복판에 세워 오고가는 사람들이 '잘못했습니다'라는 말을 하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 객석에 앉은 시민들은 할머니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2017.10.15) ⓒ평화뉴스(김영화)
이 할머니는 또 2015년 박근혜 정부의 '12.28 한일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도 '철회'를 촉구했다. 그는 "대통령이면 국민과 나라를 지켜야 하는데 10억엔이라는 더러운 돈에 우리를 팔았다"면서 "우리는 그 합의서에 동의도 서명도 해준적 없다. 친일파인 아버지 박정희가 1965년 한일협정으로 우리를 팔더니 그 딸도 우리를 팔았다.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합의다. 빨리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 캔 스피크>는 2007년 미국 연방 하원에서 통과된 위안부 결의안 채택을 앞두고 당시 이용수 할머니가 공청회에 참석해 증언하는 과정을 담은 김현석 감독 영화로 현재 관객 300만명을 돌파했다.
한편 문화 콘텐츠를 통해 지역사회 변화를 바라는 대구 시민 모임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대표 신효철)'은 이명박 정부 비자금 내용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저수지 게임>에 이어 두 번째 순서로 위안부 피해자들의 삶을 다룬 영화 <아이 캔 스피크>를 대구 시민들과 단체관람했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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