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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서 추진되는 '핵실험'...폐기에만 2만8천년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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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서 추진되는 '핵실험'...폐기에만 2만8천년 걸려

정의당 추혜선 "파이로프로세싱 효과 과장...예산 투입 멈춰야"

원전에 관해 이른바 '꿈의 기술'로 불렸던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으로 한국의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려면, 최대 2만8000년이 걸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미국 에너지부 내부 문건을 인용해 이 같이 밝히고, 정부가 파이로프로세싱 예산 편성을 전면 보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은 2015년 말부터 대전에 파이로프로세싱 시험시설을 준공해 핵연료 재처리 실험을 추진하고 있다. 일종의 '핵실험'이니만큼 해당 지역 주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크다. 여기에 경제성도 없고 효과도 없는 파이로프로세싱을 과대 홍보한 친 원전 세력의 호도에 한국 정부가 놀아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사용후핵연료가 방출하는 열원의 핵심 물질인 고독성 방사성 물질 Cs-137과 Sr-90을 분리해, 이를 각각 지상에서 200~300년간 저장한 후 지하 처분하는 공정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은 파이로프로세싱을 도입하면 사용후핵연료 처분폐기물량을 종전의 20분의 1로, 처분장 면적은 100분의 1로, 방사성 독성은 100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 대전서 1천조짜리 위험천만 '핵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전망을 근거로 내년 관련 예산 537억8400만 원을 편성했다. 소듐냉각고속로에 330억 원을, 파이로프로세싱 개발에 207억8400만 원을 각각 책정했다.

하지만, 파이로프로세싱의 효과는 지나치게 과장되었다는 게 미국 내부문건을 통해 드러났다고 추 의원은 강조했다.

추 의원은 우려하는과학자연합(UCS) 소속인 미국의 원자력 전문가 에드윈 라이만 박사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올해 6월 개최한 국제 컨퍼런스에서 공개한 미국 에너지부 내부 문건을 확인한 결과를 한국에 도입하면, 한국의 사용후핵연료를 파이로프로세싱으로 모두 처리하려면 최소 4600년에서 최대 2만8000년이 필요하다는 충격적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 기간 핵 폐기물 관련 사고가 전혀 일어나지 않더라도, 사실상 사용후핵연료가 항구적 위험 물질로 노출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추 의원실이 정리한 미국 에너지부의 해당 문건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는 1996년 폐쇄된 고속증식로(EBR-II)에서 발생한 26톤의 금속 사용후핵연료를 파이로프로세싱으로 처리했다. 당초 미국 에너지부는 해당 폐기물을 모두 처리하는 데 6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에너지부가 본래 예측한 연간 처리속도는 5톤이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난해 말 현재까지 해당 폐기물 26톤 중 실제 처리된 비율은 15%에 불과하다. 연평균 처리량이 불과 0.25톤으로, 처리 속도가 당초 예상의 20분의 1에 불과하다. 이 속도라면 26톤 전량을 처리하는 데만도 120년이 소요된다.

처리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지난 20년간 미 에너지부가 해당 폐기물 처리에 들인 비용만 2억1000만 달러(약2400억 원)에 달한다. ㎏당 처리비용이 5만 달러다. ㎏당 2000달러가 소요되는 기존 습식재처리 비용의 25배다.

한국은 폐기물 처리가 제때 되지 않아, 현재 경수로 사용후핵연료 7000톤이 누적돼 있다. 이를 모두 처리해야만 한다. 해당 폐기물을 미국의 사례에 맞춰 파이로프로세싱으로 전량 처리할 경우 드는 시간이 2만8000년이다.

지난해 원자력진흥위원회가 밝힌 추정 속도를 적용하더라도 기존 예상보다 20배가량 시간이 더 드는 4600년이 소요된다.

파이로프로세싱이 마냥 안전한 것만도 아니다. 지상에서 고독성 방사성 물질을 저장하는 과정에서 어떤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데다, 파이로프로세싱을 통해 사용후핵연료가 분리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물질을 다시금 처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추 의원은 "미국 정부 문건을 통해 파이로프로세싱이 사용후핵연료 처리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없음이 확인됐다"며 "시작하는 순간부터 다음 세대에 큰 부담만 지우는 파이로프로세싱 연구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가 해당 연구 지속 여부를 재검토하기로 한 만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8년 예산안 중 파이로프로세싱 관련 예산 편성을 전면 보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는 일찌감치 파이로프로세싱의 효과와 안전성에 의구심을 품은 시민 단체를 중심으로 해당 연구 비판 여론이 거셌다. 지난 달 25일에는 반핵 시민단체 핵재처리실험저지를위한30㎞연대와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가 감사원에 '파이로프로세싱 및 고속로 연구개발사업'에 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특히 KAERI이 위치한 대전 시민 사회에서는 파이로프로세싱 우려가 큰 논란이 됐다. 파이로프로세싱 실험 과정에서 방사능 누출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 파이로프로세싱의 효용성 관련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15년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파이로프로세싱 관련 모든 공정의 모의 시험시설 프라이드(PRIDE)를 준공했다. 사진은 PRIDE 시설 내부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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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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