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대전서 1천조짜리 위험천만 '핵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대전서 1천조짜리 위험천만 '핵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기고]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중인 '파이로프로세싱’의 실상

최근 방사성폐기물을 무단으로 폐기하고, 폐기물 소각시설 배기가스 감시기 측정 기록까지 조작한 것으로 드러난 한국원자력연구원(이하 KAERI)에 대한 사회적 지탄이 거세다. KAERI는 국내 유일의 원자력연구 전문기관으로서 원자력 안전문제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다. 그런 KAERI가 실제 사용후핵연료를 이용한 건식재처리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 원자력발전소에서 연소되어 원자로 밖으로 꺼낸 핵연료인 사용후핵연료에 포함된 우라늄 등을 회수하여 차세대 원자로인 고속로의 핵연료로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주장된다. 전 세계적으로 현재까지 상용화된 사례는 없다. 편집자)'의 일부 공정 실험을 동 부지 내에서 오는 7월부터 강행할 계획이어서, 대전 지역 주민들 및 환경단체들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KAERI 및 정부는 파이로프로세싱에 대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의 처분폐기물 량을 20분의 1로, 처분장 면적은 100분의 1로, 방사성독성은 1000분의 1로 줄일 수 있는 신기술이라고 홍보해 왔다. 파이로프로세싱은 과연 원자력계의 난제인 사용후핵연료 처분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꿈의 기술인가?

20년 이상 이 분야를 전문으로 연구한 필자는 파이로프로세싱에 대한 KAERI 및 정부의 홍보가 과장되었고, 소요 비용은 엄청난 반면, 긍정적 효과는 미미하고, 공정과정에서 고독성 방사성폐기물을 발생시키는 등 새로운 위험을 가중시키는 백해무익한 재처리임을 아래에서 밝힌다.

사용후핵연료 심지층 처분장 면적은 사용후핵연료에서 방출되는 열량에 좌우된다. 방출열이 낮을수록 처분장 단위 면적당 더 많은 량의 사용후핵연료가 처분 가능하다. 즉,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 기간이 길면, 그 기간만큼 식어져서 방출열이 낮아지므로, 저장 기간이 짧은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양을 처분할 수 있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사용후핵연료 방출열의 핵심물질인 Cs-137 및 Sr-90을 분리하여 따로 지상에서 200~300년간 저장 후 지하 처분함으로써 처분장 면적을 줄인다는 복안이다. 그런데, 고독성 방사성물질인 Cs-137 및 Sr-90을 분리 후 100% 포집하여 지상에서 안전하게 200~300년 보관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Cs/Sr 이외에도 기타 고독성 기체/고체 방사성폐기물이 발생하며, 이들의 안전보관도 우려된다. 차라리, 사용후핵연료 자체를 그 기간만큼 지상 저장하다 처분하는 것이 Cs/Sr 분리-저장-처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처분장 면적도 그만큼 줄일 수 있다. 그렇지만 필자는 사용후핵연료를 200~300년 간 지상 저장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KAERI가 미국 국립연구소들과 수행한 2015년도 미국 보고서에 의하면, 파이로프로세싱 공정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에 대해 다음 표와 같이 정리하고 있다.

ⓒ강정민

상기 표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경주의 중저준위 처분장에는 처분할 수 없고, 고준위 폐기물 처분장에 처분되어야 한다. 파이로프로세싱 공정에서 발생하는 상기 표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발생량을 고려하면, 파이로프로세싱으로 사용후핵연료 최종처분 방사성폐기물 량을 1/20로 감축한다는 KAERI 및 정부의 주장은 거짓임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월성의 중수로 사용후핵연료는 파이로프로세싱 하지 않고 심지층 처분장에 처분할 계획이다. 월성의 중수로 4기로부터 발생하는 총 사용후핵연료는 운영기간을 40년으로 잡으면, 약 1만6000톤(t)이다. 참고로 현재 국내 운영중인 21기 경수로에서 발생하는 총 사용후핵연료는 운영기간을 40년으로 잡으면, 약 1만6000톤이다. 파이로프로세싱으로 사용후핵연료의 처분장 면적을 100분의 1로 줄인다는 KAERI 및 정부의 주장이 과대포장임을 알 수 있는 이유다.

초우라늄 물질을 태워 사용후핵연료의 방사성 독성을 1000분의 1 수준으로 줄이려면, 경수로 2기당 같은 발전 용량의 고속로가 1기 이상 필요하다. 2035년까지 국내 운영이 계획되어 있는 약 40기 경수로를 가정하면, 같은 발전용량의 고속로는 20기 이상 도입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현재 전 세계적으로 상용 고속로는 없다. 지난 60여 년간 세계적으로 100조 원 이상 투자했지만, 냉각재 액체소듐 화재 등 안전성문제와 고비용의 경제성 문제로 상용 고속로 개발에 실패했다. 이 분야의 선진국인 프랑스와 일본조차 고속로의 상용화 시기를 2050년대 이후로 보고 있다. 그러니 파이로프로세싱으로 분리한 초우라늄 물질의 유의미한 양을 태워나갈 고속로가 그때까지 이용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초우라늄 물질을 태워 방사성 독성을 1000분의 1 수준으로 줄이려면, 고속로에서 초우라늄 물질을 수백년 간 태워 나가야 한다. 한번에 고속로 핵연료에 섞어 넣을 수 있는 초우라늄 물질 량은 수 퍼센트(%) 밖에 되지 않으며, 고속로에서 연소되는 동안, 핵연료 내 우라늄-238에서 초우라늄 물질이 다시 생산되기 때문이다. 고속로 수명은 40~50년이니 고속로를 계속해서 건설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 하나 하지 않으나 심지층 처분장에 처분 10만년 후 사용후핵연료의 실질적 인체섭취 독성에 차이가 없다는 학술 연구결과가 있다는 사실이다.

상기의 이유들로, 미국은 1996년 미 국립아카데미가 "(파이로+고속로 등 도입에 따른) 방사선피폭 감소는 그 어떠한 시스템의 도입으로도 소요 비용과 핵종변환 시스템 운영에 따른 추가 위험을 보증하기에 충분하지 않음"이라고 이미 결론지었다. 2013년 프랑스 원자력안전위원회도 "초우라늄물질 핵종변환은 주로 핵분열생성물에 좌우되는 심층지하처분의 (초장기) 방사성 영향을 줄이는데 별 역할을 못함"이라고 결론지었다.

파이로프로세싱으로 경수로 사용후핵연료에서 분리한 초우라늄 물질을 태워 사용후핵연료 방사성 독성을 감소시킨다는 명분의 관련 국내 연구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한 이유다.

한편, 파이로프로세싱 및 고속로 시스템 구축 비용은 얼마나 될까? KAERI 및 정부는 관련 기술 실증을 위한 실증시설 비용이란 명분으로 소듐냉각고속로 건설비용 약 1조7000억 원, 파이로프로세싱 시설 건설비 약 1조1000억 원, 고속로 핵연료제조시설 건설비 약 3000억 원 등 총 3조6000억 원을 추산하고 있다. KAERI의 소듐냉각고속로는 전기출력 150메가와트(MWe)로 일반 경수로의 15% 정도 규모이다.

전 세계적으로 처음 건설하는 핵시설의 실제 비용은 추정 비용의 2배 이상인 경우가 보통이었다. 독일은 300메가와트 고속로 예상 건설비를 약 2.5조 원으로 추정하였으나, 1989년 완공 되었을 때는 약 6조 원이 들었다. 독일은 이 고속로를 안전 규제상 문제로 운전하지도 않고 폐로 시켰다. 미국은 350메가와트 고속로 건설비를 1972년 약 7000억 원으로 예상하였으나, 1983년 약 4조 원에 이르면서, 미 의회가 건설을 취소시켰다. 일본은 280메가와트 고속로 몬주(文殊)를 처음 약 4.5조 원 예상했으나, 약 7조 원이 소요되었다. 소듐냉각재 사고로 몬주의 가동률은 1% 이하였으며, 사고로 운전정지 중에도 소듐냉각루프 유지를 위해 연간 약 2000억 원의 비용이 소요되었다. 몬주는 2012년까지 건설 및 유지비용으로 약 10조 원을 낭비하였다. 프랑스가 2030년대 운영 계획하고 있는 고속로 ASTRID는 7.2조 원 건설비를 예상하고 있다. KAERI의 소듐냉각고속로 실제 건설비용으로 3조 원 이상을 쉽게 추정할 수 있는 이유이다.

게다가 KAERI 및 정부의 추산비용은 관련 시설들의 수명기간 동안의 유지관리비, 폐쇄 후 제염해체비, 부지확보비 등은 고려하지도 않았다. 또한 고속로에서 타고 나온 고속로 사용후핵연료의 파이로프로세싱 처리시설 건설비, 운영유지비, 폐쇄후 제염해체비도 고려하지 않았다.

고속로 사용후핵연료는 경수로 사용후핵연료 파이로프로세싱 처리시설에서 처리할 수 없으며, 고속로 사용후핵연료 전용의 파이로프로세싱 처리시설이 필요하다. 고속로 사용후핵연료 파이로프로세싱 비용은 경수로 사용후핵연료 파이로프로세싱보다 더 비싸다.

상기 내용들에 근거하여 필자는 파이로프로세싱 및 고속로 실증시설들의 건설, 운영, 폐쇄후 제염해체 등 비용으로 대략 30조 원 가까운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 이 비용으로 처리하는 경수로 사용후핵연료 량은 약 900톤으로 경수로 한 기가 40년 수명기간 동안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 양보다 100톤 더 많은 양에 지나지 않는다. 2035년까지 국내 운영이 계획되어 있는 약 40기 경수로에서 발생하는 전체 사용후핵연료를 파이로프로세싱 및 고속로 시스템으로 처리하려면, 거의 1000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비용이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있어서 파이로프로세싱 도입으로 얻게 되는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효과는 미미하거나 불확실한 반면, 파이로프로세싱 공정에서 발생하는 독성 방사성 물질의 외부 누출 우려 등 새로운 위험을 가중시키고, 소요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든다.

4대강 사업은 파이로프로세싱 및 고속로 사업에 견주면 새 발의 피다.

재미 핵물리학자인 강정민 박사는 전세계 240만 명이 회원으로 있는 비영리 환경단체 연합인 NRDC(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 천연자원방어위원회 등으로 번역) 선임연구위원입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