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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임덕이란 외줄 위 '검찰 칼춤', 누구를 찌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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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임덕이란 외줄 위 '검찰 칼춤', 누구를 찌를 것인가

[분석] 청목회 관련 압수수색, 청와대 몰래 했다면 더 문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 "정말 검찰이 이럴 줄 몰랐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오후 전격단행된 청목회 입법 로비 의혹을 사고 있는 여야 의원 1명과 이시종 충북도지사 등 12명의 정치인에 대한 압수수색에 대해 말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고된 것도 이날 점심 때 전후였다고 알려졌다. 압수수색을 단행하기 불과 두세시간 전에 청와대에 알렸다는 주장이다. 청와대 한 고위관계자는 "G20 정상회의가 한창 준비 중인데, 야당 의원 사무실을 뒤져서 뭐가 좋겠나. 요즘 검찰 진짜 통제 안 된다"고 말했다.

청목회 입법 로비 의혹이란?

청목회는 청원경찰 이익단체인 청목회다. 이들은 지난해 급여를 국가경찰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정년을 59세에서 60세로 1년 늘리는 등 청원경찰의 처우 개선 내용을 담은 청원경찰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전국에 1만 명 안팎인 회원들로부터 특별회비 8억여 원을 걷어 관련 국회의원들에게 로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태철)는 지난 5일 청목회로부터 후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여야 정치인 12명의 후원회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청목회 수사를 서두르는 이유는?

검찰이 청원경찰들의 이익단체인 청목회 로비 수사에 갑자기 속도를 내는 이유는 몇 가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우선 지난 1일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제기된 '청와대 대포폰' 문제다. 총리실의 불법 민간인사찰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된 물증 중 하나다. 대포폰의 실체를 검찰도 인정하고 나섬에 따라 총리실 민간인 사찰 수사에 대한 '봐주기'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야당 뿐 아니라 한나라당 지도부 중 다수도 "재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5일 압수수색한 의원들 중엔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로비 의혹의 몸통이 김윤옥 여사"라고 폭로한 강기정 의원도 포함돼 있다. 남상태 사장의 로비 의혹 사건도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이다. 두 사건 모두 일종의 '권력형 게이트'라고 볼 수 있다.

이와 비교하면 사회적 약자라 할 수 있는 청원경찰들의 이익집단인 청목회를 엄청난 로비집단인양 요란스럽게 수사를 진행하는 건 일종의 '물타기'라고 볼 수 있다. 보수언론인 <조선일보>조차 6일 "대포폰 수사와 청목회 로비 수사로 본 검찰의 두 얼굴"이라는 사설을 통해 두 사건을 대하는 검찰의 상반된 태도에 대해 비판했다.

또 검찰이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은 야당 의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현직 의원만 놓고 보면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5명씩으로 똑같다. 나머지 1명은 자유선진당이다. 스폰서 검사 의혹에 대한 특검 등 대놓고 검찰에 상처를 입힌 것과 관련된 정치권 전반에 대한 '경고' 메시지다.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한 여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청목회로부터 1000만 원을 받고도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은 사실을 새롭게 확인했다고 언론에 흘리는 등 검찰의 칼끝은 '여당 의원'이라고 피해가지 않는다.
▲ 검찰이 5일 민주당 강기정 의원 등 여야 정치인 12명의 후원회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뉴시스

청와대와 검찰, 한 배를 탄 운명

대포폰 의혹에 대한 물타기와 정치권 손보기 정도로 정리될 수 있는 검찰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한 '정치적 목적'은 사실 청와대와 일치한다. 대포폰 문제는 청와대가 아직까지도 공식적인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소위 '딱 걸렸다'고 할 수 있는 사안이다. 비공식적으로, 또 한나라당을 통해 "대포폰이 아니라 차명폰"이라고 해명했지만, '차명폰'인들 불법성이 가려지는 게 아니다. 또 청와대와 총리실 직원들이 "감청이 두려워 대포폰을 썼다"는 해명은 "도대체 누가 청와대와 총리실 직원을 감청한다는 것이냐" "국정원이 휴대전화에 대한 도감청까지 한다는 얘기냐"는 등 새로운 의혹만 샀다. '대포폰'이 계속 여론의 중심에 있는 건 청와대 입장에서 곤혹스러운 일이다.

야당 뿐 아니라 여당까지 다잡을 이유 역시 청와대도 충분하다. 이명박 대통령을 '격노'하게 만든 대통령 부인의 로비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여당도 '군기잡기'가 필요하다. 지난 6월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이 처음 제기된 뒤 이를 둘러싼 공방은 여야 뿐 아니라 여권 내에서도 치열하게 진행됐다. 이상득 의원을 정점으로 하는 영남 세력과 수도권 세력간 권력암투 양상을 보였다. 특히 7-8월 청와대 개편과 개각과 맞물려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음해로 더 가열됐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당시 "여권에서도 제보가 들어온다"고 말했을 정도다.

8월 개각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여권 내 반란이 최근 들어 다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자감세'를 둘러싼 당내 논란이 대표적이다. 정두언 최고위원이 처음 "감세를 철회해야 한다"고 깃발을 들고 나섰고, 여기에 지역구가 수도권인 젊은 의원들이 주로 가세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부자정권'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지 않을 경우, 특히 수도권 중심의 몰락이 예견되는 상황이다. 이들 '감세철회파'의 정치적 이해는 한나라당의 총선 승리와 재집권이라는 큰 틀에서는 이명박 정부와 같이하지만, 자신의 지역구 사수에 더 방점이 찍힌 만큼 결정적인 순간에선 엇나갈 수 있다.

지난 6월 당 지도부 선거를 앞두고 일부 초선 의원들이 당 쇄신을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렸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감세철회에 대해 논의하는 의원총회를 열자는 내용의 연판장을 돌렸다. 예상을 깨고 45명이나 되는 의원들이 동참해 김무성 원내대표에게 전달했고, 김 원내대표는 "G20정상회의가 끝난 뒤 논의해보자"며 수용했다.

여당 내 이런 움직임에 대해 청와대는 일찌감치 불편함을 표했다. 감세철회 논란에 대해 정 최고위원의 주장이 나온 바로 다음날 강만수 대통령 특보가 직접 당에 전화를 걸어 '절대 불가' 입장을 전달하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여당 일부 의원들이 자꾸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는 셈이다.

때문에 야당에선 5일 검찰의 압수수색이 사실상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게 아니냐고 봤다. "대포폰 물타기"라는 반응은 바로 이런 '검찰과 청와대의 교감'을 바탕에 깐 해석이다. 더 나아가 야당 관계자는 "여야 의원을 동수로 했다는 것은 여야 모두를 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여당을 향한 '경고 메시지'에 대해 이 관계자는 "이 대통령 입장에선 아직 후계구도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인데 여당에서 감세철회 등 자꾸 대통령을 흔드는 이야기가 나와선 곤란하다"며 "이 상태로 놔두면 자연스럽게 권력이 박근혜 전 대표 등 차기 주자로 넘어가게 되고 무방비 상태로 임기 말을 맡게 될 것이란 생각에 검찰을 통해 정치권에 대통령의 힘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사활을 걸고 있는 G20정상회의를 앞두고 정치적 탄압으로 여겨질 수 있는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청와대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내용적으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압수수색 시기는 검찰의 독자적 판단이 아니었겠냐는 관측도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해명처럼 말이다.

청와대가 통제하지 못하는 기획사정 정국은 어디로?

이런 청와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청와대가 검찰을 사실상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면, 최근 들어 진행되는 '기획사정' 정국은 상당히 우려스럽다. 레임덕 방지 차원에서 기획된 사정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통제가 안 되는 집단인 검찰의 손에 칼자루를 넘겨줘버려 사실상 레임덕을 자초하는 형국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지금은 정황상 '사정 정국'이라고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뭔가가 어설프게 기획돼 가는 것 같다"며 "결국 여권이 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칼자루를 검찰에게 쥐어주는 셈이 될 것으로 보이고, 이는 여권이 더 부담스러운 상황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희태 국회의장까지 나서서 유감 표명을 하고 있는데 검찰도 이후 정치권으로부터 역공을 당할 수 있다"며 "여야를 떠나 향후 정국은 매우 어수선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들어 나온 청와대의 해명을 곧이 곧대로 믿자면 현재 권력 내부의 상황은 이렇다. 국정원이 청와대, 총리실 등 권력 핵심부 관계자들의 휴대전화를 감청하며, 검찰은 청와대와 충분한 상의 없이 여야 의원 십여명의 후원회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다. 청와대는 국정원, 검찰 등 권력기관을 전혀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정치권을 정조준해 무차별 사격으로 하고 있다. 벌집이 된 정치권도 이를 가만히 당하고 있을 집단이 아니다.

방향타를 잃은 정국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검찰이 무리한 수사로 지난해 5월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야기했던 것이 떠오른다. 그때와 달리 지금은 더구나 임기 후반기다.

차라리 청와대의 주장이 모두 거짓이고, 이 모든 게 권력 핵심부와 치밀하게 조율된 '기획사정'이라는 게 안도감이 드는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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