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세월호 사고 관련 문서 조작이 이뤄졌다는 지난 12일 청와대 발표와 관련, 여야가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장에서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여야 의원 간 고성이 오가면서 오후 한 때 국감이 중지되기도 했다.
1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해수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세월호 참사 진실 재규명을 강하게 요구했다. 박완주 의원은 "이제 세월호 '7시간'이 아니라 '7시간 30분'에 대해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며 "2기 특조위가 활동하게 된다면 해수부가 적극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지난 세월호특조위 활동에 대해 해수부가 자료 은폐 등 방해 행위를 한 것은 아닌지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이에 "해수부가 세월호 관련 은폐한 일이 있는지는 현재까지 파악된 바는 없다. 다만 비공개적으로 조사하는 작업은 하고 있다"며 "당시 해수부 공무원들이 부적절하거나 불법적인 행동을 했다면 마땅히 조사하고 문책당해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당도 '2기 특조위'를 주장했다. 이날 양순필 국민의당 수석부대변인은 "지금 국회가 해야 할 일은 특별법을 제정해 세월호 2기 특별조사위원회 구성해서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라며 "2기 특조위 구성을 통한 진상규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했다.
국민의당 소속 김종회 의원은 이날 국감장에서 김영춘 장관을 상대로 과거 해수부가 선체 인양을 의도적으로 지연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인양업체) 상하이샐비지에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해수부가 신속 인양을 할 수 있었음에도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고의로 시간을 끌었다는 '인양 고의 지연설'이 있다"며 "상하이샐비지는 입찰 당시 경쟁자들과 비교해 기술 점수에서 확연히 밀렸었다. 기술력 떨어지는 상하이샐비지를 선정하는 바람에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을 낭비했다. 기술력이 떨어지는 상하이샐비지와 계약한 것은 (인양을 늦추려는) 음모가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김 장관은 이에 대해 "고의 지연 의도는 없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상하이샐비지에 대한 추가 비용 지불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시 해수부가 요구한 공정이 있었기에 정부도 (인양 지연에) 책임이 있다"고 답변했다.
반면 한국당은 세월호 문제가 국감장에 올라오는 것 자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전날 청와대 발표가 "정치 공세"라고 주장했다. 홍문표·안상수 의원 등은 오후 국감이 재개되자마자 "어제 임종석 비서실장 기자회견 내용이 농해수위 국감에서 해야 할 이야기냐"며 "정치 공세로 나아가는 것을 우려한다"고 했다.
박완주 의원이 이에 "세월호는 해수부 일이니 우리 위원회 일"이라며 "당연히 물어볼 수 있다"고 반박했지만, 한국당 이완영 의원 등은 "정책 감사를 해야 한다", "박 의원 발언은 적절치 않다", "국감이 정치 투쟁의 장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그러자 민주당 소속 설훈 농해수위원장이 나서서 "이것은 엄청난 문제"라며 세월호 문제를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 다룰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을 했고, 한국당 의원들은 이에 "위원장이 뭘 하는 거냐", "일방적 진행"이라며 고성으로 반발했다. 설 위원장은 "나도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이라고 맞섰으나, 야당의 항의가 계속 이어지자 오후 3시 1분경 정회를 선포했다.
세월호 문제는 이날 해수부 국감의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세월호 사고의 주무 부처 중 하나로, 참사 당시 해수부 장관이었던 이주영 전 장관은 진도에 상주하다시피 하기도 했다. 민주당 김철민 의원은 이날 국감 자료를 통해 해수부 공무원들의 비위가 매년 수십 명씩 적발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세월호 참사에도 불구하고 해수부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직무태만은 물론 기강해이가 도를 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농해수위가 아닌 복지위에서도 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세월호 사고 이후 청와대 국가안보실로부터 '국가안보위기관리지침' 수정 지침을 통보받은 적 있느냐"고 물어, 복지부로부터 "지침 일부를 수정하라는 문서를 비밀 형태로 통보받았다"는 답을 이끌어내는 등 이슈화에 나섰다.
그러나 한국당 의원들이 전날 청와대 발표 내용을 해수부 국감장에서 다루는 것 자체에 강하게 반발하며 밀막음에 나선 것은, 전날 발표 내용이 자당에 정치적으로 불리한 사안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국감 이틀차인 이날, 농해수위뿐 아니라 타 상임위에서도 곳곳에서 파열음이 빚어졌다. 법제사법위원회의 헌법재판소 대상 국정감사는 야당 의원들이 '헌재 소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김이수 재판관이 헌재 소장 직무대행을 계속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업무보고를 거부한 끝에 국감 자체가 무산됐다.
안전행정위원회의 경찰청 대상 국감은 한국당 의원들이 '경찰개혁위원회가 좌파 인사들로 구성됐다'며 비공개 회의록을 제출할 것을 요구, 여야 간 설전에 이어 오전 감사가 중지됐다가 오후에 가까스로 속개됐다. 전날 국정 국사교과서 문제를 놓고 여야가 대립한 끝에 파행됐던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이날 그 여파로 1시간여 늦게 시작, 11시 반에야 감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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